기자명 김도현 (dh.kim@skkuw.com)

 

폐플라스틱·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하는 바이오플라스틱
생분해성 정도와 바이오매스 함량에 따라 구분 가능해

지난해 12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충남대 장용철 교수팀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소비하는 비닐봉지는 연간 235억 개이다. 이는 한반도의 약 70%가량을 덮을 수 있는 양이다. 플라스틱은 편리하고 활용도가 높아 자주 사용되고 있지만, 그 많은 양은 이제 환경의 적이 돼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을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기존 플라스틱에 대한 대안으로 혜성같이 떠오른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보자.

플라스틱의 이중적인 모습
“매장에서 드실 경우 머그잔에 제공됩니다, 손님.” 이제는 익숙한 말이다. 각종 사회단체의 요구와 함께 정부에서도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차근차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쳐 ‘플라스틱 시대’에 사는 현대인이 플라스틱을 손에서 놓기란 쉽지 않다. 일상 속 일회용품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체크카드, 그리고 인공 피부나 연골과 같은 생체재료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응용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폐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 문제가 숨어 있다. 석유를 원료로 하는 *고분자 화합물인 플라스틱은 분해 기간이 길어 재활용하지 못할 경우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이는 토양과 해양에 오염을 일으킨다. 이와 같은 폐플라스틱은 △광분해 △마모 △풍화 등의 과정을 거치며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인 미세플라스틱으로 변모한다. 지난해 세계자연기금(WWF)은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서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 정도라고 보고했다.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은 사람이 환경호르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최진희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환경호르몬과 같은 화학적 독성과 함께 세포를 찌르거나 인체에 쌓여 물리적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막고자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무차별적으로 폐기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세 도입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동시에 처음부터 친환경 소재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은 현 상황에서 하나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바이오플라스틱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에 많이 쓰이는 ‘석유계 비스페놀A’ 대신 옥수수 등에서 나오는 천연물질로 분자구조를 강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땅에 묻었을 때 쉽게 분해가 돼 폐플라스틱 문제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보다 환경호르몬의 위험에서 비교적 안전하다.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센터장 황성연) 구준모 박사는 “바이오플라스틱이라고 해서 반드시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바이오플라스틱은 주로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키는 기존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플라스틱의 종류는 상단의 그래프와 같다. 기준은 *생분해성 정도와 *바이오매스 함량이다. 생분해성 정도에 따라 ‘썩는 것’과 ‘썩지 않는 것’으로 나뉘고 바이오매스 함량에 따라 ‘바이오 물질로 만든 것’과 ‘석유 물질로 만든 것’으로 분류된다. 이 중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생분해성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이 바이오플라스틱에 해당한다. 다만 생분해성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생분해성 플라스틱 안에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바이오플라스틱은 크게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매스 기반 플라스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이란?
바이오플라스틱은 사용 후 폐기했을 때 퇴비화가 가능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상업화가 시작됐다. 이후 바이오 화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경제성을 갖춘 바이오매스 기반의 바이오플라스틱이 등장하게 됐다.

우선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일정한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이다. 이는 자연에서 얻은 물질로 구성된 플라스틱이기에 미생물에 친숙한 구조로 돼 있어 생분해가 쉽다.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화학연구센터 박제영 박사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작용하는 환경에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돼 기존의 폐플라스틱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사례로는 ‘생분해성 멀칭 필름’이 있다. 멀칭 필름은 본디 병충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이때 생분해성 멀칭 필름을 활용하면 기존 플라스틱 멀칭 필름과 달리 작물 수확 후 필름을 별도로 제거할 필요가 없으므로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의료계에서는 외과수술 중 인체에서 쉽게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성 실을 이용하기도 한다.

한편,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석유계 화합물에서 원료를 얻는 대신 △사탕수수 △옥수수 △타피오카와 같은 식물 자원으로부터 얻어서 만든 플라스틱이다.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진인주 회장은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에 대해 “이는 생분해성과는 무관하며, 바이오매스가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므로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수급이 불안정하고 고가인 석유 대신 주목 받는 재료다. 진 회장은 “브라질의 경우 오래전부터 사탕수수를 이용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는데 기존 석유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저탄소 재료라는 장점을 추가로 가져온다”고 밝혔다.

미래가 기대되는 바이오플라스틱
그러나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경제성과 역사성에 있어 한계가 존재한다. 구 박사는 “기존의 플라스틱은 지난 50년간 노하우와 연구 데이터가 있어 바이오플라스틱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바이오플라스틱으로의 전환이 더 빨라지기 위해선 이러한 기술적 차이를 메꿔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더불어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과 비교할 때 강도가 약해 상용화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구 박사는 “바이오플라스틱은 더 이상 약한 강도를 갖지 않는다”며 “지난해 슈퍼 바이오플라스틱을 개발해 내구성을 높인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반론했다. 실제로 유럽 바이오플라스틱협회(EUBP)는 2025년 바이오플라스틱이 유럽 전체 플라스틱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진 회장은 “바이오플라스틱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고분자=매우 높은 분자량을 가지는 분자체. 구슬을 실에 꿰어 긴 목걸이를 만들 듯 작은 분자량을 가지는 기본 단위(단량체)가 화학 결합으로 긴 분자를 만드는 것.
*생분해=곰팡이, 박테리아, 조류 등의 천연 미생물에 의해 소재가 물과 이산화탄소, 부식토로 완전히 분해되는 현상.
*바이오매스=재생 가능한 자원을 지칭하는 말.
 
일러스트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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