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신문사에 처음 발 디뎠을 때가 생각난다. 어색한 공기와 산발적인 타자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려있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들을 겪을지 모른 채, 함께 할 사람들을 먼저 만났다. 처음에는 불편하기만 한 동기들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성향인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니. 무섭기만 했다. 그런데 곧 그들이 내가 신문사 생활을 버티게 해준 이유가 됐다. 이제는 얼굴만 봐도 힘이 되는 사람들이다.

한 편의 기사를 지면에 싣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자료조사부터 시작해 문건을 작성하고 편집회의에서 수차례 피드백을 거쳤다. 논문, 책, 인터넷에서 나름 열심히 기사거리를 찾았다. 밤새 쓴 문건은 편집회의에서 설명할 때가 되면 왠지 초라해보였다. 오고 간 피드백에 마음이 다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막상 취재를 시작하면 신이 난다. 가장 재밌을 때는 인터뷰를 하는 순간이다. 인터뷰이가 쉽게 알기 어려운 전문분야의 지식을 풀어 설명해 주실 때는 기사에 잘 녹여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번 호의 인물면 인터뷰를 할 때는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의 귀중한 이야기를 엿듣는 것 같아서 감사하고 죄송했다. 부족한 필력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제대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지면에 싣기 위해서, 기사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시간을 내어주신 모든 인터뷰이에게 감사하다. 물론 취재가 쉽지만은 않았다. 책 몇 권과 이전 인터뷰 몇 마디를 보고 찾아간 인터뷰이는 깐깐하기도 했고 며칠째 부재중인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 인터뷰를 할 때는 열심히 공부한 내용이 틀렸거나, 인터뷰가 예상한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식은땀이 흘렀다. 

여차저차 필요한 정보를 모두 수집하면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마감까지는 원고를 마르고 닳도록 본다. 마지막 순간에는 아쉬움과 뿌듯함이 섞인 묘한 감정으로 기사를 업로드 한다.

짧은 문단으로 축약했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힘든 과정을 견디게 해준 것은 동기들이었다. 각자의 기사를 쓰지만 함께 밤을 새던 사람들, 자기 일이 아닌데도 나서서 아이디어를 내주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무사히 신문사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모든 의미에서 내 나약함을 참아준 동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
정유리 기자 dbfl1222@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