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민주 편집장 (minju0053@skkuw.com)

“술 좀 마셨다고 하면 심신미약으로 감형되고, 조금만 반성한다고 하면 집행유예가 나오네요.”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을 다룬 뉴스에 자주 달리는 댓글이다. 비슷한 댓글이 올라올 때마다 상당히 많은 공감 수를 얻는다.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하게 국민들의 현 의식이 드러났다. 지난 5일 <경향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71%가 법 집행이 한국 사회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부의 분배나 취업 문제보다도 높은 수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분배는 공정하지 않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가진 자는 더욱 얻고, 가지지 못한 자는 자꾸만 잃는다. 우리 세대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을 취업 또한 자본주의의 논리 아래 움직인다. 반면 공정성을 잃은 법 집행은 원칙적으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파괴적인 행위다. 이러한 결과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법계에 가지는 고질적인 불신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법 집행에 대한 신뢰는 국민의 법 감정과 선고 결과가 일치할 때 굳건해진다. 예컨대 전 국민이 분노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원 또한 그에 걸맞은 양형을 선고할 것을 기대하게 된다. 윤리 의식에 비춰 범죄의 악함을 벌한다는 응보(應報)는 법적 형벌의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법관의 법리나 법의 양형 기준에 따라 법 감정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는 일도 있다. 조두순의 예가 이에 해당한다. 2008년 조두순은 아동을 납치 후 성폭행해 영구 상해를 입혔다. 이에 검찰은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조두순이 술에 취해 있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조두순의 형량은 그대로 확정됐다.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당시 사법계를 향해서 수많은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제2의 조두순을 막기 위해 13세 미만 성폭행의 공소시효가 폐지됐고, 형량도 늘어났다. 그러나 한 사건에 대해 판결이 확정됐을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작동한다. 같은 사건으로 형사 재판은 또다시 열릴 수 없다. 조두순은 주어진 형기를 마치는 오는 12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한편 범죄의 예방적 측면에서도 공정한 법 집행이 요구된다. 조두순의 출소 소식에 국회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많은 법이 마련되고 있다. 재범의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예방하자는 것이나, 사후적인 성격이 강하다. 재판 당시 국민 법 감정에 대응하는 선고 결과와는 비할 수 없는 조치다. 이는 비단 조두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교화되기엔 지나치게 짧거나 가벼운 형기를 마칠 예정이거나 마친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국의 법원 앞에는 으레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는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로마 시대 정의의 여신인 ‘유스타티아’다. 그가 들고 있는 칼은 법 집행을 위한 힘을 의미한다. 저울은 치우침 없이 정의를 판가름할 것을 뜻한다. 즉 법이 가진 영향력을 법관과 시민들이 늘 되새기게 하기 위한 조형물인 것이다. 서초동 대법원 앞에는 우리나라만의 정의의 여신상이 세워져 있다. 칼 대신 법전을 들고 눈을 뜬 채지만, 뜻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엄정한 그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정의는 실현돼야 한다. 
 

박민주 편집장minju0053@skkuw.com
박민주 편집장
minju0053@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