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속 결혼이주여성들의 상처
한국 사회 속 결혼이주여성들의 상처
  • 이은진 기자
  • 승인 2020.09.21 14:26
  • 호수 16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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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 가정폭력에 시달리지만 가정 떠나지 못해
여전히 배우자의 영향이 큰 결혼이주여성 체류 문제

지난달 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사회에 알려졌다.

아직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에 제대로 대항하지 못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은 왜 가정폭력에 대항하기 힘든지 그리고 이들을 위해 해결돼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점점 증가하는 한국의 국제결혼
최근 한국에서 국제결혼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원장 안철경) 이태열 선임연구위원의 ‘최근 국제혼인 증가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2만 1274건이었던 한국 남녀의 국제결혼 건수는 지난해 2만 3643건으로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남성의 국제결혼은 1만 4677건에서 1만 768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는 급격한 노령화와 도시화 문제로 노동력이 부족해져 해외로부터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농촌에 사는 미혼 남성의 결혼 촉진을 위한 ‘미혼 남성 국제결혼 지원제도’ 등으로 인해 2000년대부터 국제결혼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결혼이주여성의 수도 급속히 늘어났다. 이는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 실제로 2018년 여성가족부가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서 다문화가정 부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1.4%가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의 문제점
그러나 결혼중개업을 통해 국제결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여성들의 인적사항을 상품처럼 나열하는 국제결혼 중개업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결혼중개업체에서 진행하는 결혼 원정 여행은 대부분 단기간으로 계획되며, 여행 과정에서 진행되는 맞선 프로그램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넘나든다. 정부는 2012년에 결혼중개업 관리법을 개정해 한 명의 남성이 수십 명의 여성을 동시에 만나 선택하게 하는 맞선 방식을 금지했지만, 결혼중개업체들은 방식을 교묘하게 바꿔 맞선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많은 여성을 남성 앞에 두고 한 명을 선택하게 했지만, 현재는 여성들을 사무실밖에 대기 시켜 놓고 한 명씩 순서대로 남성과 만나게 한다. 결혼 원정 여행은 4~6일에 걸쳐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중개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는 결혼이주여성은 일반 여성들과 달리 사랑에 기반한 결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맞선을 보기 위해 중개업소에 평균 1100만~1300만 원의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일부 남성이 이주여성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공동대표 강혜숙, 허오영숙) 한가은 사무국장은 “이로 인해 부부 사이에 상하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일부는 돈을 주고 사람을 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나라에 사는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혼 후 폭력에 시달림에도 별다른 도리가 없는 여성들
그런데도 아직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정 폭력으로 고통받으면서도 가정을 떠나지 못한다. 결혼이주여성의 체류자격과 국적 취득 과정에 한국인 배우자의 입김이 세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2011년 법무부는 결혼이주여성이 체류 자격 변경 및 체류 기간 연장 신청을 할 때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서를 제출해야 하는 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인권활동가들은 제도 변화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다고 말한다. 화우공익재단(이사장 박영립)의 이현서 변호사는 “귀화 심사가 끝났는데도 한국인 배우자의 전화 한 통 때문에 제대로 된 사실 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귀화 허가증을 주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이주여성에게 이혼 귀책 사유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체류 자격 연장 허가를 받기 힘들다. 이 변호사는 “이혼 판결문에 이혼 사유가 전적으로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다는 것이 명시돼있지 않으면 체류자격 연장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조정 또는 협의 이혼을 하면 이혼 귀책 사유가 둘 모두에게 있다고 판단돼 혼인 비자를 연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결혼이주여성은 이혼 귀책 사유가 전적으로 배우자에게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이 변호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 피해 사실이 담긴 일기나 사진 등의 자료를 제출했을 때 자료의 진실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가정폭력을 당하더라도 결혼이주여성들은 제때 신고하지 못하거나 폭력을 당했다는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변호사는 “△가정 내 분위기 △문화 차이 △언어 차이로 인해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결혼이주여성 가정폭력 ···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가정폭력 처벌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 사건은 1273건에 달했으나 이 중 구속된 사람은 33명에 불과했다. 이에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권리구제 교육 또한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사무국장은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재에는 주부 생활만을 중심으로 한 교재들이 많다”며 “한국어를 교육할 때 인권 내용도 다뤄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한 사무국장은 “가정폭력의 처벌이 미비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체류 및 자녀 문제로 인해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많은 것도 문제”라며 “체류 문제가 안정화되면 가정 폭력 신고 또한 기존보다 더 활발히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배우자의 신원보증제 폐지로 결혼이주민이 단독으로 체류자격을 연장할 수 있게 됐지만 이혼 후 결혼이주여성의 체류 문제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앞으로의 체류 심사 정책은 배우자와의 관계가 아닌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형성한 사회·경제적 기반과 체류의 목적에 중점을 두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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