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웅식 기자 (w00ngsik@skkuw.com)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패션산업
일상 속으로 녹아들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 필요한 시점

 

우리는 흔히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를 말할 때 ‘의식주’를 꼽는다. 이 중 우리 몸을 감싸는 의류는 환경과 공존할 수 있을까?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성공은 의류 소비 주기를 단축시키고 의류폐기물 생산을 가속화시켰다. 명품 패션 브랜드도 그들의 가치와 우아함 뒤편에서 지구의 수명을 갉아먹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과 거리가 멀어 보였던 패션산업에도 친환경이 꽃 피우기 시작했다.

아름답지만 지구에 치명적인 패션산업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어렵지 않게 다양한 의류를 만날 수 있다. 패션산업은 그 친근감 뒤에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패션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0% 정도를 차지한다. 또한 패션산업은 매년 항공산업과 해운산업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합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

패션산업은 이처럼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다양한 자원을 고갈시킨다. 패션산업의 경우 원료의 △생산 △가공 △운반 △전시로 이어지는 긴 공정의 각 단계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옷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양의 물 자원도 소비된다. 패션산업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전 세계 폐수의 약 20%를 누적 배출했다.

 
친환경과 손잡은 패션산업
산업화는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준 동시에 환경파괴를 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자연과 인간이 오랜 기간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범지구적 노력의 영향으로 패션산업도 변하고 있다. △생분해·유기농 소재 및 천연재료의 사용 △윤리적 소비와 경영 △재사용 및 재활용 등의 활동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 친화적인 패션도 새롭게 등장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컨셔스 패션’과 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 컨셔스 패션은 '의식 있는'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컨셔스(conscious)'와 패션(fashion)의 합성어로 윤리적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뜻한다. 패스트 패션과 달리 친환경적인 소재와 염색 방법 등을 이용해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하는 슬로우 패션도 주목받고 있다.

 
보다 친환경적인 의류를 위해
환경을 위해 의류의 기본이 되는 원료부터 변하고 있다. 면 소재의 원료인 목화는 재배 과정에서 많은 양의 농약이 사용된다. 패션산업은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유기농 면을 주목하고 있다. 유기농 면은 3년 이상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됐고, 가공 과정에서도 화학물질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의 경우 유아복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사용량을 늘려가는 추세다.

친환경적인 소재를 넘어 폐자원을 새롭게 활용하기 위한 노력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신소재가 이목을 끌었다. ‘나이키’는 남아공 월드컵 당시 총 25만 4000㎏에 달하는 버려진 페트병으로 △네덜란드 △대한민국 △브라질 등 9개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을 제작했다. 이런 노력은 명품 브랜드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프라다’는 낚시 그물이나 의류폐기물에서 모은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얻은 ‘에코닐’이라는 재생 나일론으로 가방 라인을 생산하는 ‘리나일론’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의류폐기물을 재사용하려는 움직임도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스위스의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은 *업사이클링 패션을 선보였다. 화물차 덮개용으로 쓰다가 폐품 처리 된 두꺼운 천막을 가방 몸체로, 자전거 바퀴의 튜브 고무는 가방 힘받이로, 차량용 안전벨트는 가방끈으로 재탄생시켰다.

 
친환경 패션이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려면
패션산업 속 친환경 트렌드의 가속화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장과 관련이 깊다. 전남대 의류학과 배수정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특성 중 하나가 가치 소비 혹은 개념 소비”라며 “그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금전과 시간을 더 소비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제품이 약간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환경보호 및 동물보호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브랜드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패션 산업의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조공정에서 폐기물 배출자인 사업자가 그 폐기물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소비된 이후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소비자가 버린 의류 폐기물의 경우 생활 폐기물이기 때문에 별도의 부담금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의류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책임감이 필요하다.

소비자로서 우리는 환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의류의 순환성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기 위해 의류를 공유하는 것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류를 공유하는 플랫폼인 ‘클로젯 셰어’는 대량으로 구매된 옷을 빌려줬던 기존의 패션 대여서비스와 다르다. 이용자 모두가 누구나 판매자이자 고객이 돼 입고 싶은 옷은 빌려 입고 안 입는 옷은 나눌 수 있다.

업사이클링 제품과 같은 친환경 패션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환경을 위한 하나의 노력일 수 있다. 그러나 △가격 △디자인 △품질 등의 이유는 친환경 패션 제품에 대한 실질적이고 꾸준한 소비를 어렵게 만든다. 유럽 섬유품질인증협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설문조사 대상자의 66%가 지속가능한 패션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구매 시점에서 구매한 사람은 37%에 불과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현재 소비자가 윤리적 소비를 원하면서도 친환경 제품의 비싼 가격과 품질에 대한 우려로 구매를 망설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이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생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교수는 “환경이 소비자가 직접 느낄 만큼 중요한 문제가 된 지금 기업의 노력만으로 지속적으로 소비가 가능한 제품의 생산이 어렵다면 정부 차원의 기술 지원이나 체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소비자의 의식 개선을 넘어 소비지가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생산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프라이탁'의 업사이클링 제품.
'프라이탁'의 업사이클링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