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어느덧 5월, 겨울과 초봄에 앙상하던 풀과 나무들은 자신의 본성에 따라 푸르른 잎과 매혹적인 꽃으로 계절 속에서 자기 자리를 잡느라 분주하다. 우리는 이와 같은 분주함의 자연스러움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또 잠시나마 팍팍한 생활에서 벗어나 소소한 위안을 받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자유로운 의지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유학(儒學)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하였다. 이를 오늘에 맞게 설명하면, 사람들은 양심(良心)이라는 초석 위에서 각자 자신의 관심과 기호 및 재능에 맞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이루어 갈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함이 자연의 흐름처럼 자연스럽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어려움 없이 누리고 있을까? 자신이 바라는 삶을 자유롭게 경영하지 못하고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강요되는 삶을 살도록 내몰린 사람들이 많은 사회라면 이는 사회가 건강하지 못함을 알려주는 중요한 증세라고 할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는 곤경에 처한 사람에 대해 아예 무관심하거나 조그마한 도움을 줄 만한 여유도 가지기 어렵다. 맹자(孟子)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회에서 곤경에 처한 사람은 숨이 막힐 듯이 자신의 마음을 무겁고 답답하게 누르게 하는 사정(事情)을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 결국 앞날의 희망마저도 놓아버리게 된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를 개선하거나, 건강한 사회를 유지 및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경영하면서 견지하고 있어야 할 기본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여기서는 우선 가장 놓치기 쉬운 3가지를 꼽고자 한다.

첫째는 성실하게 자신을 돌아다보며 반성하는 자세다. 유학(儒學)에서는 한 사람의 발전이란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하였다. 비단 지식이라는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모른다면 자신이 고쳐야 할 부족한 점이 있는데도 이를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이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 가는 것이 발전인데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음을 말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증자(曾子)는 마치 일기를 쓰듯이 날마다 세 가지 측면에서 반성을 한다고 하였으며, 맹자(孟子)도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것에 성실한 태도를 강조하였으리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둘째는 용기 있게 자신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시인하는 정직한 자세다. 혹 처벌을 받을까, 현재 누리고 있는 지위와 경제적 이득을 잃어버릴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 특히 자신의 경쟁자의 비난과 비아냥거림을 감당할 수 있을까, 여러 무거운 걱정이 마음을 고통스럽게 짓누른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자신의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기를 두려워한다. 하지만 잘못에 대한 솔직한 시인과 책임 없이 진정한 반성은 있을 수 없고, 결국 자신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시인하고 책임지는 자세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계기가 된다.

셋째는 결연한 의지로 이러한 잘못을 고치려는 자세다. 시간이 흐르면 지난날의 잘못은 잊어버리기 쉽다. 반성하면서 느꼈던 고통도 이제는 무뎌진 감정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을 이겨내고 항상 지난날의 잘못을 잊지 않으면서 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저지르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자신의 발전을 완성시킬 수 있다. 공자는 사람들의 진정한 잘못이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오랜 시간 동안 힘들게 노력하여 고쳐낸다면, 오히려 여러 사람에게 신뢰와 존경을 받게 된다고 하였다. 이는 그 사람이 하는 일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인정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반성에서 시작하여 잘못을 시인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며, 오랜 시간 동안 같은 잘못을 다시는 저지르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은 그 사람의 발전이라는 성과를 낳는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은 그 사람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결국 그가 살아가는 사회가 건강할 수 있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한 사람의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한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덧붙여, 한 달 전 우리는 선거를 통하여 국회의원을 선출하였다.

맹자는 올바른 정치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는 모아다가 실현시켜주고 싫어하는 바는 시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다. 국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많은 국민들이 바라는 바는 이룰 수 있도록 하고 국민들이 싫어하는 바는 걱정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맹자의 좋은 정치란 오늘날 사람들에게 직접적이고 강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는 입법 활동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발전은 정치의 발전에 반영된다. 정치인들이 이러한 자세를 잃지 않을 때, 우리가 자유롭게 자신이 가장 바라는 삶을 경영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좀 더 빨리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공자(孔子)는 유력한 사람들의 잘못은 마치 일식(日食)과 월식(月食)을 보듯이 사람들이 다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공자가 정치를 하는 사람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여야 하고 잘못을 저질렀다면 쉽게 이 잘못을 숨길 수 없음을 강조하였음을 정치인들이 마음에 담아두기를 기대해 본다.

 

함윤식 초빙교수 학부대학
함윤식 초빙교수 학부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