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황유림 기자 (yu00th@skkuw.com)

인터뷰 - '두뿔이야기' 안문길 대표

'두뿔이야기'는 동네 상점 사이에 자리 잡았다.
사진 I 황유림 기자 yu00th@

맛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정육점 되고자 노력 
고기 많이 먹어봐야 내 취향 고기 찾을 수 있어

시끌벅적한 시장 골목, 붉은 조명 아래 적나라하게 매달려 있는 고깃덩어리.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육점의 모습이다. 종로구 구기동에는 새하얀 조명이 가득한 깔끔한 정육점이 있다. 언뜻 보면 카페 같은 이 가게는 미트 크래프트 ‘두뿔이야기’다. 이곳에서 고기를 구매하면 취향과 부위에 맞게 향신료도 받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직”이라는 안문길 대표를 만나 ‘두뿔이야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트크래프트, 고기 공예를 하다 
미트크래프트 ‘두뿔이야기’는 1++ 등급의 한우를 판매한다는 뜻과 숙성육의 질을 높인다는 두 가지 뜻이 담겼다. 미트크래프트는 공방에서 공예를 하듯 고기 공방에서 고기를 다듬는다는 의미다. 2000년부터 정육업에 발을 들인 안 대표는 2015년에 기존의 정육점 이미지를 탈피한 새로운 정육점을 만들었다. “예전에는 깨끗한 이미지의 정육점이 드물었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빨간 불빛의 정육점이 아닌 깔끔하고 세련된 정육점을 운영하고 싶었죠.” 또한 그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동네 정육점을 차리고자 했다. 그는 “같은 등급의 고기라도 파는 곳에 따라 가격이 차이 나는 경우가 있다”며 정직한 가격으로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하겠다는 자신의 고기 철학을 밝혔다.

고기가 정육점으로 오기까지 
정육점으로 고기를 공수하려면 직접 경매에 참여하거나 축산물 시장에서 사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경매장인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마리 단위로 구매하거나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부분적으로 골라오는 방식이다. 그는 “소 한 마리에 1000만 원이 넘는다”며 “예전에는 마리 단위로 구매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워낙 비싸 부분육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마리 단위로 구매했을 때 잘 팔리지 않는 부위는 쌓이게 되는 걸 고려한 탓이기도 하다. 그는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 있는 고기도 경매를 통해 온 고기”라며 “일반적으로 정육점은 경매와 축산물 시장에서 고기를 구해온 후 손질해 판매한다”고 답했다.   

숙성육은 무엇일까 
‘두뿔이야기’는 1++ 등급의 한우와 1등급 이상의 돼지고기 그리고 숙성육을 판매한다. 신선육은 고기를 손질한 후 판매하지만 숙성육은 고기를 통으로 숙성한 후 판매한다. 숙성 방법에는 진공포장을 벗긴 채 수분을 말리는 ‘드라이에이징’과 진공포장 상태로 수분 증발을 막는 ‘웻에이징’이 있다. 드라이에이징과 웻에이징은 고기의 연육 작용에 효과가 있어 숙성에 사용되는 고기는 주로 2, 3등급의 질긴 고기다. 안 대표는 연육 작용에 블루치즈 향까지 낼 수 있는 드라이에이징을 선호한다. 그는 “우리 정육점은 원래 1등급 이상의 연한 고기를 팔기에 연육 작용만 있는 웻에이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숙성 기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45일 동안 드라이에이징 했을 때 고기가 적당히 연해지고 블루치즈 향도 잘 밴다”고 설명했다. 이런 숙성육 특유의 블루치즈 향은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그는 “그래도 숙성육을 접해보면 새로운 맛을 알게 될 것”이라며 숙성육을 경험해볼 것을 추천했다.   

안 대표는 “현재는 잠시 숙성육을 중단하고 있다”며 이유 중 하나로 비싼 가격을 언급했다. “드라이에이징을 하면 고기의 30% 정도가 줄어들어요. 수분이 10% 정도 빠지고 딱딱해진 겉 부분을 깎아내면 20% 정도가 날아가죠. 그래서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어요.” 그는 “그래도 현재 숙성육을 할 다른 방법을 찾고 있고 육포도 고민해보고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다양한 ‘맛’으로 ‘맛’있게 즐겨보세요 
가게 한쪽에는 10가지의 향신료가 진열돼있다. 안 대표는 손님이 구매한 고기에 어울리는 향신료를 추천해 소량 덜어준다. 가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향신료를 다 쓰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해 다양한 향신료를 맛볼 수 있도록 구비해놓았다. 그는 “스테이크용 고기의 경우 로즈메리, 바질, 타임을 추천한다”며 “같은 고기를 먹더라도 향신료를 통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색다르게 먹을 수 있는 고기 부위로 제육볶음을 할 때 주로 사용되는 돼지 앞다리살을 꼽았다. 이를 삼겹살처럼 구워 먹으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고기를 먹어봐야 고기의 맛을 더 즐길 수 있다고 얘기한다. “정육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비해 현재 자기 취향이 확실한 손님이 정말 많아졌어요. 예전에는 고기를 살 때 냉동고기인지 생고기인지도 모르고 사 가시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자기가 선호하는 두께와 부위를 정해 오시죠”라며 여러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고기 취향을 찾아볼 것을 귀띔했다.  

 

사진 I 황유림 기자 yu00th@
이곳에서는 고기와 함께 10가지의 향신료를 제공한다.
사진 I 황유림 기자 yu00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