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오채은 기자 (ohche@naver.com)

인터뷰-서울온드림교육센터 김수영 센터장

교과목 학습에 앞서 언어 소통 먼저 뒷받침 돼야
중도입국청소년 위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 필요해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친구들과도 헤어져 다른 나라에서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주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지원하는 ‘서울온드림교육센터’의 김수영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 온 중도입국청소년은 어떤 어려움을 겪나.
중도입국청소년은 공교육을 받기까지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중도입국청소년이 편·입학하기 위해서는 본국에서 다니던 학교의 각종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는 성적·졸업 증명서 등이 전산화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를 발급 받으려면 본국 학교에 직접 찾아가야 한다. 또한 서류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번역공증·영사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준비 과정이 복잡하다. 중도입국청소년의 부모는 주로 아이보다 먼저 한국에 이주해있는 경우가 많아 아이가 본국에서 혼자 서류를 받아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가 서류를 위해 본국에 가게 되면 경제활동이 중단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한국에서 서류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면 다시 재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편·입학이 쉽지 않다.

또한 학교에 입학해도 한국어를 잘 못해서 아이들이 등교하는 것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 장벽으로 인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또래와도 잘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의 이주민을 무시하는 한국 사회의 정서를 이주청소년들도 느끼고 있고, 실제로 학교에서 놀림과 따돌림을 받아 학교를 그만두기도 한다.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센터에서는 ‘다정·다감 한국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중도입국청소년에게 필수적인 한국어 교육을 단계별로 나눠서 지원한다. 또한 ‘모두다학교’를 운영하며 검정고시와 한국 학교 입학을 준비하는 아이들을 위해 교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컴퓨터교육, *귀화시험 준비 등 아이들이 원하는 사업을 개설하는 맞춤지원과, 한국에서의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봉사 및 문화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서울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도 귀화시험 대비반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주로 성인 이주민의 비율이 많아 청소년들은 또래와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을 더 좋아한다.

가장 보완이 필요한 사업은 무엇인가.
중도입국청소년의 진로탐색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자신에 대해 탐색하고 미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학교에서 진로검사를 해도 한국어로 된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센터에서 각자의 꿈을 벤다이어그램으로 그려보고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는 활동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이주청소년에게 적합한 진로 탐색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지.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지원을 교과목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필요한데, 언어적인 소통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목을 학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는 영어와 중국어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언어에 대한 번역 지원이 부족하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출신국에 맞는 다양한 언어적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또한 청소년을 위한 정서지원도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중도입국청소년들은 본국에서 부모와 떨어져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나라에서 부모와 함께 살게 된다. 가정과 학교 모두 아이들에게 낯설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경우 비대면 상담을 하거나, 자국어로 상담을 진행하는 등 맞춤형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 사회 내 상호문화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센터의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차별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대학 진학 후에도 여전히 차별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문화다양성은 수용자의 나이가 어리고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더 잘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대학교 특강으로 중도입국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아이들은 대학 진학에 대한 꿈이 생기고 대학생들은 중도입국청소년의 배경에 대해 알 수 있어 서로에게 좋은 기회였다. 10대 후반이나 20대 때 다양한 문화를 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겠지만 한국 사회에 들어온 이주청소년에게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대해주면 좋겠다.

귀화시험=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외국인이 응시하는 시험으로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한 내용을 포함함.

서울온드림센터 김수영 센터장.
사진 | 오채은 기자 ohche@

 

서울온드림센터 선생님들.
사진 | 오채은 기자 ohche@
센터의 청소년들이 원데이 클래스로 만든 목판.
사진 | 오채은 기자 ohc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