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0614smj@skkuw.com)
일러스트 |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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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양간지풍이 동해안 대형산불 일으켜
산림 지키는 산불위험예보시스템과 산불확산예측시스템

 

지난 4월에 발생한 안동 산불과 지난달 발생한 고성 산불은 우리 사회에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안동·고성 산불 외에도 산림청의 ‘2019년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440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산림 857ha(헥타르, 1만m2)가 매년 불타 사라졌다. 우리의 강산을 위협하는 산불,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양한 요소와 연관된 산불학의 세계
산불학은 생태계에 극단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불에 대해 △예방 △진화 △복구 단계로 나눠 연구하는 응용학문이다.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전공 채희문 교수는 “산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며 “기상학·열역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학·심리학적 요인까지 개입한다”고 설명했다. 산불학은 미국, 호주 등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본격적으로 연구됐다. 산불은 산림 내에 존재하는 각종 구성물을 연소시키며 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산불은 △산소 △연료 △열에 의해 발생하며 기상 조건이나 지형 조건에 따라 확산 여부가 결정된다.
 

산불을 부추기는 다양한 원인
우리나라 산불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부분 부주의에 의한 발화다. 산림청이 발표한 ‘2020년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 산불 발생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불 발생은 사람에 의한 것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실제로 지난달 1일 강원 춘천시에서 일어난 산불은 입산자의 실수가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봄철 기상 조건에서는 한순간의 방심이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 산림청의 ‘2019년 산불통계연보’에서 최근 10년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보면 사계절 중 봄철(3월~5월)에 60%의 산불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봄철에 가장 많은 산불이 발생하는 이유는 비가 적게 내려 건조한 가운데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산불이 발생하기 쉬운 기상 조건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형산불의 원인이 되는 양간지풍 역시 봄철에 발생한다. 양간지풍은 기압 차로 인해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하는 바람이다. 차가운 바람이 서풍을 타고 백두대간을 넘는 순간 *역전층을 만나 순간적으로 압력이 높아지면서 거센 바람을 일으킨다. 양간지풍이 불 때 산불이 발생하면 불씨가 순식간에 수백 미터가량 날아가 번진다. 지난해 4월 4일∼6일 고성·속초와 강릉·동해 부근에서 연이어 발생한 산불 역시 양간지풍이 원인이었다.
 

산불을 예측하라, 산불위험예보시스템
우리나라에서는 산불 예방을 위해 국립산불위험예보시스템으로 산불을 예측한다. 국립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기상 조건이나 지형 조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산불위험도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보전연구부 윤석희 연구원은 “이 시스템에 고려되는 요인은 △기상적 요인 △임상적 요인 △지형적 요인이 있다”며 “그중 기온·습도와 같은 기상적 요인은 다른 요인과 다르게 늘 변화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산림의 특성을 반영하는 임상적 요인은 대표적으로 침엽수의 유무에 영향을 받는다. 침엽수는 잎에 기름 성분이 있어 불을 오래 지속시키며 불이 붙은 솔방울이 *비화에 의해 바람에 날려가 불이 번지기 쉽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고성 산불은 침엽수인 소나무림 지역이라 피해가 컸고, 지난달 1일 발생한 고성 산불은 그렇지 않아 피해가 적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형적 요인에서는 방위를 고려한다. 산의 남사면은 북사면보다 빛에 노출되는 양이 많아 산불 발생 위험이 더 높다. 이렇듯 세 가지 요인으로 구성되는 국립산불위험예보시스템은 최근 소각산불징후예보도 시행하고 있다. 소각산불은 쓰레기나 볏짚을 태우다 그 불길이 산으로 옮겨붙어 산불이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윤 연구원은 “과거의 기후 패턴과 실제 산불 사례, 소각 빈도를 분석해 소각산불의 징후를 예측할 수도 있게 됐다”고 밝혔다.
 

불길을 잠재우고 산을 재건하고
산불의 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산불이 발생할 경우, 산불의 진화는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을 활용한다. 산불확산예측시스템은 발화지의 위치와 기상 조건 및 지형 조건을 분석해 시간대별 산불확산경로와 산불 강도를 예측한다. 산림청 산림방재연구과 김성용 연구원은 “기상 조건 중 특히 풍향과 풍속이 중요하다”며 “일례로 지난달에 발생한 고성 산불은 최대 32m/s의 강한 서풍이 불어 시간당 2km의 확산 속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산불을 저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선인 진화선을 설정하고 주요 시설물을 보호하는 등의 산불 진화전략을 수립한다. 김 연구원은 “지난달 고성 산불에서 확산 경로를 예측해 진화선을 구축한 덕분에 산불이 더 확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산불 진화전략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지상 진화와 헬기를 이용한 항공 진화로 나뉜다. 먼저 산불재난특수진화대는 헬기가 뜨지 못하는 복잡한 지형의 잔불을 진화하거나 야간작업을 수행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장비는 굵은 일반 소방전용 호스와 다르게 산불 진화전용 차량과 이어지는 100m 길이의 얇은 15mm 두께 호스다. 진화선을 구축할 때는 연료가 되는 낙엽 등을 긁는 불갈퀴가 활용되기도 한다. 동부지방산림청 안창영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산불의 범위가 넓거나 끊임없이 다시 불이 일어날 경우 직접 *등짐펌프를 지고 가 진화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원은 “이번 고성 산불은 난이도 ‘중’ 정도였다”며 “비교적 진화하기 쉬웠지만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초동진화에 실패했다면 강풍으로 인해 큰 산불로 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항공 진화는 안전상의 이유로 낮에만 진화가 가능하며 거센 주불을 진화할 때 주로 쓰인다.
 

산불학의 미래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강수량이 줄고 기온이 증가해 산불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채 교수는 “산불 위험은 늘 존재할 것”이라며 “산불에 대한 관심이 꾸준하게 증가함에 따라 산불학 관련 전문가도 늘어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 교수는 “산불과 같은 재난재해 관리에 관심이 많은 나라가 선진국”이라 덧붙이며 “우리나라도 앞으로 빠르면 10년 안에 민간 주도의 산불 연구소까지 설립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망을 밝혔다.
 

*역전층=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상승하여 있는 기층.

*비화=대류 현상에 의해 발생한 강풍에 불씨가 날려 다른 지역에 발화하는 현상.

*등짐펌프=액체를 채울 수 있는 용기와 어깨끈 그리고 손 펌프가 달린 휴대용 물뿌리개.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산불을 진화하는 모습ⓒ안창영 대원 제공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산불을 진화하는 모습
ⓒ안창영 대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