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규리 (kimguri21@skkuw.com)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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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플랫폼에서 구매하는 한 화 단위의 웹소설 
안정적인 창작 환경 위한 지원 필요

지난 2월, 웹소설 사이트 ‘문피아’에서 연재된 웹소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누적 조회수 3000만 이상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완결됐다. 영화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와 5부작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소설 시장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에 웹소설 콘텐츠 산업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웹소설이 걸어온 발자취
웹소설은 웹에서 연재하는 소설로, 인터넷에서 공개·연재되는 형태를 갖는다. 다만 웹에서 연재되는 모든 소설이 웹소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에 『추상의 정원』 등의 작품을 연재한 김휘빈 작가는 “웹소설은 웹 기반, 장르소설, 연재 소설의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형태”라고 전했다. 웹소설에는 △게임 판타지 △로맨스 △무협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웹소설의 시발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PC통신에서 연재되던 『드래곤 라자』, 『퇴마록』 등의 작품은 탄탄한 작품성을 갖춰 인기를 끌었고, 지금의 웹소설의 초석을 쌓았다. 이어서 2000년대에 ‘문피아(당시 고무림)’, ‘조아라(당시 시얼리스트)’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이 연재됐고, 인터넷으로 공개된 작품이 단행본으로 출간돼 수익을 창출했다. PC통신 소설 혹은 인터넷 소설(인소) 등으로 불리던 다양한 작품이 웹소설이라는 용어로 통일된 것은 2013년이다. 네이버가 웹툰에서 차용한 ‘네이버 웹소설’ 서비스를 런칭하며 본격적으로 용어가 정착됐다.
 

웹소설 시장의 상승세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웹소설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웹소설 시장 규모는 4000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15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CP업체인 ‘디앤씨미디어’는 웹소설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상장 기업이 되기도 했다.

웹소설을 가공한 콘텐츠 또한 증가하고 있다. 동명의 웹소설을 바탕으로 영상화된 작품으로는 『구르미 그린 달빛』, 『김 비서가 왜 이럴까』 등이 대표적이다. 인기 있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화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CP업체인 와이엠북스(대표 김기선)의 관계자는 “고정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좋은 웹소설 작품을 웹툰화하면 초반 마케팅에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며 웹소설의 웹툰화가 활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웹소설이 인기 있는 이유
웹소설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서은영 교수는 “고생하기는 싫고 성공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나 좋은 집안의 딸로 태어나 모든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다는 열망이 웹소설에 투영되기도 한다”며 “이렇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거나 금기시되는 욕망이 들끓는 콘텐츠가 웹소설이다”라고 말했다.

작가가 되는데 별다른 조건이 없다는 점도 웹소설의 흥행에 기여한다. 등단이나 출판 계약이 웹소설 작가의 필수 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아마추어 게시판에서 작품을 연재하다가 출판사로부터 컨택을 받거나, 직접 출판사에 투고해 유료 연재를 한다.

웹소설은 형식적 제약이 적어 클리셰를 실험하는 등의 다양한 창작 도전이 가능하게 됐다. 양세윤(국문 17) 학우는 “‘악녀’를 부각시키는 로맨스 소설의 클리셰와 달리 ‘네이버 시리즈’의 『재혼 황후』에서는 제1악역이 남성 권력자라는 점이 신선했다”며 “부서지는 클리셰를 보며 웹소설을 즐겁게 읽었다”고 말했다.
 

웹소설, 한 화 단위로 이야기를 팔다
웹소설은 단행본처럼 한 번의 구매로 이야기의 전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매 화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소비된다. 이런 점은 웹소설의 독특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냈다. 인터넷 소설이 발표되던 시기의 수익은 단행본을 중심으로 산출됐다. 인터넷에 올린 소설이 인기를 끌면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연락해 책을 냈다. 이에 반해 웹소설은 플랫폼에서의 유료 연재를 통해 소설을 판매한다. 독자는 100원 정도의 가격으로 한 화씩 소설을 구매해 읽는다. 김 작가는 “웹소설은 연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웹상에서의 결제가 바로 수익으로 이어진다”며 웹소설의 수익 구조가 작가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웹소설의 판매 전략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모바일 게임이 가진 소액 과금 체계 덕분이다. 성신여대 문화내러티브 전공 김준현 교수는 “서비스의 주요 이용자인 10~30대의 소액 과금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줄어들었다”며 “소액 과금 체계의 익숙함은 독자가 게임의 아이템을 구매하듯이 웹소설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앞으로 웹소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웹소설의 구매 방식은 안정적으로 정착했지만 매체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한 화의 단위가 서사를 드러내기에 짧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장편의 웹소설에서는 전개가 늘어지는 것처럼 읽히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네이버 웹소설에서 『그 기사가 레이디로 사는 법』 등을 연재한 성혜림 작가는 “‘사이다’가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2화 정도의 분량이 경과하게 되면 소설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자연스럽지만 웹 연재 상으로는 늘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면서 독자의 욕망과 부합하는 콘텐츠가 풍성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는 성인물이 없는 카카오페이지가 자극적인 내용을 15세 이용가로 편집한 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김 작가는 “한국은 오락에 보수적인 사회”라며 “문제의식이 대두돼 검열이 강화된다면 업계 전반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공한 작품의 요소를 모조리 베껴서 상품화하는 현상도 창작을 저해하는 요소다. 이에 김 작가는 “성공한 아이디어를 최초로 구상한 작가가 금전적으로 보상 받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품의 공백기에 대한 불안 또한 존재한다. 카카오페이지에서 『날것』 등의 작품을 연재한 주아리 작가는 “전업 작가들은 걱정이나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며 “주위의 작가들과 불안의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작가가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구조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실정이다. 서 교수는 “이야기 산업에서 웹소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방증됐다”며 “다양한 작가군을 발굴하고 트레이닝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양질의 콘텐츠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와이엠북스 관계자는 “웹소설이 웹툰, 드라마, 영화 등의 영역으로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원작 소스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P=‘Contents Provider’의 약자로, 플랫폼과 작가 사이에서 작품을 관리하는 일종의 매니지먼트 업체를 의미함.

ⓒ성혜림 작가 제공
ⓒ디앤씨 미디어, 성혜림 작가 제공
 
ⓒ주아리 작가 제공
ⓒ잇북, 주아리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