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지우 기자 (wldn9705@skkuw.com)

'너 에타해?'

왠지 우리 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자주 들락날락한다는 사실을 들키면 민망하다. 이건 비밀인데 댓글도 단 적 있다. '인성;'이라며 상대방을 비방하는 몹시 나쁜 댓글.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벚꽃은 흩날리지만 어쩌다 창궐한 역병으로 학교가 텅텅 빈 지난 4월. 처음으로 지면에 실린 나의 첫 기사 덕택에 오랜만에 가슴이 설렜다. 저 지면 한 켠을 차지하기 위해 지난 겨울을 얼마나 혹독하게 보냈는가. 덜덜 떨며 학교에 전화하고 '김지우 기자입니다'라는 낯선 문장를 입에 올렸다. 인터뷰이였던 총학생회 회장이 "저기, 혹시 녹음 안 하시나요"라며 살뜰히 챙겨줄 만큼 난 미숙했다. 

다행히 어리숙한 나를 아주 잘 인도해준 기자들이 있었기에 내 첫 기사가 무사히 태어났다. 당시 처음으로 '직접 찾아가는 성대신문'이 시행되면서 성대신문이 학우들의 집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난 떨렸다! 과연 학우들이 내 기사를 읽을까?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 독자라는 당신들을 위해 몇 번이나 다듬은 기사인데, 그 마음이 당신들에게도 닿을까? 4학년이라 화석으로 불리는 이 할머니도 처음은 어려웠다. 

그런데 철렁. 에브리타임 일명 '핫게시글'에 올라온 글을 보고 내 마음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성대신문 있으니까 손톱 깎을 맛 나네.' 무려 44개의 좋아요를 받은(심지어 누군가 스크랩했다) 게시글은 꽤나 학우들의 공감을 받는 듯했다. 

분노에 불타면서도 서글픈 마음에 '인성;'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지금이라면 절대 달지 않겠지만, 당시엔 내 기사 읽어달라며 떼를 쓰고 싶었다. 내 댓글에는 11개의 좋아요가 달리더라. 과연 이 11명은 다른 학우일까, 또는 '그래도 성대신문 편을 들어주는 학우가 있구나'라며 고마워하는 성대신문 기자들일까. 후자라면, 내가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뛰쳐나간 것 같다. 

우리는 누군가가 여유롭게 손톱을 깎을 때 휴지 대신 받침대로 쓰기 딱 알맞은 지면을 채우기 위해 기사를 쓰는 게 아니다. 발간주에 영혼을 갈아 넣는 건 '성대신문_수습지원서'라는 파일에 박제돼 있는 우리의 훌륭한 꿈 때문이 아니었나.

나는 오늘도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에브리타임 핫게시글을 살핀다. 당신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든, 우리는 당신들을 위해 존재한다. 겸허히 받아들이고, 바꿔 나가겠다. 

 

김지우 기자
wldn9705@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