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여준 기자 (yjyj0120@skkuw.com)

UNIST 이준희 교수 연구팀, 집적도 1000배 향상 패러다임 제시
순수 이론 논문으로는 이례적으로 사이언스타임즈 등재돼

지난 7월 2일 국내에서 반도체 집적도를 1000배 이상 발전시킬 토대가 될 이론 논문이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타임즈(ScienceTimes)>에 게재돼 화제가 됐다.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DRAM을 대체할 FRAM 기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구현할 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화제가 된 논문의 교신저자, UNIST 에너지공학과 이준희 교수와 함께 반도체의 미래를 논해본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는 무엇이 문제일까
DRAM과 NAND 플래시 메모리는 현재 가장 흔히 쓰는 메모리 반도체지만 그 단점이 명확하다. 휘발성 메모리인 DRAM은 그 특성상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전하를 충전해야 한다. 휴대폰이 꺼져도 배터리가 소모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NAND 플래시 메모리는 전자가 두꺼운 절연체를 통과하면서 여러 차례 사용하면 절연체가 깨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오래 사용한 USB에 정보를 담으면 종종 파일이 손상되는 이유다.

전무후무한 집적도의 메모리 반도체가 온다
FRAM은 DRAM과 달리 *강유전체의 분극을 이용해 0과 1을 표현한다. 분극이란 강유전체 내의 음전하를 띈 원자의 위치에 따라 음전하 원자가 있는 쪽과 없는 쪽이 상반된 전하를 띄는 현상을 말한다. 강유전체의 분극은 외부에서 전극을 가해 조종한다. 변경된 분극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FRAM은 저장된 정보가 소실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현존하는 FRAM은 원자끼리 연결돼 하나의 원자가 움직이면 주변 원자도 따라가는 ‘원자 간 탄성’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있다. 이로 인해 FRAM은 지금껏 일정 수준 이상 집적도를 올릴 수가 없었다. 2진수에서 0 혹은 1 하나에 해당하는 1bit를 표현하는 데 수천 개의 원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논문은 이 같은 FRAM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순수 이론 논문이다. 이 교수는 FRAM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평평한 띠’ 현상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평평한 띠란 영하 270°C가 되면 전자들이 활동을 멈춘 상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평평한 띠 상태가 되면 원자 사이 작용하던 탄성이 사라진다”며 “탄성이 사라지면 원자를 개별적으로 조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평평한 띠는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만 나타나기 때문에 실생활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교수의 연구팀이 주목한 ‘산화 하프늄(HFO)’은 다르다. 산화 하프늄은 온도를 낮추지 않고 특정 전압을 가하는 것만으로도 평평한 띠 상태가 된다. 그는 “산화 하프늄을 사용하면 원자 4개 크기의 *유닛 셀(Unit Cell)로 1bit를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천 개 원자로 표현하던 정보를 약 1000배 정도 작은 공간에서 나타내게 된 것이다. 이 교수는 이에 관해 “기타 줄 하나로 피아노의 모든 음계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새로운 세상을 불러올 차세대 반도체 기술
차세대 FRAM은 DRAM의 속도와 NAND 플래시 메모리의 저장 용량을 모두 능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전자 수만 개가 커패시터까지 이동해야 하는 DRAM과 달리, FRAM의 분극 현상은 제자리에서 일어난다”며 FRAM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저장 용량 역시 수백 *테라바이트 정도 늘어나리라고 예상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활용될 여지가 있는지 묻자 이 교수는 “흔히 DRAM만 정보를 저장한다고 알고 있지만, CPU에도 아주 짧은 시간 정보 저장 기능이 필요하다”며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트랜지스터 중에 강유전체를 사용하는 Fe-FET 트랜지스터가 CPU에 들어간다면 비메모리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용화 전망에 관한 질문에 이 교수는 생각보다 이른 시일 내에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처음에는 원자 단위로 미세 전극을 가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유닛 셀마다 도핑을 다르게 해서 탄성이 사라지는 전압 조건을 차별화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며 “곧 상용화가 될 수도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강유전체=외부 전기장 없이도 스스로 분극을 일으키며, 외부 전기장에 의해 분극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 물질.
테라바이트(TB)=정보의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1TB는 1000GB.
유닛 셀(Unit Cell)=차세대 강유전체 메모리에서 1bit를 저장하는 단위.

UNIST 에너지공학과 이준희 교수
ⓒ이준희 교수 제공

 

기존에는 원자들이 탄성으로 묶여 다 같이 움직였다면, 차세대 메모리는 개별적으로 원자를 움직일 수 있다.

 

 

분극의 원리를 보여주는 원자 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