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기자 (0614smj@skkuw.com)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함된 데이터마이닝 허용 조항
인공지능 지식재산권, 앞으로 논의해나가야 해

지난 1월, 중국 선전시 난산법원에서 최초로 인공지능이 쓴 글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중국의 인터넷서비스 전문 업체 텐센트의 인공지능 창작 보조 프로그램 드림라이터가 작성한 경제 보도 기사를 상하이잉쉰 과학기술이 사전 허락 없이 사용한 것이다. 법원은 상하이잉쉰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해 상하이잉쉰에게 배상금과 소송비용 1500위안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제 인공지능에도 저작권 등의 지식재산권이 부여될 수 있는 것일까?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드는 인공지능
과거에 단순한 문제 해결 능력만을 가지고 있던 인공지능은 이제 창작의 영역까지 손을 뻗으며 빠르게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2017년 중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샤오빙이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출간했다. 또한 비디오 플랫폼 틱톡은 인공지능 음원 스타트업 쥬크덱을 인수해 인공지능이 만든 음원을 자신의 동영상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아직 인공지능이 지식재산을 만들기 위해 수집하는 정보와 인공지능의 지식재산에 관한 별도의 법률은 마련돼 있지 않다. 

비영리적 목적에 데이터마이닝을 허용해 
인공지능의 창작에는 입력 정보의 지식재산권 문제와 창작물의 지식재산권 문제가 존재한다. 우선 인공지능을 구현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식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월 1일,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하며 데이터마이닝 허용 조항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데이터마이닝은 인공지능 개발 등을 위해 대량의 정보를 분석해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이 조항이 도입되면 비영리적 목적에 한정해 데이터마이닝 시 저작물 이용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것이 무제한적 허용은 아니다. 만약 정보 수집을 금지한 정보를 수집한다면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따로 처벌을 받는다.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손승우 교수는 이번 신설 조항에 대해 “독일과 유럽 등이 이러한 법제를 가지고 있다”며 “반면 일본은 우리와 다르게 영리적 목적에도 데이터마이닝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대신 일본은 결과물을 고려한다”며 “데이터마이닝 후 나온 결과물이 저작물과 유사한 경우 저작권 침해로 본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논의 중인 인공지능 창작물 권리 보호
인공지능 창작물에 대한 보호는 인간의 창작물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과 달리 다양한 창작물을 대량으로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강하게 보호하면 자칫 인간의 창작 활동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창작물을 강하게 보호할 경우 일부 기업의 독점이 심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인공지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인하는 정도로, 과한 보호로 인해 인간의 권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인공지능 창작물의 지식재산권 분배와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학자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다. 투자자나 알고리즘 설계자, 이용자 등 인공지능 자체의 창작에 수많은 사람이 관여하기 때문에 권리 분배에 모호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공동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라며 “기존 지식재산권 법체계와 달리 권리자를 묶어주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권리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진근 교수는 “개발자에게 권리를 부여하게 되면 미국 등 인공지능 개발의 선두 주자가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의 이용자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인공지능의 지식재산권 문제는 이제 막 세계적인 논의를 시작한 단계다. 각국의 학자들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를 통해 인공지능 지식재산권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오는 4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적재산권과 인공지능에 대한 3차 회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최근의 논의는 현재 개발 가능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약한 인공지능을 대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손 교수는 독립된 인격체를 가지는 강한 인공지능의 지식재산권 논의를 묻는 말에 “법이 기술을 앞서나갈 수는 없다”며 “그때가 되면 그때의 맥락을 고려해 법을 고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인공지능 샤오빙이 출간한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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