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2020년의 세계는 기록적인 기후변화와 유래 없던 전지구적 전염병, 그리고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산가격의 폭등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언뜻 보면 서로 무관한 듯한 현상이지만 기저에는 산업혁명 이후 멈출 수 없었던 인류의 욕망과 과학기술에 대한 신앙적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를 강타한 기록적 강수량과 남반구의 이상고온은 더 이상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 없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고생대와 중생대를 거쳐 수 억년 동안 지층에 고정한 탄소를 산업혁명 이후 300년간 대기로 날려보낸 대가이다. 결국,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중단을 선언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기차로의 전환이 올 해 코로나로 인한 의도치 않은 탄소 배출 저감만큼의 효과를 가져올지 의문이다. 여전히 전력 생산의 화석연료 의존도는 가장 높을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원적 기술 개발은 답보 상태이다. 일부의 재생 에너지 확대 전략은 구체제의 기득권과 지속적인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으며, 원전에 대한 퇴행적 논의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코로라를 위시하여 새로운 바이러스의 위협은 결국 탄소 방출과 마찬가지로 일부 숙주와 함께 고립된 생태계에 갇혀 있던 바이러스들의 봉인을 풀어버린 결과이다. 아마존 밀림, 아프리카 정글, 그리고 중국의 오지까지 인간의 욕망을 확대한 대가이다. 매번 백신과 치료제가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하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은 확대 반복되고 있다. 남극의 동토에 또 어떤 포악한 바이러스가 봉인해제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해서도 인류는 완전한 기술적 해결책을 갖기 어려우며, 그렇다고 인류의 욕망을 제어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역설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에너지 소비량과 미세먼지의 감소는 인류세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진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글로벌 경제 위기에 풀린 돈들은 전세계를 돌며 실물 자산의 가격을 걷잡을 수 없이 폭증시키고 있다. 애플의 자산 총액은 대한민국의 GDP를 넘어섰고,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테슬라는 시가 총액 1위의 자동차 회사가 되었다. 공학적 견지에서 보면 애플의 기술적 진보는 이미 오래 전부터 답보 상태이며, 테슬라 역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자율주행 사고를 볼 때 주가에 맞는 혁신 기술을 어디에 숨겨 놓았는지 알 수 없다. 현재의 자산 가격 폭등은 혁신 기술의 가능성보다 독점적 시장 지배력 또는 미래의 독점을 기대하는 욕망의 반영으로 보인다. 그러나, 20세기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견인했던 그리고, 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의 동력이 되어야 할 반도체 기술은 이제 거의 한계에 부딪혔고, 새로운 해결사로 주목받던 나노 기술은 아직도 학술 저널들의 페이지만 채우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 사태는 바이러스의 독성이 약화되고 백신이 개발되면 조만간 종식되겠지만, 우리에게 이미 경험한 쾌락에 대한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며, 그 욕망의 일부를 제한하였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온난화도, 코로나도 완벽하게 해결할 과학기술을 갖고 있지 못하며, 앞으로도 그러한 과학기술혁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울러 현재 폭등한 자산가격을 진정한 가치로 전환시킬 혁신 기술의 실체도 모호하다. 결국, 기후변화와 코로나의 유행은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지속적으로 물적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인류의 환상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근대 들어 인류가 실제 행한 것은 지구의 엔트로피를 폭증시킬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뿐이었는지 모른다. 인류는 이제 과학기술의 만신전 앞에서 기도를 멈추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생존 방식을 같이 고민해야 할 시대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