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우산을 펼치며
기억의 우산을 펼치며
  • 김나래 기자
  • 승인 2020.06.01 13:44
  • 호수 1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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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년 전, 성대신문에 입사하기 위해 논술시험과 면접을 봤다. 아무것도 모르고 어영부영 보낸 1학년 1학기를 만회하고자 뭐라도 도전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처음 신문사에 입사해 선배 기자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의무학기인 3학기조차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걱정했었는데, 어느새 4학기라는 임기의, 학생 기자라는 지위의 마지막에 와있다. 마지막 회의가 있던 날, 함께 퇴사하는 동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은 생활이었다’는 말을 했다. 생각해보면 결코 무난하게 지나갔던 시간은 아니었다. 기자로서의 일에서 오는 정신적·체력적 부담감, 그리고 어느 집단에서나 그렇듯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까지. ‘성대신문에 오지 않았더라면…’ 하는 후회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마지막이 다가오자 머릿속에는 성대신문과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들이 가득했다.
 

기억은 왜 미화되는가
생각의 끝에서 ‘왜 항상 기억은 미화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집어 들었다. 심리학자 다니엘 레티히는 그의 저서 추억에 관한 모든 것에서 ‘과거의 기억에 대한 미화는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내일, 아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고, 이러한 불확실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곳, 즉 과거로 대피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인생의 백미러를 볼 때 장밋빛 안경을 쓰는 이유’가 더 좋은 기분을 가지기 위해서라며, 이 대피가 극적으로 이뤄지려면 과거의 기억이 더욱더 유쾌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과거의 기억이 유쾌할수록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쇄되기 때문에 이전의 기억이 원래보다 더 미화된다는 것이다. 테렌스 미첼은 이를 ‘장밋빛 회상’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어쩌면 내가 신문사에 대한 좋은 기억들만 떠올리는 이유도 익숙했던 신문사를 벗어나 겪어보지 못한 다른 세상을 마주하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배우이자 작가였던 피터 유스티노프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 바로 우리가 수십 년 후 동경하게 될 좋았던 옛 시절이다.” 기억은 쌓여서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고, 현재의 우리는 미래의 우리가 회상할 과거이다. 현재의 내가 과거에 매몰돼 현재를 즐기지 못한다면 미래의 나에게 단단한 쉼터가 돼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우리를 과거로 이끈다면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저자는 미래를 ‘창문 밖’으로 표현했다. 그는 ‘정신적인 창문으로 밖을 내다볼 용기가 없는 사람은 비를 맞지는 않겠지만, 동시에 햇빛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햇빛을 보기 위해서는 비를 맞아야 하는데, 피할 곳이 없다면 앞으로 한 발짝 내딛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은 우리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우산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렇게 말했다. “지나갔다고 울지 마라, 경험했으니 미소를 지어라.” 이 책, 그리고 성대신문 기자 생활이라는 나의 책의 한 장을 덮으면서 나는 우산을 펼치고 한 발짝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김나래 부편집장 maywing2008@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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