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다솜 기자 (manycotton@skkuw.com)

인터뷰 -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   

시초는 아동학대에 분노한 엄마들이 모여 시작한 인터넷 카페
아동학대 문제를 배우려는 의지 필요해

누구보다 아동학대 문제에 분노해 매일같이 캠페인을 벌이고 문제해결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있다.

바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이하 대아협)’다. 아동학대의 참상을 알리고 학대 예방과 처벌 강화를 위해 노력해온 대아협의 공혜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대아협의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대아협은 2013년 울산에서 발생한 ‘이서현 양 학대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에서 시작됐다. 이 사건은 2013년 울산에서 의붓엄마가 아이를 구타해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피해아동인 서현이의 친모가 내 지인이었다. 집에 찾아오는 기자들과 경찰의 조사 통보에 두려움을 느끼는 서현이 엄마의 모습이 안타까워 조사에 동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직접 아동학대 현장을 접해보니 뉴스와 실제는 너무 달랐다. 갈비뼈 16개가 부러져 목숨을 잃은 아이의 검안 사진을 직접 보고 나니 아이의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두 아이의 엄마로서 너무 미안했다.

더 분노했던 건 이렇게 잔인하게 아이를 죽였는데도 가해자는 약 3년에서 5년의 징역 후 멀쩡히 사회로 복귀한다는 점이다. 살인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대를 당해서 사망해도 학대행위자가 고의로 살인한 게 아니라면 형량이 대폭 줄어드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주위에서 일어나던 학대를 부모의 훈육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외면했던 나와 우리 사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를 알리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글을 올렸고, 아동학대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가해자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외치는 시위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활동이 지금 이렇게나 커졌다.

대아협의 사업들을 소개해달라.
대아협은 크게 아동학대 문제와 관련해 △상담 △예방 활동 △입법 개선을 하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과 교육을 시행하며 전문적인 아동학대 예방 강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사업도 진행한다. 아동학대 상담 사업에서는 피해아동과 학대행위자를 대상으로 한 보호 지원과 아동학대 대물림 끊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법안의 통과나 개선을 위해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아협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아동학대 관련 영상도 업로드하고 있다.

‘아동학대 대물림 끊기’ 사업이 흥미로운데, 어떤 사업인가.
부모로부터 학대 피해를 겪은 사람의 70% 이상이 자신의 자녀에게 다시 학대를 가하는 ‘학대의 대물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렸을 때 학대 피해를 겪은 학대행위자 중에는 자신은 하루에 10대씩 맞으면서 자랐으니 자녀를 5대 때리는 것은 학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등 올바르지 않은 자녀 훈육법을 학습한 사람이 많다. 또한 이들은 학대 경험으로 인한 과거의 트라우마에 기반해 자녀를 대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개인·집단상담과 피해 경험자들의 자조 모임 등을 통해 학대 피해 경험자의 심리를 치유하고 올바른 자녀 양육을 교육함으로써 아동학대 대물림을 근절하고자 한다.

대아협의 대표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이 있나.
아동학대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데 기여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5년 아동학대처벌법의 제정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국회에 찾아갔을 때, 아동학대처벌법이 발의된 상태로 1년 넘게 계류 중이며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사장될 위기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전국적인 서명운동과 기자회견, 캠페인을 진행했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의원의 사무실에 매일 전화하고 찾아갔다. 그 덕에 법사위에서 100순위 밖에 있던 아동학대처벌법은 활동을 시작한 지 20일 만에 0순위로 상정됐고, 며칠 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통해 아동학대 처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만들 수 있어 뿌듯했다.

대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이 아동학대가 나쁜 것은 알지만 어떻게 발생하는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생각해보지 않는다. 대학생들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후원이나 봉사도 의미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배우고 알아보고자 하는 의지다. 자체적으로 스터디를 하거나 관련 단체를 초청해 강연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동학대 문제가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공혜정 대표 제공
ⓒ공혜정 대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