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인터뷰 - 과로사 예방센터 정병욱 소장

과로 피해자와의 연대를 바탕으로 과로 없는 한국 사회를 꿈꾸는 이들

“한국 사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거듭나길”

 

한국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몰래 힘쓰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과로사 예방센터’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과로 문제를 알리고 과로 피해 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로사 예방센터의 정병욱 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과로사 예방센터에 대해 소개해달라.
과로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4년에 일본에서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러한 법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에 지인들과 함께 뜻을 모아 과로사 문제 해결 활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우선 과로사 피해자 유가족과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가를 모아 과로사 예방센터를 만들었다.

현재 과로사 예방센터에서는 △과로 예방 연구 △입법 활동 △토론회 개최 등을 진행한다. 또한 과로 피해자와 과로사 피해자 유가족과 교류하고 상담하면서 이들과 연대하고 있다. 과로사 문제를 사회에 알리고 관련 입법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과로사 예방센터의 소장으로서 좋은 기억이 있다면.
우선 과로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것이 좋았다. 과로 문제와 관련된 당사자를 직접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현재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바라는 사회는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마주보고 대화하며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유익했다. 또한 과로사 예방센터의 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학회와 교류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일본에는 과로사를 연구하고자 모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많은데, 우리나라도 학회 교류를 하며 과로사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과로사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과로사 문제는 노동자를 하나의 이용 수단으로 간주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용자는 최소 금액으로 최대의 이윤을 남기려고 하기 때문에 근로자를 최소한으로 고용하려고 한다. 만일 사용자가 돈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했더라면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과로사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 택배기사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고용 형태를 없앰으로써 택배기사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택배기사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는다면 근로 시간과 야간 및 연장 근로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과로사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과로사는 택배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집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쓰러지는 일이 많았다. 이에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육체 노동의 위험성에 대한 얘기가 대두되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가 잠시 부각됐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과로사 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떠올린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택배기사는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업체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과로 문제가 생길 경우 택배 회사는 이를 피해자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는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기업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노동자의 권리에 더 관심을 갖고 불합리한 일을 겪는 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노동자에게 어떤 사회가 되길 바라는가.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과로 없는 사회,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일일 8시간, 주 40시간의 노동이 확실히 지켜져야 한다. 또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돼 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최대한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과로사 예방센터가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로사 예방센터가 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정병욱 소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