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의 조리법도 보호받고 싶다
음식물의 조리법도 보호받고 싶다
  • 김다인 기자
  • 승인 2020.11.02 19:47
  • 호수 16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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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은 저작권으로 보호될 수 없어
조리법을 창작물로 보려는 노력 필요해

“뺏어가지 말아 주세요, 제발” 최근 논란이 됐던 ‘덮죽’ 사태와 관련해 원조 덮죽 사장은 자신의 SNS에 조리법을 도용하지 말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덮죽 사장의 SNS 글은 음식 업계에 만연하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조리법 표절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과연 음식물과 관련된 저작권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음식물 조리법을 저작권 말고 다른 방법으로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일지 알아보자.

음식물의 저작권 보호는?
음식물의 저작권은 현행법상 보호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저작권법 제2조 18호에서는 음식에 관한 내용이 서술돼있는 요리책의 경우 편집저작물로서 보호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조리법 자체는 그 대상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한다. 그러나 음식의 조리법은 창작물이 아닌 아이디어에 해당한다. 조리법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음식물 자체를 보호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법률사무소 박범일 대표 변호사는 “조리법이 저작권에 의해 보호 받을 수 없어 조리법에 의해 발생된 음식물을 보호하기란 어렵다”고 밝혔다.

음식물의 권리 보호를 위한 다른 법적 수단
산업재산권에 속하는 △디자인권 △상표권 △특허권으로도 이론상 조리법 보호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디자인권의 경우, 음식의 형태를 동일하게 제조할 수 있는 경우 외관의 독특성을 인정해 디자인보호법상 권리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이 경우는 디자인이 유사한 경우까지 효력이 생긴다. 디자인권을 인정받은 음식에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나 마카롱 등이 있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음식물 디자인의 창작성을 인정받아 디자인권을 취득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음식에 대해 브랜드를 만들고 그 브랜드를 상표법상 특허청에 등록한다면 상표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본인이 원래 사용하고 있던 상표를 다른 사람이 무단으로 출원한 사실이 드러나면 상표가 등록되기 전 정보제공 및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상표 등록 후에는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상표권도 무조건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오리온에서 초코파이를 처음으로 출시한 이후 타사에서도 초코파이를 앞다퉈 출시했다. 오리온은 타사의 초코파이에 대해 상표권 무효심판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초코파이가 보통명사처럼 여겨진다는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특허권은 기존에 없던 음식을 개발했거나 알려진 음식이라도 새로운 조리법으로 독창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록할 수 있다. 특허 등록이 된 조리법에는 빵 대신 쌀을 이용한 김치라이스버거나 흑미 피자도우, 튀김소보루 빵 등이 있다. 그러나 특허출원을 받은 20년 후에는 특허권이 소멸해 요리법이 모두에게 공개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외에도 음식물의 조리법을 지키기 위해 음식 만드는 방법을 극소수만 공유하는 방식이 있다. 코카콜라의 경우에는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해 특허권을 출원하기보다는 극소수의 임원만이 제조법을 공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극소수의 임원만 재료 배합 비율을 알고 있으며 제조법이 담긴 문서는 코카콜라 박물관 금고에 보관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로 규제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영업비밀요건의 완화로 영업비밀을 비밀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요식업계의 수많은 조리법 표절 문제
음식물 권리보호에 대한 논란은 큰 쟁점이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말 그대로 뜨거운 감자다. 최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포항의 덮죽집 사장의 SNS에 덮죽의 조리법을 누군가가 도용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한 외식업 전문 연구진이 프로그램 내에서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와 덮죽집 사장이 개발한 조리법을 변형해 ‘덮죽덮죽’이라는 대표메뉴를 내세운 프랜차이즈를 만든 것이다. 조리법 표절 문제가 논란이 되자 덮죽덮죽 이상준 대표는 사과문을 올린 후 모든 사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사과문의 내용도 조리법 도용 문제가 아닌 상표의 표절에 중점을 뒀다. 

또한 빵 프랜차이즈 전문점인 파리바게뜨에서는 지난달 초 강원도 평창군과 업무 협약을 맺고 강원지역 농가에서 감자 50톤을 사들여 이를 활용한 감자빵을 선보였다. 하지만 강원도 춘천시에서 먼저 감자빵을 판매하던 한 소상공인이 조리법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파리바게뜨는 즉시 판매를 중단하고 새로운 형태의 감자빵을 다시 만들어 출시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파리바게뜨는 “비슷한 제품을 중국에서 선보인 바 있어 표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음식물 권리보호의 필요성은 비단 최근에만 대두된 문제가 아니다. 이외에도 ‘커피번’, ‘요거트 아이스크림’ 등 유행메뉴와 유사한 상품들이 출시돼 원조 점포가 폐점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박 변호사는 “조리법도 표현에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 있고 최소한의 창작성이 있다면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조리법을 단지 음식을 만드는 절차로 보기보다는 하나의 창작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원도 감자빵 사진이다.
ⓒ카페 감자밭 홈페이지 캡처

 

파리바게트의 감자빵 사진이다.
ⓒ파리바게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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