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화합의 장, 축제 속으로
영원한 화합의 장, 축제 속으로
  • 황유림 기자
  • 승인 2020.09.07 17:02
  • 호수 16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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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하늘을 향한 제사부터 젊음의 상징 페스티벌까지
세계적 축제 되려면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필요해 

한여름 밤, 하늘은 불꽃으로 빛나고 그 아랜 더 빛나는 사람들의 열기로 뜨거워진다. 사람들은 ‘이제는 웃는 거야’라고 소리치며 ‘움츠린 어깨를 펴고 세상 속 힘든 일은 모두’ 지워버린 채 신나게 즐긴다. 이곳은 축제의 현장이다. 이로부터 약 600년 전 이웃집 박 씨가 죽자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망자의 넋을 달래며 신명 나게 굿판을 벌였다. 이곳도 축제의 현장이었다. 이처럼 축제는 과거부터 인간의 삶 깊숙이 존재해왔다. 인류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살아 숨 쉴 축제 속으로 들어가보자. 

우리와 함께 살아 온 축제 
축제(祝祭)는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이자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우리 조상들은 마을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신 앞에서 춤추고 노래를 불렀다. 인간이 노는 것은 곧 신을 기쁘게 하는 방법이기에, 말 그대로 신명 나게 놀이판을 벌인 것이 과거의 축제였다. 또한 혼인식은 술과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집안의 잔치였고, 장례식은 저승에서 망자가 새로운 존재로 태어남을 기념하는 축제였다. 이렇게 축제는 신과 조상을 섬기는 제의 행사, 생일·혼인 잔치 등의 일상의례 및 세시명절의 형태로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해왔다. 

한국 역사 속 축제 되짚어보기 
축제는 시대에 따라 내용과 형식을 변화하며 우리와 함께했다. 고대사회는 풍년을 기원하며 △예술 △정치 △종교가 미분화된 종합예술의 형태로 제천의례를 행했다. 이러한 공동체의 의식은 우리나라 축제의 시원이다. 그 이후로 축제는 불교, 유교 등의 종교적 행사와 정월 대보름 등의 세시풍속 및 명절로 이어졌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민족 고유의 축제가 미신행위로 간주되며 한국 축제는 침체기를 겪게 된다. 해방 이후 남북 분단, 한국전쟁 등의 상황은 축제 문화의 존속을 더욱 어렵게 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자 경제성장과 함께 다양한 축제가 생겨났다. 다만 전통문화의 회복이 아닌 축제를 통한 군민화합이라는 정치적 목적하에 개최가 이뤄졌다. 한편 명절이나 혼인, 장례는 조선총독부의 일제 ‘의례준칙’ 강권과 이후 ‘가정의례준칙’에 따라 형식이 간소해져 오늘날엔 의례행사로 남아있다.

1995년 지방자치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역 정체성을 확고히 드러내는 축제가 많이 개최됐다. 이렇게 축제는 변화를 거쳐 지역의 △역사 △자연 △특산물을 내세우는 지역관광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축제민속학 저자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표인주 교수는 “축제의 핵심 요소는 협동, 곧 통합”이라며 “어떤 모습의 축제이든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축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호모 페스티부스, 우리는 축제하는 인간들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를 통해 축제를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놀이하는 인간, 곧 ‘호모 루덴스’이며 이러한 유희적 본성을 문화로 표현한 것이 축제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는 하위징아의 주장을 발전시켜 저서 바보들의 축제에서 인간은 축제하는 인간, 곧 ‘호모 페스티부스’라고 명명한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즐거운 축제를 즐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유희성을 강조한 축제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음악 페스티벌, ‘신촌물총축제’ 등의 이색축제는 청년층이 즐겨 찾는 축제 중 하나다. 지난해 한 EDM 페스티벌에 참여한 김현지(경제 19) 학우는 “무대를 옮겨 다니며 취향에 따라 세계적인 디제이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며 “각국의 사람들과 어깨동무하고 춤추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축제는 하나의 즐거운 여가문화로 여겨진다. 신수민(사복 19) 학우는 “축제에서 많은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일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건강한 여가생활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세계축제연구소 유경숙 대표는 “사람들이 공동체 활동을 이어가는 한 축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날 축제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대화하고 화합하게 하는 유일한 사회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한국 축제 진단하기 
매년 여름 3만여 명의 사람들은 토마토 축제가 열리는 스페인의 작은 마을 ‘부뇰’에 모여든다. 잘 만든 축제가 지역관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축제는 관광 상품으로서 지역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한다.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김종원 이사장은 “한국의 경우 농산물이 중심이 된 축제가 많이 개최되는데 농산물 홍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지자체에서 축제를 통해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고 지역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축제 개최의 효과를 언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조사한 전국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555개(2014), 693개(2016), 886개(2018)로 해마다 많은 축제가 기획된다. 하지만 지역 특유의 문화나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한다면 특색 없는 축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충북 음성군은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과 목표량에 미치지 못하는 농산물 판매량으로 인해 지역축제를 통폐합했다. 표 교수는 “역사적, 사회적, 자연적 환경에 따라 문화가 달라지듯 축제 또한 마찬가지”라며 “고유한 정체성을 살리는 것이 양산형 축제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그 밖에도 ‘청도소싸움축제’ 등 동물 관련 축제에서 동물 학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축제에서 사용되는 많은 양의 일회용품과 미흡한 쓰레기 처리는 매해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경기도는 환경오염 및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축제에서 자주 하는 ‘풍선 날리기’를 전면 금지했다. 한편 축제 기획 과정에서의 아쉬움도 존재한다. 김 이사장은 “축제 기획자 인건비 보장 문제도 고쳐가야 할 문제점 중 하나”라며 “축제를 기획하다가 갑자기 축제가 취소되면 기획자는 그동안 한 일에 대한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획자 인건비 보장은 훌륭한 축제를 만들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더 사랑받는 K-Festival이 되도록 
올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등급에 따라 예산을 차등 지원했던 기존 등급제를 폐지하고 등급 구분 없이 축제를 지정해 지원하는 인증제를 시행한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지자체에서 우수 등급을 받는 것에만 집중해 지역 정체성을 살리는 콘텐츠 개발에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축제의 순위화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 대표는 “축제에 순위를 매기기보다 비수기와 성수기 구분 없이 축제를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제도 외에도 다양한 제도를 추가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축제가 세계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선 자체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유 대표는 “한국의 대표 축제와 세계에서 주목받는 축제의 핵심 콘텐츠만을 비교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 특유의 배달문화를 축제에 접목하는 등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옛날 한국 축제만의 특징을 살리는 방향도 있다. 표 교수는 “한국 축제는 개최자와 참가자가 원형적인 무대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이라며 “가족 잔치를 근간으로 마을공동체, 지역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축제가 우리에게 화합의 장을 만들어줬듯, 앞으로의 축제도 더 넓은 화합의 장을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edm 페스티벌 사진.
edm 페스티벌 사진.

 

 

지역 축제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한다.ⓒ김종원 이사장
지역 축제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한다.
ⓒ김종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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