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현 기자 (jhyeonkim@skkuw.com)

잘 쓰고 싶다는 욕심에 취재후기를 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편집회의에 들고 가야 할 문건을 쓰다가 혹은 기사를 쓰다가 막히는 순간이 오면 성대신문 홈페이지에서 선배들의 취재후기를 읽고, 또 읽는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과 잘 다듬어진 문장에서 공감을 하기도,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나에게는 ‘취재후기’가 단순하지 않았다. ‘사실’만 가득한 지면 속에서 취재후기는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코너라고 늘 생각해왔다. 내 신문사 생활의 마침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풀어낼 자신이 없어 애꿎은 펜만 들었다 놨다 반복했다.

수습일기에도 썼듯이 어느 순간부터 내가 담대해지기를 바랐다. 신문사 생활을 할 때도 담대하게 모든 일을 잘 해낼 수 있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나의 신문사 생활은 담대하지 못한 날의 연속이었다. 사회부 기자를 하며 평소에는 접할 수 없던 교수님과 전문가들을 여러 번 만났다. 수많은 인터뷰이에게 보냈던 인터뷰 요청 메일로 보낸메일함은 가득한데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다. 모든 것들이. 인터뷰 요청 메일을 쓸 때 무슨 말을 써야 기분 좋게 요청을 받아들일까 고민하며 몇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다. 다 쓴 메일도 몇 번이고 확인한 다음 다른 기자에게 이렇게 보내면 괜찮을지 물어본다. 괜찮을 것 같다는 대답을 듣고도 보내기가 두려워 망설이다 눈을 꼭 감고 보내기 버튼을 누른다. 인터뷰이 음료를 사는 사소한 순간에도 무슨 음료가 적당할지 한참을 고민한다. 담대하지 못한 이는 늘 그렇게 긴장 속에 머문다.

사실 신문사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주도에 사는 탓에 수차례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지난 1학기에는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단 한 칸의 방도 없었다.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만큼 꽤 힘들었다. 기사를 쓰는 도중에 한계를 깨닫고 두 시간 동안 울었던 날도 있었다. 그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힘들었던 순간들을 알고 작년으로 돌아간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하겠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지만, 성대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나 자신이 조금은 담대해졌기 때문이다.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해 침대에 틀어박혔던 집순이가 곳곳을 다니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데면데면하게 굴던 쫄보가 이런저런 얘기를 스스로 꺼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장과 더불어 신문사 생활은 나에게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는 커다란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같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사람들.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정말 좋은 사람들.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게 큰 배움이 됐고 위로가 됐다. 모든 걸 놔버리고 싶었던 순간마다 버팀목이 되어줘서 고마웠다. 

조금의 담대함과 사람이라는 커다란 행운을 가지고 신문사를 나서야지. 취재후기를 쓰고도 조금 더 신문사에 머물겠지만, 이 한마디를 꼭 하고 싶었다. 성대신문 안녕.

 

김정현 기자 jhyeonkim@skkuw.com
김정현 기자 jhyeonkim@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