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규리 기자 (kimguri21@skkuw.com)

 

일러스트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이슬라이브'에서는 화려한 조명에 둘러싸였던 연예인들이 퍽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술을 마시고, 일상적인 고민이나 연예인 생활의 희로애락을 화면 너머 시청자들과 공유한다.

얼핏 보면 연예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짤막한 예능 영상 같지만, 실은 주류를 홍보하는 광고다.

우리 생활 전반에 스며든 광고는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변모하고 있다. 

일상생활 곳곳에 깃든 광고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하는 광고 트렌드 

광고, 일상과 함께하다
광고는 대중을 대상으로 기업이나 단체가 물품, 서비스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 활동이다. 광고에 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보통 비용을 지불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정보를 알린다는 의미를 갖는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광고와 함께한다. 더군다나 매체의 종류가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지면서 광고를 접하는 빈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첫 근대적 광고는 1883년에 <한성순보>에 실린 독일 세창양행 광고다. 이후 <독립신문>이 발간되며 홍보 내용을 신문에 싣는 형태의 인쇄 광고가 정착됐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에 언론 통제가 심해지며 광고 산업 역시 쇠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광복 이후 가정으로 TV가 보급되며 영상 매체 광고가 크게 선호되다가, 마침내 70년대에 △광고주 △광고회사 △매체의 3자가 광고 산업을 구성하는 현재의 모습을 확립했다. 

광고가 적용되는 매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전통적인 4대 매체인 ATL(Above the Line)과 이를 제외한 BTL(Below the Line)이다. ATL은 △라디오 △신문 △잡지 △TV의 4대 매체로, 일방적인 구조를 통해 메시지를 직접 전달한다. 반면 BTL은 이벤트, 전시, 스폰서십 등 소비자와의 거리를 좁혀 소통을 끌어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구분 없이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다. 이러한 양상에 발맞춰 다양한 창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리 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한은경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앞으로 광고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미래를 전망했다. 

광고는 메시지를 특정한 상대에게 호소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수행한다. 판매자가 소비자 개개인을 방문해 구매를 설득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압축해 소비가 빠르게 이루어지게끔 한다. 결과적으로는 시중에서 물건이 빠르게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적인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또한 광고에는 문화적 기능도 존재한다. 에어팟 광고에서는 기기를 착용한 남성의 모습을 무용, 재즈 음악 등의 문화 요소와 함께 다채롭게 제시한다. 광고를 본 사람은 에어팟이 제공하는 풍부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광고는 이미지에 불어넣은 의미를 소비자에게 설득시키는 작업이다. 2018년 LG전자의 ‘코드제로’ 청소기 TV 광고는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믿음직한’ 컬링 국가대표팀을 모델로 발탁해 제품에 그 이미지를 투영했다. 

광고의 그림자 
소비와 생산이 가속화되는 현시점에서 소비자가 접하는 광고는 무수히 많아졌다. 그와 동시에 광고와 관련된 논란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과대·허위광고는 매해 끊이지 않는 이슈다. 크릴 오일은 혈관 속 지방을 녹이는 효과를 홍보했지만 과대광고임이 드러났다. 결국 지난 6월에는 시중에 유통되던 크릴 오일 제품 12개가 전량 회수됐다.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광고도 종종 지적된다.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무작위로 노출되는 선정적인 광고는 왜곡된 성 의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광고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때 배너형 광고가 시시때때로 튀어나와 화면을 가리는 일이 빈번하다. 애드블록 서비스는 이러한 거부감을 해결하고자 등장했다. 크롬 등에서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원하지 않는 광고를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애드블록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인터넷 사이트의 입장에서는 광고를 게시하며 얻는 수입을 차단당한다. 애드블록을 설치한 소비자도 결국 광고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애드블록이 광고 게시를 통제할 권한을 가지게 되는 만큼, 다시 특정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를 차단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보다 효과적인 광고를 위해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게 됐다.

소비자와 소통하는 광고 
미디어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자가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브랜드가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제작한 콘텐츠로, 브랜디드 콘텐츠 광고란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한 교수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에게 감동, 재미 등의 추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라며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찾아볼 정도로 침습성이 좋은 광고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는 경우 소비자의 공감을 자극하는 효과가 강조된다. 2018년에 공개된 SK 하이닉스의 ‘우주로 가라’ 광고는 의인화된 반도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각지에 배치되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SK 하이닉스는 이 광고를 통해 미래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도 취업에 직면한 청년의 모습을 재치 있게 담아냈다. 

흥행에 성공한 브랜디드 콘텐츠는 소비자의 손에서 재생산돼 ‘밈’이 되기도 한다. ‘밈’은 리처드 도킨스가 도입한 용어로, 흔히 유행요소 등을 모방 또는 재가공하여 만든 이미지나 영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동영상 SNS인 틱톡에서 ‘복숭아 톡톡톡 트로피카나’ 광고의 중독적인 멜로디를 패러디했다. 김라윤 이노션(대표 이용우) 광고기획자는 “*Z세대는 재미있거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가공하고 소비하는 특성이 있다”며 “Z세대의 이러한 특성을 잘 포착한 광고는 ‘밈’으로써 더 트렌디하게 소비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소비자의 취향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구체화 되고 있다. 기업도 이에 발맞춰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기업 내부의 자원이나 사정에 초점을 둔 전략보다는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시돼야 할 것이다. 한 교수는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통해 무분별한 콘텐츠가 쏟아지는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Z세대=‘Z’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로, 보통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