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교수와 학생들은 서로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1학기 종강을 맞게 된다. 비극적인 일이다. 특히 성대생이 되고도 캠퍼스를 누비고 다니지도, 친구들을 만나지도 못한 신입생들과 유학생들에게 마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고 전에는 아무도 경험하지 못했던 한 학기였다. 이번 학기 모든 대학인들의 생활과 일과 공부 모두를 결정짓다시피 한 온라인 비대면 수업에 대해 돌아보고 진지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하여 불가피하게 갑자기 ‘현실이 돼버린 미래’를 더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아직 예측하기 조금 이르지만 당장 2학기 수업이 교실에서 ‘정상화’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한 학기동안 온라인 강의를 경험했던 교강사나 학생들 누구에게나 이제 그 장단점이 좀더 명확해지고, 대학당국과 정부 그리고 개인들이 무엇을 새로 해야 하는지도 보인다. 우리는 이번 학기 동안 ‘과연 대학 교육이란 무엇이며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 앞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보고 깨달은 것은 단지 비대면 수업과 미래에 대한 대비 부족 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교육의 한계이기도 했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의 장단점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누구든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더 질 높은 교육’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절실하게 더 필요하다는 사실 아닐까? 학기 초 뿐 아니라 지금도 교강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힘겨워하는 것은 단지 온라인 수업 방법이 기술적으로 낯설고 디지털리터러시가 낮아서가 아니었다. 온라인 수업은 그 자체로 준비와 소통에 훨씬 많은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점은 학생에게도 비슷했다. 학생에게도 더 많은 집중력과 추가 학습이 요구되었다. 결국 비대면 상황이 초래하는 소통의 결손과 교육의 질 저하를 벌충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습자 간에 더 많은 의사소통과 기술적ㆍ정신적 배려가 필요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수업 당 학생 수가 훨씬 더 적어져야 하고, 더 좋은 컴퓨팅 장비와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더 많은 수업 보조 인력이 필요하다. 이중 교수와 학습자가 또 대학당국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대학들은 더 많은 강의 분반의 개설과, 더 많은 교강사와 조교의 고용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당장 손쉽고 비용이 덜 들며 관료주의적인 방향에서 사태가 흐르는 데로 떠밀려가게 될까? 싸고 손쉬운 해결책만 추구할 경우 대학과 교수의 권위는 더 추락할 것이고, 등록금 반환 요구로 표현되는 학생들의 불만도 해결할 수 없다.

지난 5월 22일 민교협(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과 <포럼 대학의 미래>가 공동 주최한 관련 세미나에서 한양대 오영진 교수는, 비대면 교육의 실제적 의미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학생들을 평가하지 못하게 만들고 기존의 교수자의 권위를 무너뜨리며, 교수자라는 매개 보다 교재와 학생이 더 가까워지게 하며, 모든 교육 동선이 교무시스템에 의해 추적 관리되는 것이라 정리했다. 달리 말하면 오롯해진 것은 온라인 수업의 효용이 교실 수업에 비해 높을 수 없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기존 교실 수업의 한계다. 따라서 온라인 수업을 위한 시설과 노하우 뿐 아니라 기존 수업 및 평가 체계와 교무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해야 온라인 수업의 한계도 극복된다. 그러려면 할 일이 많다. 교수자 개개인도 수업에 대한 자세를 전환해야 하고, 대학은 이를 충실하게 뒷받침해야 하며 정부는 과감한 재정투자로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그것이 곧 고등교육 개혁일진대 그럴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가?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