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발을 딛고 일어선 너, 우리 함께하자
홀로 발을 딛고 일어선 너, 우리 함께하자
  • 김정현
  • 승인 2020.05.26 11:27
  • 호수 1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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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소이프스튜디오 고대현 대표

허들링 커뮤니티 통해 보호종료아동끼리 연대해
보호종료아동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회 됐으면

 

소이프스튜디오(이하 소이프)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돕기 위해 세워진 여성가족부 지정 여성가족형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소이프는 ‘Stand On Your Feet(너의 발로 스스로 딛고 일어서라)’의 앞글자를 따서 지어졌다. 이름과 같이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소이프의 고대현 대표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소이프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양육시설에서 사진 출사 봉사활동을 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보호대상아동들과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대화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다. 그해 여름방학 때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는지 물어봤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아이들은 찾아오는 어른이 있어야 시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 대답을 듣고 아이들의 생산적인 활동을 위해 포토샵, 일러스트 교육 봉사를 시작했다. 같이 활동을 했던 아이들이 시설을 퇴소하자 보호종료아동 자립에 대한 문제를 실감했다. 아이들이 자립을 하고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직장에서의 차별 △집을 구하는 어려움 △학교에서의 차별 등의 문제가 있었다. 심각한 경우에는 범죄에 연루되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하고, 유흥업소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직접 보니 봉사활동에서 나아가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이프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크게 교육 분야와 디자인 분야가 있다. 교육 분야로는 소이프 아카데미와 허들링 커뮤니티가 있다. 소이프 아카데미에서는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포토샵,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디자인 직업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외부에서 그래픽 작업이나 리플렛 등 홍보물 작업을 맡기면 납품을 진행한다. 또한 자체적인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기도 하는데, 소이프 아카데미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디자인 분야에서 상품화하기도 한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나온 이미지나 스토리를 활용해 패션소품류를 제작하고 판매한다. 이를 판매해서 얻은 수익은 교육 분야에 사용하거나 자립정착금으로 지원한다.

 
허들링 커뮤니티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허들링 커뮤니티는 어려움을 겪는 보호종료아동이 도움을 받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후배와 친구를 위해 경험을 나누고 이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 ‘허들링’은 남극의 황제펭귄이 혹한기를 이겨내기 위해 뭉치는 활동이다. 어린 펭귄을 중심에 모아두고 어른 펭귄들이 겹겹이 벽을 만들어 에워싼다. 시간이 지나 바깥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질 때쯤 안쪽에 있는 펭귄들과 교대해 서로의 체온을 유지한다. 허들링의 의미처럼 보호종료아동과 함께하며 ‘우리 안에서 서로의 체온을 유지하자, 즉 삶을 유지시켜 줄 수 있도록 연대하자’가 허들링 커뮤니티의 목표다. 초반에는 몇 명의 보호종료아동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나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고, 활동이 여러 번 이어지다 보니 더 많은 친구들이 모이게 됐다. 그때부터 이 커뮤니티를 통해 보호종료아동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것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금전 교육(적금·통장 관리) △부수적인 생활교육(집 수리) △요리 교육 등을 가르치는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교육에 생활에 필요한 부분을 접목한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됐다.
 
허들링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보호종료아동의 변화가 느껴지는가.
한 보호종료아동은 23살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갑자기 대학교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의지만 있고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생계유지를 위해 다시 직장을 다니도록 다양한 취업지원을 해줬다. 다시 취업해 1~2년 정도 일을 하던 그 친구는 일본에 있는 디자인 대학을 가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를 위해 스스로 일본어와 디자인 공부를 했다.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는 것이 진정한 자립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기고, 스스로 무언가 해보려고 시도를 하는 것이 변화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전에는 사람들이 보호종료아동을 ‘고아’로, 아동양육시설을 ‘고아원’이라고 불렀다. 그러한 사회적 시선이 아직도 남아 있고 많은 사람이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보호종료아동이 시설을 퇴소하고 숨어버리는 것은 차별이나 선입견에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보호종료아동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따듯한 마음으로 다가가 줬으면 한다. 보호종료아동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소이프에서 디자인 외주를 받아 만든 물품. 사진 l 김정현 기자 jhyeonkim@
소이프에서 디자인 외주를 받아 만든 물품.
사진 l 김정현 기자 jhyeonkim@
소이프 아카데미를 통해 만든 양말세트.
소이프 아카데미를 통해 만든 양말세트.

 

소이프스튜디오 고대현 대표
소이프스튜디오 고대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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