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선정 (sunxxy@naver.com)

 

고객과 환경 모두 잡기 위해 변화하는 기업
혼자 갈 수 없는 친환경 사회, 모두의 노력 필요

전지구적으로 생태 환경이 변화하면서 야생동물은 오래전부터 서식지를 잃어왔다. 또한 쓰레기가 산과 바다를 뒤덮은 사진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9년 올해의 인물’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후손에게 물려줄 지구를 위해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제정된 ‘지구의 날’이 5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는 인류의 보금자리인 지구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지구를 지키려는 국제사회의 노력
각 나라는 환경오염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사회를 구현할 전략을 세우고 있다. 2015년 UN 기후변화협약총회에서 각국은 지구 기온이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파리기후변화협정'에 합의했다. 이 협약의 일환으로 협정에 동의한 국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올해부터 적용되는 파리기후협약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195개국 모두가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한다.

늘어가는 쓰레기에 토양과 해양 생물도 신음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고유의 특성상 많이 이용되고 잘 썩지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미국 조지아대에서 발표한
중국의 수입제한이 세계의 폐플라스틱 무역에 미친 영향이란 논문에 따르면, 중국은 25년 동안 세계 폐플라스틱의 72.4%를 수입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18년부터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을 포함한 폐기물의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수입 규제로 폐기물 처리가 어려워진 전 세계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재활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오는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 이상 줄이기 위한 방침을 발표했다.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붙여서 판 뒤 다 쓴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컵 보증금제도’를 도입하거나 배달·포장 음식에 제공하던 △비닐봉지 △쇼핑백 △일회용 식기류 등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규제를 검토 중이다.
 
친환경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기업
환경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과제가 됐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19에서 친환경을 넘어선 ‘필환경(Green Survival)’을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제시했다. 환경 문제가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에 다양한 기업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행에 맞춰 저렴한 옷을 빠르게 공급하는 SPA 브랜드의 제품은 값싼 염료와 원단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폐기 시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킨다. 또한 SPA 브랜드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은 소비자가 제품을 쉽게 구매하고 버리게 만들어 의류 폐기물을 증가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스웨덴 의류 브랜드 ‘H&M’을 비롯한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거나 옷을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 등을 진행하고 있다.

호텔도 다양한 환경 문제와 연관이 깊다. 24시간 운영되며 잦은 침구 교체를 진행할 뿐만 아니라 일회용품을 다량 사용하기 때문이다. 해외 호텔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어진 객실 키를 사용하고 음식폐기물을 생물 비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외식 업계도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기존 일회용 빨대를 종이 빨대로 교체하고 빨대가 필요 없는 컵 뚜껑을 도입했다. 또한 단기간에 땅속에서 자연분화 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로 식품 포장 비닐을 대체하고 있다.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그린워싱’ 문제도 드러나고 있다. 그린워싱이란 ‘그린’과 ‘화이트 워싱(세탁)’의 합성어로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는 기업이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건국대 경영학과 범상규 교수는 “원재료부터 제품 생산의 모든 단계의 요소가 친환경적이어야 진정한 친환경 제품”이라며 “제품 선택 시 구매하려는 제품이 정말 친환경적인지에 대해 꼼꼼히 확인하려는 소비자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환경운동연합(의장 박윤애·선상규·최영식) 김현경 활동가는 “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행동을 했을 때 불매운동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친환경 라이프, 환경 보호의 씨앗
정부 정책이 환경 문제에 민감해지고 기업이 친환경 전략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주축으로 하는 ‘그린 컨슈머’가 있다. ‘그린 컨슈머’란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소비행위를 통해 환경 보전을 추구하려는 가치관을 지닌 녹색소비자를 말한다. 범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매우 가치 지향적인 특성이 있어 자신과 생각이 맞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이재연(행정 14) 학우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운동에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제품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개인의 친환경 의식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생활에서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최대한 쓰려고 노력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가 대표적이다. 처음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알린 환경운동가 로렌 싱어는 △중고제품 사용하기 △포장된 음식을 사지 않고 재활용 병을 들고 받아오기 △필요한 생활용품 직접 만들어보기 등을 실천 방법으로 꼽았다.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한다는 국가을(정외 15) 학우는 “거북이 코에 빨대가 꽂힌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아 이후로 텀블러를 사용한다”며 “무심코 하는 행동이 자연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환경을 신경쓰려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 열매를 맺으려면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친환경을 위해서는 △기업 △소비자 △정부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범 교수는 “기업과 정부는 제조과정에서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는 국가에서 공인하는 친환경 인증마크를 최대한 확인하고 구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플라스틱만 아니면 된다는 마케팅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쓰레기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는 일”이라며 “플라스틱병을 유리병으로 바꿔도 유리병을 재사용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회용품 재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회용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 세대에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쓰레기를 분리배출을 할 때 묻어있는 음식물을 세척하고 비닐 테이프와 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도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김 활동가는 “‘최소한 이것이라도 해보자’는 태도로 차근차근 시작하면 친환경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며 개인의 태도 변화를 독려했다.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골칫덩어리가 됐다.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골칫덩어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