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0614smj@skkuw.com)

인터뷰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육성복원연구과 강원석 박사

용도와 환경을 고려하는 산불피해지 복구계획
“복원의 성공과 실패 기준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

불꽃이 져도 흔적은 남는다. 산불피해지의 토양이 회복하기까지는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산불피해지 복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국립산림과학원(원장 전범권) 산림육성복원연구과 강원석 박사에게 산불피해지 복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산불피해지 복구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을 설명해달라.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면 피해조사를 해 복구계획을 수립한다. 산불피해지 복구는 크게 자연복원과 인공복구로 나눌 수 있다. 자연복원은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복구 방법이고 인공복구는 사람이 인공적으로 숲을 조성해 피해를 복구하는 방법이다. 자연복원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급경사 지역과 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생태계보전지역에서 시행한다. 인공복구는 그 외 지역에서 시행하며 용도에 따라 목재를 생산하는 목재생산림, 주민 거주환경의 질을 향상하는 생활환경 보전림 등의 유형으로 나뉜다. 산림의 용도는 주로 지자체나 산주의 의견에 따라 결정되지만, 환경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숲에 도로가 존재하지 않으면 목재를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목재생산림을 조성할 수 없다. 또한 보기 좋은 편백을 심어 생활환경 보전림을 조성하고 싶어도 남부에서 자라는 편백을 북부에 심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론적으로 산림 경영상 적합한 용도와 환경을 함께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 그에 맞는 종을 심어야 한다.
 

용도에 맞는 종의 나무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산림의 용도가 다르듯이 나무 또한 용도가 각각 다르다. 생태계를 급히 안정화할 필요가 있을 때는 생장이 빠른 자작나무, 사시나무 등을 먼저 심는다. 이 나무들은 빠르게 성장해 다음 나무가 안정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목재생산림과 같이 경제적인 목적을 이유로 조성하는 숲에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종의 나무를 심는다. 그러나 한 가지 종의 나무만 심을 경우에는 나무가 잘 자라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경우 그 나무의 생장을 돕는 다른 종의 나무를 심으면 생태계 안정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낙엽송은 자랄 때까지 다른 식물과 경쟁한다. 이때 낙엽송을 돕는 다른 종의 나무를 심으면 그 나무가 낙엽송 대신 다른 식물과 경쟁해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한다. 결국 낙엽송은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한편, 나무를 심고 나서 주변에 다른 경쟁자가 자라지 않도록 주변을 덮어놓는 방법도 있다.
 

산불피해지의 생태계가 변화하는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산불피해지의 생태계에서 어류는 산불 발생 후 3년, *수서 무척추동물은 9년이 필요하고 야생동물은 35년, 토양은 100년 이상의 시간이 있어야 회복할 수 있다. 이러한 지표에 시차가 있는 것은 생태계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에서는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하나도 줄지어 무너진다. 예를 들어 토양을 보호해주던 낙엽이나 뿌리들이 산불로 소실되면 토양침식이 일어나는데 이 침식과정에서 생긴 흙이 계곡으로 흘러내려 어류가 피해를 본다. 어류가 피해를 보면 주로 어류의 사체를 먹고 사는 수서 무척추동물은 생존하기 힘들다. 반대로 생태계가 회복하는 과정도 이와 유사하다. 나무가 자라고 그 잎이 땅에 떨어져 썩어야 미생물이 활동한다. 그 미생물의 활동으로 양분이 생성돼야 숲이 완성되고 야생동물이 돌아온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완전히 회복된 숲이 존재하지 않는다. 맨눈으로 봤을 때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됐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나무의 생장이 더디고 토양의 힘이 부족해 토양침식이 일어나는 숲이 많다. 특히 침엽수림이 불탄 곳은 더 심각하다. 원래 흙에다가 물을 부으면 흙이 물을 흡수한다. 그러나 침엽수림에 산불이 날 경우 침엽수 잎의 기름 성분이 타면서 흙 알갱이를 코팅한다. 결국 코팅된 흙 알갱이는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토양침식을 막지 못하게 된다.

산불피해지 복구 연구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연구는 주로 '장기 생태 연구(LTER, Long Term Ecological Research)'에서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측정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2만 3000ha의 임지가 불탄 2000년도 고성·삼척 산불 피해지역을 장기 생태 연구지로 지정해 앞으로의 복구계획 수립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이 지역에서 토양 조사와 함께 나무, 야생동물까지 다양한 생물을 연구하고 있다.

산불피해지 복구에 대한 연구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완벽하게 산림이 복구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조금 더 연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산림 복구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것도 향후 연구자의 몫이다. 지금 진행 중인 장기 생태 연구지 모니터링을 계속하면 해당 기준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수서 무척추동물=주로 하천이나 호수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0.5㎜이상의 무척추동물을 일컫는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육성복원연구과 강원석 박사ⓒ강원석 박사 제공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육성복원연구과 강원석 박사
ⓒ강원석 박사 제공
고성 산불피해지의 피해 직후(1996년)ⓒ강원석 박사 제공
고성 산불피해지의 피해 직후(1996년)
ⓒ강원석 박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