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했고, 얼마 후 사망자가 나타났을 때 그간 수없이 발생했지만 얼마 후 지나가 버린 바이러스 중 하나일 걸로 생각했다. 중국에서 급속하게 확산될 때, 긴장은 했지만 아직 ‘강 건너 불’일 뿐이었다. 그리고 곧 대구에서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하루에도 수백명씩 확진될 때, 우리는 비로소 공포를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정부와 의료진의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제약기업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여름 쯤이면 바이러스의 종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은 모두 마스크 속에서 안도를 느끼면서, 일상으로 복귀를 희망했다. 

지난 3월 캠퍼스에 봄이 왔지만, 학생들은 오지 않았다. 모두가 혼란스러웠고 두려웠다. 아무도 오지 않은 강의실에서 하게 된 녹화는 늘 낯선 경험이었다. 생살을 깨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내의 경험과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캠퍼스의 식당과 서점, 카페가 문을 닫고, 주변에서 폐업하는 편의점과 음식점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우리에게 다가온 위기를 실감하게 되었다. 한 학기가 끝났을 때, 수업을 같이 한 학생들이 누구인지, 수업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는 감정도 낯설었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과 주변을 변화시켰다. 사실 COVID-19이라고 하는 특정 바이러스를 경험하고 대응하는 가운데 우리 스스로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다. 가족과 주변에서 생계가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주변에도 늘 텅 비어있거나, 점포 정리하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간 성균관대학 공동체의 일원이었던 이웃이었다. 코로나로부터 고통받는 가족, 동료, 이웃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사회 취약계층에게 훨씬 더 무거운 고통으로 다가왔다.        

내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이웃과 사회가 안전해야 한다는 점도 실감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협력이 없다면, 결국 우리 모두의 생존은 위협받을 수 밖에 없음을 매일 매일 실감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정부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환경과 생태계와 관계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계기였다. 거대한 외계 세계의 침입도 아니고 지구상의 강대국 간 전쟁도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라는 존재로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인간이 파괴한 생태계는 언제든지 예상하지 못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바이러스와 같은 위협은 우리 인류가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기 위해 구축한 수송 시스템과 생산·소비 시스템을 통해서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스스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어디에서 우리는 멈춰야 할까,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서로에 대해 무한히 벌여야 하는 경쟁을. 실적주의라는 관념을 바탕으로 모든 걸 점수화하고 서열화해서 자원과 가치와 기회를 몰아주는 체계에서 동료와 이웃과 연대하고 배려하는 규범을 익힐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서 실적이라는 이유로 계층 간 소득격차는 심화되고 기회의 공정성은 상실될 때, 우리는 하나의 공동체, 사회로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어느 지표로도 우리 사회의 불공정성과 사회적 차별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분만 할 수 있다면, 불공정과 차별은 당연한 것이 우리 사회의 일상적 규범이 되었다. 여성과 남성 간, 대졸자와 중고등학교 졸업자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고용률과 임금률 격차는 최고 수준이다. 소기업의 근로자는 중견·대기업 근로자 임금의 3분의 1 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임금의 절반인 것이 현실이다. 이 정도 수준의 차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코로나와 같이 살아야 하는 시절, 이웃과도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기회이다. 주변에 문을 닫아야 하는 소상공인의 불행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어쩌면 계속될 수도 없음을 생각하는 날들이다.  

일러스트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김상태 조교수 글로벌리더학부
김상태 조교수 글로벌리더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