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민주 편집장 (minju0053@skkuw.com)

조선시대에도 성균관 유생들의 ‘동맹휴학’에 해당하는 공관(空館)이 존재했다. 1448년, 대궐 안에 불당을 지으려 했던 세종에게 반발해 성균관 유생들이 처음으로 공관을 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에도 동맹휴학은 종종 일어난다. 최근엔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전국 의대생 동맹휴학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전국 의대생들을 대표하는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회장 조승현, 이하 의대협)이 동맹휴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4일 전국 의대생들이 수업과 실습을 거부하며 시작된 기나긴 단체행동이 수습되는 모양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우리 학교 의대 학우 또한 의대협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이번 보도 1면에서는 휴학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온 우리 학교 의대 학우들의 휴학 당시 모습과 앞으로의 계획을 담는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 △의대협 등이 휴진과 휴학 등의 단체행동에 나섰던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반대 여론이 모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의대법이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이와 같은 인력이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해 의료 취약지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도록 하는 취지임을 밝힌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인해 공공의료가 떠오르는 화두가 됐다. 그러나 국내 지역별 의료서비스 격차의 벽은 높다. 보건복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인구 1000명당 권역별 병원급 의료기관 종사 의사 수는 서울 1.69명에 비해 다른 지역은 1명을 넘지 못하는 통계치를 보였다. 의사 수의 차이는 응급 상황에 대한 보건 대응 방식의 차이를 낳는다. 생명이 위중한 상황이 서울에 비해 빈도가 잦아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정부가 이와 같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자 했던 이유다. 

이에 올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입법 발의됐으나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도 비판이 일었지만, 공공의대 자체의 효율성에 대한 물음도 제기됐다. 여러 이유 중에서도 명확한 것은 공공의대가 배출하는 인력이 의무기간 이후에도 의료 취약지에서 계속 근무를 이어나갈지가 불확실한 점이다. 따라서 공공의대법을 통해 의료서비스 격차에 대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격랑 끝에 지난 4일 의협과 당정은 코로나19 안정화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고, 이후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했다. 동맹휴학을 중단한 의대협은 성명문을 통해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의 발족으로 협회가 의결한 목표점을 달성했기에 모든 단체행동을 공식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의 출범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함께 했다.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는 정부와 여당이 의·당정 합의를 이행하는지와 앞으로 정부의 의료 정책 방향에 대해 감시하고, 각종 우리나라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 정책 제안 기구로서 활동할 것을 선언했다. 

아직 갈등의 봉합이 의료계와 정부, 의료계 내부에서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의 논의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의료계의 특성상 단체행동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파장이 거대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끊임없이 의료계와 정부는 해결 방안을 골몰해야 한다. 1448년 유생들의 공관을 해결하기 위해서 당시 영의정인 황희의 설득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건의료정책 상설감시기구를 통한 의료계의 의견이 먼저 모아진다면 ‘황희 정승’과도 같이 이를 위한 초석이 되리라 기대한다. 
 

박민주 편집장
minju0053@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