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미술가와 엔지니어는 공통점이 있다. 훌륭한 미술품이나 새로운 전자제품을 만들어 내려면 현재 가지고 있는 습관과 기억을 버려야 한다. 이것을 창의성, 혁신이라고 말 한다. 결국 자신의 틀을 부수는 일을 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항상 회의, 절망을 반복하게 된다.

미술사의 흐름에서 주목할 만한 혁신은 르네상스와 인상주의 두 곳에서 나타났다. 먼저, 르네상스는 인간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서양미술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그리스 로마 미술을 계승했고, 인간 중심 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이상미, 조화미, 균형미를 추구 하였다. 중세의 화가는 상상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눈으로 그렸지만, 르네상스 화가는 자신의 눈, 인간의 눈으로 표현했다. “내 눈에 가까운 곳은 크게, 먼 곳은 작게 보인다” 회화의 원근법은 르네상스 시대에 발명되었다.

두번째 혁신은 인상주의에서 나타났다. 르네상스 화가들은 사물이나 인물을 그릴 때에 누가 보아도 그 물건과 사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똑같이 그리는 것을 가장 중시 하였지만, 인상주의 화가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감정이  녹아 든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고  생각 했다. 자연스럽게 미술가의 자유도가 커지고 권한이 확대 되었다. 르네상스시대부터 사실주의까지 이어져 왔던 명료한 데생, 입체감, 정확한 명암법 등을 깬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많은 위대한 화가들은 선배 화가의 그림을 모방을 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모방은 곧 창조이다. 더 잘 그리기 위해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그리기 위하여 모방하는 것이다.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다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또 다른 창조인 것이다. 천재 화가 피카소는”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는 말을 남겼다. 대가들의 그림을 모방하면서 남들과 다르게 표현 했다. 

모네는 마네보다 여덟살이 아래 이고 마네의 경의의 표현으로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작품을 따라 그렸다. 그렇지만 마네의 그림도 인물의 포즈와 배치는 라파엘로의 데생에 의해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가 만든 동판화 ‘파리의 심판’을 모방 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애플의 혁신에서도 유사하게 찾아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애플은 MP3플레이어, 스마트폰은 경쟁사보다 개발이 모두 많이 늦었다. 스마트워치도 삼성보다 1년 이상 늦게 상용화했지만, 1등을 차지하고 있다. 스티브잡스가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 놓은 것은 없다. 지난달에 놀랄 만한 뉴스가 있었다. 애플의 시가총액이 미국 상장사 최초로 2조달러를 돌파한 사실 이다. 무엇을 애플의 혁신성, 창의성 이라고 할 수 있을까? 

1997년에 스티브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사에서 쫓겨 났다가 컴백해서 광고를 통해서 애플의 철학을 발표 한다.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기) 이다. 이것은 새로운 출발 이었다. 미술세계에서 대가의 그림을 모방하고 새롭게 재해석을 통해서 창의적 그림을 얻어내는 것과 같다. 현재 있는 것에서 다름을 찾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혁신성은 르네상스 미술의 인간중시, 인상주의 미술의 전통적인 회화 방식의 파괴, 현재 있는 것에서 다름을 찾고자 하는 것들과 일맥상통 한다. 스티브잡스의 생각과 실천은 살롱전의 권위에 저항하고 이전의 회화양식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회화의 시대를 열었던 서양화가의 혁신적인 노력과 일치 한다.

서양미술과 애플에서 창의성을 배울 수 있다. ‘창의성이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에서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찾는 것이 아닌 유에서 새로운 유를 발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