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조장현 기자 (zzang01@skkuw.com)

인터뷰-웹진 〈거울〉의 편집진 김주영, 남세오, 심너울, 최지혜 작가

접근성 높고 독자의 선택권 넓은 웹진
“SF는 색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장르”

내가 쓴 글이 책이 될 수 있을까? 웹진 <거울>에서는 가능하다. 오늘날, 웹진을 통해 수많은 작가와 작품이 독자와 연결된다. 특히 SF 문학의 자유로운 창작과 유통에는 웹진의 기여가 크다. SF 문학에 날개를 달아준 웹진 <거울>의 편집진 김주영, 남세오, 심너울, 최지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웹진 <거울>을 소개해달라.
김주영 : <거울>은 장르문학을 널리 알리고 그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창간된 ‘환상문학 웹진’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장르문학 웹진으로 △미스터리 △판타지 △호러 △환상소설 △SF 등의 다양한 장르문학을 이끌어가는 주요 작가들을 다수 배출해왔습니다. 나아가 문학인들이 교류하는 장으로서 한국 장르문학의 토대를 다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웹진인 <거울>은 전 구성원이 소설과 기사를 자유롭게 게재할 수 있습니다. 창작된 작품은 장르문학의 확산을 위해 독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됩니다. △소재 △연도 △작가별 중단편선이 해마다 발행되고, 장르문학 최초의 비평선인 <B평>을 발행하는 등 출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웹 기반 유통은 SF 문학 출판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김주영 : 전통적인 방식의 출판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접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진은 직접 사야 하는 종이책보다 접근하기가 쉽습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가 보급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존 방식에서는 단편집 위주로 출간되기 때문에 독자가 단편을 개별로 구매하기 힘들지만, 웹진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단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의 선택권이 넓습니다. 단편의 비중이 높은 한국 SF에서 이러한 장점은 매력적입니다. 또 전통적 방식으로 출간한 경우는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오르지 않는 이상 유통기한이 짧은 편입니다. 특히 SF의 경우는 재출간되지 않으면 절판되거나 아예 출판사가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죠. 그러나 웹진의 경우는 유통기한이 반영구적입니다. 그래서 <거울>에도 작가들의 초기작이 많이 남아있는 편입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F 문학에 대한 <거울>의 생각은.
최지혜 : SF는 독자의 시야가 달라지는 쾌감을 가장 두드러지게 느낄 수 있는 장르입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색다르고 이국적인 것에 끌리기 때문에 여행을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 SF가 색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심너울 : <거울>에 지금까지 누적된 SF 소설의 양이 워낙 많아, 작가들이 SF 창작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도 곽재식 작가님이 <거울>에 올린 글을 읽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거든요. 장르의 오랜 기억을 쌓아놓고 있다는 데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빛나는 작가분들의 과거작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울>이 아마추어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줄 수 있는 도움은.
남세오 : 아마추어 작가는 무엇보다 자신이 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가장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비평가나 독자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이미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관점에서 주는 의견은 필력의 향상뿐 아니라 창작을 계속할 동기와 의욕을 줄 수 있거든요. <거울>의 창작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에서 매달 독자우수단편을 선정하는 제도가 있는데, 그걸 통해 용기와 발전의 기회를 얻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더욱이 그 과정을 통해 필진이 되면 매년 발간되는 <거울> 단편선에 글을 실을 수 있는 출간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런 점이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지혜 : 글은 혼자 쓰는 것이긴 하지만, 자기 혼자만 쓴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외롭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좋아해 줄 사람이 없다고 느끼는 것도 작가에게는 독입니다. <거울>은 이 외로움과 독을 빼주는 곳이고, 실패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등대 같은 곳이 되고자 합니다. 

<거울> 중단편선 쇼케이스 현장.
ⓒ<거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