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열쇠가 된 QR코드지만
코로나 속 열쇠가 된 QR코드지만
  • 박민주 편집장
  • 승인 2020.09.07 15:14
  • 호수 1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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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완벽한 익명의 장소다. 그러므로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이는 항성 간의 사이만큼 멀기만 하다.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은 그의 논문 대도시와 정신적 삶에서 “현대의 대도시는 생산자가 알지 못하는 고객을 위해 생산하며 유지된다”며 “이 때문에 고객과 생산자 양측의 이해관계는 몰인정한 객관성을 띠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200여 년이 지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단골이 아니고서야 도시의 점원과 고객 사이의 친밀감은 요원한 이야기다. 마스크를 생활 속에서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된 점도 사람들의 거리를 떨어뜨린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는 도시의 익명성에도 흠이 가는 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이후부터 카페에서도 QR코드를 찍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됐다. 수기로 출입을 기록하는 방식보다도 개인 간의 접촉을 최소화해서다. 그러나 모바일 메신저를 켜고 몇 번의 터치 끝에 QR코드를 기계에게 인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게 느껴진다. 우리 학교를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 학교 모바일 학생증의 QR코드인 점만이 다를 뿐이다. 길거리에 즐비하게 놓인 한 식당, 혹은 책방, 옷가게를 잠시 들르게 되더라도 기록은 남는다.

일부에서 QR코드를 통한 전자출입명부 작성(KI-Pass)의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점화된 데에는 이러한 배경이 따른다.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이른바 ‘빅 브라더’에게 감시받는다고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QR코드를 처음 발급받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수집·제공에 동의를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모인 개인정보가 오용될 수 있다는 두려움은 떨쳐내기 어렵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등장한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시민을 감시하는 거대한 세력을 통칭한다. 조지 오웰이 그렸던 세계는 분명 현대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만, 1984 속 끊임없는 감시를 가능케 했던 ‘텔레스크린’은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

때문에 개인정보를 다루는 관련 기관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에 의하면 QR코드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는 암호화를 거쳐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QR코드 앱 운용 회사와 분산 저장하고 집단감염으로 인해 역학조사가 필요할 때에만 정보를 합쳐 이용자를 식별할 수 있다. 4주가 지나면 정보는 모두 폐기된다. 무분별한 개인정보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한 것인데, 아직까지는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현실에서 쌓이는 개인정보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수밖에 없다. 수천만 명의 도시 속 일상을 따라잡는 ‘빅 브라더’의 존재는 망각해서는 안 되는 커다란 가능성으로 남았다. 

한편, 수기 명부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전자명부화가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는 사람도 생겼다. 스마트폰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노년층 세대다. 어디에다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인식은 왜 이렇게 안 되는 것인지.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 대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64.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실은 때때로 삶의 중요한 부분을 성취하지 못하게 하는 불평등함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며 방역 당국도 이에 걸맞은 대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QR코드는 분명 방역을 추진하는 혁신적인 방법이지만 이처럼 부수적인 문제점 또한 수반되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지속적인 정부의 투명한 운영과 시민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박민주 편집장 minju0053@skkuw.com
박민주 편집장 minju0053@skku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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