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 새로운 환경과 경험. 모두 누군가에겐 여행의 이유가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여행을 하며 각자 다른 이유로 행복과 기쁨을 즐긴다. 하지만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이유로 여행을 좋아했다. “일상의 도피” 이것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특히 타국을 가면 그 행복감은 극에 달했다. 내가 마주하는 이 환경들이 주는 신선함뿐만 아니라 일상의 압박감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은 나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기쁨이 되었다. 홍콩의 야시장을 걸으며 밀크티를 마실 때, 밝고 화려한 마카오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걸을 때, 나는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이 세계가 주는 행복감을 온전히 누렸다. 타국에 있는 이 시간, 적어도 이 순간만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몸을 움직이고 행동해도 시간의 압박이나 누군가의 압력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 길을 잃으면 잃는 대로, 시간이 없으면 없는 대로 예기치 못한 상황마저 행복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안타까움만 남을 뿐이다. 얼마나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으면 흔히들 말하는 현생에서 벗어나는 것을 행복해하기까지나 할까? 그리고 그러한 일상에서 잊기 위해 여행을 선택 한다니, 그렇다면 나는 결코 보통의 일상에서는 행복할 수 없는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는 전염병은 벗어나고 싶었던 이러한 나의 보통의 일상조차 앗아갔다. 불평불만하며 힘겹게 이어 나가던 통학 길도, 5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통 집중을 하지 못했던 수업도 모두 돌아갈 수 없는 추억으로만 남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난 도망치고 싶었던 그 보통의 일상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아니, 심지어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매일 높은 학교 오르막을 오르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었지만 그 길을 걸으며 동기들과 나눴던 대화들은 내 기억 속에서 예쁜 추억으로 빛나고 있었다. 교수님의 숨소리까지도 느낄 수 있었던 강의실은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을 안겨줬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종종 예기치 못한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쁨도 경험했었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은 언제나 고생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면 그 시간도 아름답게 남았다. 이렇듯 이제서야 나는 평범한 나날들 속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행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누리고 있던 “보통”의 것들이 사라지자 그것들은 더 이상 보통이 아니라 나에게 소소한 “행복”이었음을 깨달았다. 

사라진 후에야 그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니, 누군가는 한심하기 그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제 와서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며 그리워해 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부터는 일상의 작은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행복을 찾아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침의 여유롭게 마신 커피 한 잔의 기쁨이,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이, 소소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작은 행복들로 피어나고 있음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는 보통의 날이 주는 행복을 잊고 사는 내가 되지는 말자. 이제부터 우리, 사라진 흔적을 보며 행복했었노라 그리워하지 않기로 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소소한 행복들은 자라나고 있고 그 작은 조각들을 놓치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도 특별하다.

김조은(문정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