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한해의 끝에 신문사들은 해당년도를 잘 표현하는 사자성어를 뽑는다. 만약 올해의 성균관대학교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를 뽑는다면 단언컨대 인의예지가 될 것이다. 이미 성균관대학교 커뮤니티에는 많은 학생이 인의예지와 관련된 글을 썼고 이제는 하나의 밈이 되었다.

인의예지가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뜨거운 단어가 된 것은 2020학년도 성적 평가와 관련된 질문에 대한 총장의 답변으로 시작된다. 코로나 장기화로 대부분의 대학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적 평가는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교수 재량으로 A 비율을 40%, B 비율을 100%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하는, 완화된 성적 평가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부정행위 논란은 많은 학생으로 하여금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 혹은 P/F를 요구하게 했다.

실제로 한 수업의 학생은 시험 문제를 외국 실시간 답변 사이트에 올려, 거기서 답변을 요청했으며 어떤 수업에서는 시험 시간에 해당 수업의 수강생들끼리 오픈 카톡방을 이용한 정황이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균관대는 소통하라”는 문구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만드는 등 기존에 제시한 성적 평가가 아닌 다른 대안을 학교에 강력히 요구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2020학년도 1학기 성적 평가가 절대평가 혹은 선택적 P/F로 이뤄지는 것이 옳았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 많은 학생들 이러한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그만큼이나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왜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학교 측에서 제시한 방안이 아닌 다른 대안을 요구했는지 그리고 총장의 인의예지 발언에 자괴감을 느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앞서 말했듯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 과목들의 경우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물론 부정행위의 경우는 부정행위를 하는 개인들이 잘못이지만 현실적으로 학교 측에서 이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만약 부정행위가 존재했다면 정정당당하게 시험을 본 다수는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논란은 몇몇 대학들이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평가 방식을 바꾸게 만들었지만 성균관대학교는 성적 비율 완화만을 고집했다. 이 부분에서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은 취업 혹은 대학원 진학 관련 과정에서 경쟁해야 하는 다른 대학교 학생들과의 학점 경쟁을 자연스럽게 걱정하기도 했다. 

총장은 이러한 걱정을 하는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에게 인의예지가 있는 성균인들을 믿는다는 위로를 건넸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는 인의예지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 사회에서 우리는 객관적 수치만으로 평가를 받는다. 대학교의 이름, 학점, 대외 활동 그리고 수상 경력 등으로 20대는 본인의 청춘을 평가받는 것이다. 

“성균관대는 소통하라”라는 문구가 대형 포탈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가게 했던 가장 큰 근본적인 이유는 학생들이 가장 민감한 사항 중 하나인 학점에 대해 학교 측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교 측에서 절대 평가 혹은 선택적 P/F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또한 학교 측에서 성적 비율을 완화하고 시험을 응시할 때는 카메라로 녹화를 하게 하는 등 성적 평가와 관련하여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만큼 학생들이 학점에 왜 그렇게 민감한지에 대해 공감하고 소통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너무나 아쉬울 뿐이다.  


 

은형석(영문 16)
은형석(영문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