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류현주 (hjurqmffl@skkuw.com)

개강 같지 않은 개강이 벌써 두 번째, 그래도 이번 학기는 지난 학기보다는 원래 내가 알던 캠퍼스의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대학에서 친구 어떻게 사귀지? 나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데···” 하는 새내기의 고민이 이제야 시작된 것이 귀엽기도 하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명인가 보다. 나는 사람과의 교류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볼 때, 자연스레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가 떠오른다.

쇼코의 미소는 사람에 대한 애정 그 자체가 담긴 7개의 중단편이 수록된 책이다. 수록된 단편 소설들은 하나같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인간관계에 대한 따스하고 활기찬 조언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면서 모든 종류의 ‘이별’을 다루는 이 책을 생각한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올 종말을 굳이 일깨워주는 셈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우리의 일상에 있을 법한 이야기, 어렴풋이 알 것 같지만 그 때문에 서로에게 질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우리 안에 있는 정서적 유대감, 그러니까 말도 활자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차마 내 입으로 뱉으면 계속 기억에 남을까 무서워 애써 내뱉지 못한, 이렇게 주절주절 서술하면 대충 알 것도 같은 감정들이 문장으로 정리돼 있다. 마음의 언어를 인간의 언어로 담아내는 그 재능을 부러워하며 책을 읽었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 애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우리는 가끔 빛나는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운 좋게 그와 우정을 나누게 되기도 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 모두가 좋아하는 그 애를 만났다. 그 애는 왜인지 모르게 하필 나와 친해졌고, 주변 모두가 나와 그 애를 제일 친한 친구 사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가끔 그 애가 나만의 친구이길 바랐다. 분명 그 애에게 최선을 다하고 별다른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의 문장처럼 그 애가 나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무서워했다. 내가 모르는 그 애의 무언가가 있을까봐 걱정했다. 그러나 모두가 좋아하는 그 애의 빛의 근원, 배경, 특징을 조사한다고 해서 그 애를 다 아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렇게 세세하게 따져가며 공부할수록 빛은 쪼개지고 이내 어두워진다. 너무나 사랑해 모든 것을 이해하고자 결국 해부한 후, 내가 그 속에 있는 것들에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 개인에 대한 지나친 공부와 이해는 곧 해부와 해체를 불러일으킨다. 

쇼코의 미소는 분명 우리의 일상을 담았지만 다루는 범위가 넓다. 가난, 종교, 남녀차별, 인종차별, 가정 학대, 전쟁, 정치까지 멀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우리 삶과 연결된 문제임을 밝히기라도 하는 듯 모든 종류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이별 역시 슬프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저 같은 고유 진동수를 가진 바람에 함께 깨져버린 유리잔들이라는 생각에 묘한 씁쓸함이 들 뿐이다.

운이 좋은지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당신들을 이 글에 써놓은 듯 소중히 여기고 있노라고 외치고 싶지만 조금 부끄럽기에 누구에게도 이 글에 대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을 듯하다. 그저 언젠가 이 글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가 닮길 바라지만 부디 서로가 다른 고유 진동수를 가진 사람이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내 모습도 이해해줄 수 있기를.
 

류현주 부편집장
hjurqmffl@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