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다겸 기자 (dgflying05@skkuw.com)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어린왕자를 읽는 것이다. 어린왕자는 많은 사람이 다시 찾는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잊고 있었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이 다수의 평이다. 나는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진 않다. 그저 어린왕자를 만나고 싶어 읽는다. 소중한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매년 이 책을 다시 꺼내 든다.

어린왕자를 읽을 때마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은 참 복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나 스스로 이러한 사람이 돼야겠다 생각하지만 정말 쉽지 않다. 소중한 사람을 진심으로 아껴줄 수 있는 사람, 나의 가시까지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어린왕자가 되기도, 이런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얼마 전 사촌 동생과 이야기하다가 얻은 큰 깨달음이 있다. 나는 대화하다가 무심코 ‘비즈니스 관계’라는 말을 썼다. 그러자 동생은 진지하게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관계에 있어 ‘비즈니스’라는 말을 붙이는 거라고 말했다. 온전히 이해관계만이 남은 관계를 뜻하는 그 말이 사촌 동생에게는 거슬렸던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정말 무례하고 오만한 단어였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수많은 선택 끝에 맺어진 소중한 연인데 말이다.
등 돌리면 남이다. 관계에 대해 싫증이 나면 우리는 그렇게 말하곤 한다. 익숙함에 속아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내가 쉽게 이 관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싫으면 끝내고 내가 좋으면 항상 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이런 풍조가 익숙해지는 세상 속에서 별을 보면 두고 온 장미가 생각나 미소 짓는 어린왕자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한다. 사실 나와 같은 기억을 공유하는 유일한 사람인데 우리는 쉽게 잊곤 한다. 

어린왕자는 들판에 널린 수많은 장미를 보고 자신의 별에 있는 장미는 너희들과 다르다고 말한다. 모습은 비슷하지만 어린왕자에게 장미는 단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대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어린왕자는 쓸모없다는 장미의 가시 또한 사랑하고 가시를 포기할 수 없는 장미의 상황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까다롭게 구는 장미에게 기꺼이 길들여진다.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내가 어린왕자의 구절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소중함을 잊곤 한다. 내 옆 사람이 소중한 이유는 그 사람과 함께 한 시간과 기억 때문인데 우린 쉽게 망각한다. 그 사실을 잊은 채 실수 한 번에 남이 되곤 한다. 좋아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싫어하는 데에는 한순간인 듯하다. 4시에 온다는 말 한마디에 3시부터 행복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는 것, 그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어렵지만 참 행복한 일이다,

어린왕자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도 눈에 보이는 것에 몰두해 보이지 않는 것을 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누군가의 어린왕자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유다겸 차장dgflying05@skkuw.com
유다겸 차장
dgflying0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