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현 (jhyeonkim@skkuw.com)

인터뷰 - '리듬오브호프' 이진혁 대표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재난적 의료비 환자 도와
직접적·실질적인 대학생 재능기부 이뤄졌으면

 

중증 질환으로 월소득에 비해 재난 수준의 엄청난 의료비가 발생하는 환자가 있다. 이들을 ‘재난적 의료비 환자’라고 한다. 리듬오브호프는 이러한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정부기구(이하 NGO)다. 희망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리듬오브호프의 이진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듬오브호프에 대해 소개해달라.
예술적 재능을 가진 봉사자가 모인 리듬오브호프는 콘텐츠를 만들어 소외계층, 특히 재난적 의료비 환자를 지원한다. 재난적 의료비 환자가 있는 가정은 가족 해체 등의 위기를 겪는 경우가 많다. 리듬오브호프는 이들에게 주로 캠페인을 진행함으로써 의료비를 지원한다. NGO 리듬오브호프 산하에는 △대학생 연합지부 △이화여대 지부 △일반인 지부 등 3개의 동아리가 있다. 사례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리듬오브호프에 직접 요청하거나 복지기관이 의뢰를 해야 한다. NGO 리듬오브호프는 사례가 적합한지 확인하고, 사례자의 상황을 간략하게 파악해 산하 동아리에 공유한다. 콘텐츠 제작에는 △디자인 △시나리오 작성 △작곡 △촬영 △편집 등의 분야에서 총 7명이 투입된다. 사전 회의를 통해 제작자끼리 상의를 하고 각자 분야에 맞춰 제작에 임한다. 피드백을 거쳐서 완성된 콘텐츠는 최종적으로 이를 의뢰한 기관에 전달된다. 사례자에게 직접 요청을 받은 경우에는 리듬오브호프가 콘텐츠를 가지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모금함을 열어 직접 모금을 진행한다.
 

리듬오브호프 활동에서 대학생으로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대학생은 기성세대보다 사회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정의롭게 접근하는 것 같다. 사회의 부조리함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부딪치거나 극복하려고 한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열정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덤벼든다. 그러나 대학생이라는 지위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았다. 대형 기관이나 정부 기관은 대학생이라서 상대를 잘 해주지 않으려 했다. 병원에 있는 중증환자를 대면하며 촬영하기 전에 허가를 받는 것도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사례자를 만났을 때는 좋게 봐주시는 경우가 많았다. 대학생이다 보니 대하기 어렵지 않아서 그런지 가족같이 대해준다. 그러면서 많은 교감을 나누게 되는 것 같다.
 

대학생의 재능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혜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재능기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이 재능기부를 하다가 복지기관에 의해 재능 착취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복지기관에서 예산 절감을 위해 기관이 해야 할 업무를 봉사자에게 미루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부분은 주의해야 하지만 대학생의 관점에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대학생이 재능을 기부하려고 할 때, 사례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연결되는 프로그램이 매우 적다는 것이다. 또한 재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영역도 제한적이다.

대학생이 많이 참여하는 교육 봉사의 경우,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해 할 수 있는 실질적·직접적인 재능기부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자격 기준이 보통 학교의 명성과 학업 성적이기 때문에 소수의 대학생들만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교육 자체에 대한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학생의 봉사활동 동기가 개인적 필요에 치중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학생이 개인적 필요에 의해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자발적이라도 봉사활동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개인적 필요에 의한 봉사활동은 자칫하면 기계적인 시간을 채우는 식으로 끝날 수 있다. 수혜자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자기효능감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봉사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하기도 쉽지 않다. 대학생 개인이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프로젝트를 개발했다고 해도 깊이 있게 진행하기 어렵다. 비록 개인적 필요에 의해 이뤄지는 봉사활동이라도 긍정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이를 강화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필요가 있다.
 

리듬오브호프의 앞으로의 계획은.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없어질 때까지 활동하고 싶다.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한도가 있고 많은 사람들을 지원해주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봉사자들이 더 많이 모여서 국가에서 하지 못 하는 일들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만약 재난적 의료비 환자의 어려움이 해소된다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보고 싶다.
 

'리듬오브호프' 이진혁 대표
'리듬오브호프' 이진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