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말, 어디까지 알고 이시오?
북녘말, 어디까지 알고 이시오?
  • 손민정 기자
  • 승인 2020.10.12 16:44
  • 호수 16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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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읽은 책 - 『문화어 수업』

'리 씨’도 예전엔 ‘니 씨’였다
직접 삶에 들어가 북한말 연구하고파

 

남한에 표준어가 있다면 북한에는 문화어가 있다. 남한에 남한 방언이 있다면 북한에는 북한 방언이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보다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북한의 말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평안도 방언을 중심으로 북한말을 연구하는 방언학자 한성우는 북녘 출신 사람과 문헌을 통해 가상으로나마 북한으로 떠나는 방법을 택했다. 방언학자 가족이 평양에 체류하는 상황을 설정해 20가지 장면을 통해 실감 나게 북한말에 대해 소개하는 책, 『문화어 수업』의 저자인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한성우 교수를 만나봤다.

문화어와 표준어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다르다고 알고 있고 다르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몇몇 어휘의 차이를 제외하면 문화어와 표준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차이를 고르자면 제정 시기와 기반 방언이 다른 것을 들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이 분단되기 이전에는 공통으로 우리가 쓰는 표준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분단이 된 후 표준어와는 다른 말을 쓸 필요성이 대두되며 1966년 김일성 담화를 바탕으로 문화어가 제정됐다. 이로써 남한에는 서울 방언을 바탕으로 한 표준어가, 북한에는 넓게는 평안도 방언, 좁게는 평양 방언을 바탕으로 한 문화어가 자리 잡게 됐다.

북한말의 특징으로 흔히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현상을 꼽는데, 그것이 구어에서도 적용되는가.
당시 문화어 제정을 주도했던 김두봉이나 김수경 등의 언어학자는 말의 규칙성을 중시했다. 그들의 입장에서 두음법칙은 규칙성에 어긋나는 규칙이었다. ‘논리(論理)’의 ‘리(理)’가 ‘리’로 발음된다면 ‘이치(理致)’의 ‘이(理)’도 똑같은 한자니, 말의 첫머리에서도 ‘리’로 발음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음법칙은 발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실제 말을 할 때는 모두 자연스럽게 두음법칙을 적용한다. 이는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리’인 북한의 성씨는 과거에 ‘니’로 사용했으며, ‘용천’ 등의 지명도 ‘뇽’으로 발음했다. 그러나 문화어가 제정되고 이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면서 실제 언어생활에서도 점차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게 됐다. 아직도 대부분의 북한 사람들은 두음법칙을 적용해 말한다. 하지만 교육을 엄격히 받은 높은 계급이나, 문화어 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고 자란 청년 세대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설에서도 종종 두음법칙을 적용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 상대적으로 규정에 자유롭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문화어의 기반이 되는 평안도 사투리의 특징이 있다면.
다른 방언과 구별되는 평안도 사투리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는 우리와 ‘ㅈ’을 소리 내는 위치가 달라 ‘ㅈ’의 발음이 다르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 사람은 이 자음을 발음할 때 혀를 입천장의 딱딱한 곳에 댄다. 그러나 평안도 사람은 이를 발음할 때 혀를 이와 잇몸의 경계 부분에 댄다. 이런 차이로 인해 평안도 사람은 ‘쥬스’와 ‘주스’의 발음을 정확하게 구별해 소리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음의 차이는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렵다.

두 번째 특징은 우리와 언어가 다르게 바뀌어 우리가 ‘ㅈ’을 쓰는 자리에 ‘ㄷ’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천장’이다. ‘천장’은 과거에 ‘텬댱’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평안도에서는 이를 ‘턴당’으로 사용하고, 우리는 이를 ‘천장’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를 보면 오히려 평안도 사투리가 더 본디 말과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가.
북한말에 대한 문헌, 드라마나 영화 등의 대중매체, 북한 출신 제보자의 말을 참고해 조사했다. 압록강이나 두만강 변의 조선족 공동체를 통해 조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선족 공동체는 공동체 내에서는 언어생활의 변화가 더디고, 북한 문화어 규정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 북한 방언 조사가 쉽다. 

다만 지금은 이런 공동체가 거의 전부 해체된 상태다. 조선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그 자리를 한족이 메우고 있다. 이제는 조선족 말에 중국어 요소가 많이 첨가되고 남한의 말 또한 영향이 미쳤다. 특히 대중매체를 통해 남한의 말이 급속도로 전파됐다.

아무래도 문헌 연구는 직접 가보지 않아 한계가 명확하다. 지금은 북한에 갈 수 없고, 북한에 가더라도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방언 조사를 할 수 없어 아쉽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직접 북한 방언 사용자의 삶에 들어가 방언을 연구해보고 싶다.

*두음법칙=말의 앞에 ‘ㄴ’ 혹은 ‘ㄹ’과 같은 특정 자음이 올 수 없는 현상.
 

ⓒ온라인 서점 알라딘 캡처
ⓒ온라인 서점 알라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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