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다솜 기자 (manycotton@skkuw.com)

인터뷰-비브리지 박정현 대표

 텍스트에서 벗어나 캡처를 통한 새로운 필기 방식 고안
“교육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에듀 테크 스타트업 되고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온라인 동영상 강의의 캡처·메모 툴(응용 프로그램), ‘슬리드(Slid)’를 개발한 ‘비브리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학생을 위한 온라인 강의 툴 시장의 문을 연 비브리지의 박정현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슬리드에 대해 소개해달라.
슬리드는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보며 중요한 부분을 캡처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동영상 강의 캡처·메모 툴이다. 브라우저의 확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유튜브뿐 아니라 Learning X와 같은 학교 사이버 강의 사이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강의 영상을 슬라이드별로 자동으로 캡처해줘 강의 내용을 일일이 받아 적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고, 캡처 이미지 하단에 바로 필기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지난 4월에 출시된 이후로 1만 명 이상의 대학생이 슬리드를 이용해 강의를 들었다.

슬리드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원래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대본 페이지를 넘겨주는 ‘스크립트 슬라이드’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많은 학교의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스크립트 슬라이드의 수요도 줄어들었다. 이에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온라인 강의를 도입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점차 커지는 온라인 교육 시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됐다. 이후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불편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정했다.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창 시절부터 경쟁 중심 시스템에 싫증을 느끼곤 했다. 경쟁에서 패배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취업이나 공부 모두 그렇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다르다. 언뜻 보면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고민을 거듭해 해결책을 내놓는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것이기에 합격자와 탈락자가 명확히 나뉘는 경쟁적인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스타트업의 과정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려는 끊임없는 ‘집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닌 ‘고객’의 니즈다. 사실 슬리드의 초기 형태는 지금의 캡처·메모 툴이 아니라 강의를 슬라이드마다 나눠서 재생하게 해 주는 동영상 북마크 프로그램이었다. 온라인 강의 이용자에겐 원하는 부분을 찾기 위해 긴 영상을 전부 찾아봐야 하는 점이 가장 불편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추출한 슬라이드를 PDF 파일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 주는 부가 기능을 나중에 추가했는데, 많은 사용자가 원래의 북마크 기능보다 강의의 자동 캡처·다운 기능에 더 열광했다. 
많은 이용자들이 “교안을 제공하지 않는 강의의 슬라이드 자료를 얻으려고 일일이 화면을 캡처하곤 했는데, 슬리드는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교안을 자동으로 추출해 줘 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니즈와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가 달랐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기능을 수정하고 발전시켜 지금의 슬리드가 탄생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나.
학교에서는 벼락치기나 족보 등을 통해 좋은 시험점수를 얻을 때가 많지만, 스타트업에선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므로 꼼수 같은 지름길에 익숙한 학생들의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대학생이기에 가질 수 있는 메리트도 있다. 대학생은 기성세대보다 잃을 것이 없고,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적다.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스타트업에 뛰어들고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생존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많이 고민해보고 도전해보면 좋겠다.

앞으로의 포부는.
가장 빨리 성장하는 에듀 테크 스타트업이 되고 싶다. 시중의 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 학교나 교수와 같은 공급자 위주로 개발돼 정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사용할 땐 불편한 점이 많다. 이런 학생들의 불편함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우리의 도전이 경직된 교육 시장에 활력과 혁신을 불러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싶다.

 

사진 | 박다솜 기자 manycotton@
사진 | 박다솜 기자 manycotton@

 

슬리드를 이용하면 강의 중 원하는 부분을 캡처하고 동시에 메모를 남길 수 있다.ⓒ슬리드 홈페이지 제공
슬리드를 이용하면 강의 중 원하는 부분을 캡처하고 동시에 메모를 남길 수 있다.ⓒ슬리드 홈페이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