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유림 (yu00th@naver.com)

인터뷰 - '더 피커' 송경호 대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의 일상화 꿈꿔
내 삶 속 쓰레기 발견부터 시작하기
 

 

우리가 제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쓰레기가 발생할까? 서울시 성동구에는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의 과정에서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가게가 있다. 국내 최초 제로 웨이스트 가게인 ‘더 피커’의 송경호 대표와 건강한 지구를 위한 자원 순환과 소비문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까다로운 농부, The Picker
‘더 피커’는 포장 폐기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쓰레기를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가게다. ‘Pick’이라는 단어에서 가게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더 피커’는 환경 오염이 가속화되는 사회 속에서 지속가능한 제품을 까다롭게 선택(pick)하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있는 그대로의 작물을 수확(pick)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죠.

‘더 피커’에서는 다양한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다회용 빨대 △생분해 치실 △재사용 화장지 등 제로 웨이스트에 입문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 진열돼 있다. 또한 묶음별 포장이 돼 있지 않은 친환경 곡류와 견과류를 판매하기 때문에 손님은 직접 용기를 챙겨와 필요한 만큼 구매해야 한다.

‘더 피커’는 우리나라의 쓰레기 문제를 진단하는 과정에서 구상됐다. 송 대표는 환경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의외로 쓰레기를 훌륭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가 배출된 쓰레기는 훌륭하게 처리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양 자체가 매우 많아 문제가 나아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 가게를 기획했습니다." 그렇게 2016년 1월 국내 첫 제로 웨이스트 가게 ‘더 피커’가 문을 열었다.

 
제품의 생애주기를 고려하다
‘더 피커’의 제로 웨이스트는 제품의 △생산 △유통 △판매 △폐기라는 생애주기 속에서 이뤄진다. 가게는 생산 단계에서 환경 파괴 최소화 기준을 충족하는 생산자와만 거래한다. 유통 단계에서는 낱개 포장하지 않거나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을 선택하고, 판매 단계에서는 내구성이 좋아 소비자가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인다. 그리고 폐기 단계를 고려해 분리수거가 용이한 소재나 재활용 시 완벽한 자원화가 가능한 소재를 우선으로 선택한다.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 △유통 △판매 △폐기 과정을 모두 고려해 건강한 소비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 따라잡기
“초기에 비해 고객분들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졌어요.” 과거 한정적이었던 고객층이 현재는 다양한 성별, 연령대, 직업군을 갖는 사람들로 확대됐다. “미니멀리즘과 같은 유행이나 쓰레기 대란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특히 고객이 많아지고 다양해지죠.

현재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친환경을 추구하는 트렌드와 발맞춰 저변을 넓히고 있다. 그렇지만 송 대표는 친환경 유행 속 몇 가지 지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도 결국 소비문화와 관련되기에 수익만을 위해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기준 없이 물건을 판매하고 포장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는 상황이 걱정스럽죠. 소비자의 경우에는 친환경을 위해 기존에 쓰고 있던 지속가능하지 않은 제품을 바로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친환경을 위해 새로운 소비를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건강한 소비가
만드는 건강한 지구를 위해
송 대표는 ‘더 피커’의 최종 목표로 소비문화의 회복을 꼽았다. 플라스틱 개발 등의 기술 발전을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쓰레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어떻게 건강한 삶을 유지했었지’란 질문의 답을 찾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삶에 맞춰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관찰해봤으면 좋겠어요. 작은 노력만으로도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매일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라면 하루만 직접 요리해 먹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설득하고자 한다면 합리적인 소비에 대한 고찰을 일러주는 것이 효과적이에요.” 일회용품을 수거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세금과 대기 오염으로 인한 공기 청정기 구매와 같은 추가 비용을 고려해본다면 무엇이 합리적 소비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말 ‘더 피커’에서 건강한 소비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더 피커' 송경호 대표ⓒ 송경호 대표 제공
'더 피커' 송경호 대표ⓒ 송경호 대표 제공

 

'더 피커' 가게 내부 사진.
'더 피커' 가게 내부 사진.

 

 

'더 피커'에서 식재료 담는 모습. '더 피커'에서는 직접 들고 온 용기에 식재료를 담는다.
'더 피커'에서 식재료 담는 모습. '더 피커'에서는 직접 들고 온 용기에 식재료를 담는다.

 

저울을 통해 1g 단위로 가격이 매겨져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
저울을 통해 1g 단위로 가격이 매겨져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