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현 기자 (jhyeonkim@skkuw.com)

낙태죄 헌법불일치에 따른 정부 개정안, 논란 존재해
사회 각층의 토론 과정 통해 나아가야

 

지난해 4월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 지난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정부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며 낙태죄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됐다.
이에 낙태죄 관련 개정안에 대한 새로운 논란을 짚어보고자 한다.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
낙태는 자연분만기 전에 자궁에서 발육 중인 태아를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일을 뜻한다. 낙태를 할 경우 임산부와 낙태 시술자는 각각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업무상동의낙태죄’에 의해 처벌받았다. 단, 예외적으로 △근친 간 임신 △범죄 행위 △유전적 질환 등 모자보건법에서 규정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 임신 24주 이내에 한해서 낙태를 허용해왔다.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은 2017년 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4월 11일 헌재는 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낙태죄가 헌법 제10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서 파생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내용을 근거로 들었다. 임신을 유지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는 임신한 여성에게 있다는 것이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의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피하고자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헌법불합치 결정은 법의 폐지를 잠시 유보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다음달 31일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지 않으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는 전면 폐지된다. 헌재 판결 이후 보건복지부는 개정안 마련을 위해 △법조계 △여성계 △의료계 △종교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무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여성가족부 등 관계 정부 부처 협의를 진행했다.

낙태법, 무엇이 바뀌었나
지난달 7일부터 20일까지 △법무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공임신중절, 즉 낙태와 관련된 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정부는 종합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형법 개정안은 현행 낙태죄를 그대로 유지하되,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산부의 의사에 따라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한다. 또한 기존 모자보건법에서 인정하던 낙태 허용 사유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함으로써 산모에게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도 임신 24주 이내까지 인공임신중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의 경우 모자보건법에 규정된 상담 절차에 따라야 한다. 확대된 낙태 허용 사유는 현행 모자보건법에서 형법 개정안으로 편입됐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약물 등을 추가함으로써 시술 방법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했다. 자연유산 유도약물의 도입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인공임신중절 요청에 대한 의사의 거부권을 인정하는 내용도 새로 포함돼 인공임신중절을 거부하거나 수락한 의료인에 대해 불합리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개정안에도 논란 지속돼
현재 정부 개정안에 대해 인공임신중절 허용 기간과 의사 진료 거부권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개정안에 대해 반발하며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모낙폐는 지난달 8일 성명을 통해 정부 입법예고안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 확대와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형법상의 낙태를 유지하고 주수 기간, 상담 등의 절차와 같은 허용 요건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낙폐는 “임신 주수에 따른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시작일을 어떠한 기준으로 설정할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임신당사자의 진술과 초음파상의 크기 등을 참고해 유추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법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설희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신중절에 대한 접근권 확대와 안전한 임신중절을 가능하게 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어떻게 취할 것인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공동구성한 낙태법특별위원회(이하 낙특위)는 여성의 안전과 무분별한 낙태 예방을 위해 임산부의 의사에 따른 낙태 허용 시기를 임신 10주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임신 주수는 초음파 검사를 기준으로 한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는 “6~7주만 돼도 태아의 심장 박동이 보일뿐더러 10주 이후에는 태아가 이미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술 자체에 위험이 크다”며 “요즘은 임신 초기부터 태아의 기형이나 성별을 감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어 10주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낙특위는 24주 이내에 낙태하는 것은 시술로 인한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며 우려를 표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최소 임신 24주가 지나야 아기가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현재는 의학의 발달로 국내외에서 아기의 생존 가능 기준을 임신 22주로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낙특위에서는 낙태의 허용 범위를 22주 이전으로 보는 것이다”고 전했다.   

모자보건법에 신설된 의사의 진료거부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사가 진료 거부권을 가짐으로써 환자의 건강이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낙특위는 지난달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의료 행위에 대한 선택권을 가지고 환자를 시술 기관으로 안내하거나 낙태 관련 의료 행위를 한다는 내용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의사 개인의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요청을 거부할 수 있게 한 점과 인공임신중절 요청에 대한 개인의 결정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한 것은 환영한다”며 “현행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있는 ‘비도덕적 진료 행위 규정’ 중 낙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공동집행위원장은 “의사 진료 거부권보다 인공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의 실질적인 공공 의료에 대한 접근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당장 다음해 1월 1일부터 합법화되는 낙태에 대해 의료진 교육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21대 국회 통과를 목표로 절충안 검토 중
여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당은 개정안에 대한 절충안 검토에 들어갔다.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것으로 알려진 개정안은 낙태로 인한 처벌 요건을 완전히 폐지했고, 임신 24주 이내에 임산부의 의사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을 전면 허용하는 등 기존 정부 개정안보다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을 지속했을 때 임산부 건강이 심각하게 안 좋아질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주수 제한 없이 언제든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이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별도의 위원회에서 전문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박 의원의 개정안은 의사 진료 거부권에 대해 별도의 수정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 교수는 “낙태죄에 대한 정부 개정안의 기준과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임신 14주가 아닌 10주 이전에 임산부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임신 10주~22주 내 *의학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각각의 상황이 모두 다르므로 의사, 종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된 윤리위원회를 통해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승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문 공동집행위원장은 “헌재 결정 이후 1년 반이 지났는데도 낙태법 폐지와 여성의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접근권에 대해 정부가 검토하거나 시행한 것이 전혀 없다”고 우려하며 “건강보험의 적용, 보건 의료 체계와 기타 각종 인프라 구축 등 임신중절에 대한 여성의 접근권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의료인을 포함한 사회 각층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 연말까지 안전한 인공임신중절 제도에 대한 진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의학적 필요가 있는 경우=산모가 임신을 지속함으로써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생기는 경우, 태아가 생존 불가능한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 등.

일러스트 l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