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마르크스주의는 여성차별의 근원을 사회체제에서 찾아

여성·남성 노동자들의 단결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마르크스주의를 ‘죽은 학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분야와 접목되며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여성차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마르크스주의는 오늘날의 여성차별 문제에 관해 어떤 점을 시사할 수 있을까.

 

여성차별의 원인을 계급 사회에서 찾다
마르크스주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을 기반으로 사회 계급의 관계와 사회적 충돌을 분석하는 이론이다. 마르크스주의 논의의 시작은 사회적 계급억압에서 출발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인간의 삶과 경험에 사회구조가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즉 사회구조의 체제와 기술은 자본가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수단이며 그 이익은 노동계급을 착취함으로써 얻어진다고 본 것이다. 특히 토지가 개인 소유로 전환된 것은 계급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토지와 같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은 노예와 같은 신분으로 전락했으며, 이와 같은 개인 소유 체제에서 사람들은 생산수단을 가진 자를 위해 노동을 해야 했다.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투쟁의 잠재력을 강조하며 피지배 계급이 단결해 조직적인 행동을 할 때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마르크스주의는 사회 구조의 영향으로부터 개인을 해방시키는 것에 방점을 뒀다고 할 수 있다.
<노동자 연대>의 최미진 기자는 “마르크스주의는 여성차별을 초역사적 현상으로 보지 않는다. 또한 여성차별을 남성의 여성차별 본성이나 권력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지 않고, 계급사회의 산물로 본다”며 “여성이 해방되려면 계급사회가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에서 여성차별이 유지되는 이유도 그 생산방식에 뿌리를 둔 가족제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는 끊임없는 노동력의 공급이 이윤을 낳는다. 이때 자본가는 노동력 재생산의 책임을 개별 노동계급 가족에게 전가해 비용을 절감하고 이익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양육 등 가사노동을 주로 도맡아 해야 하고 이는 여성에 대한 체계적 차별의 원인이 된다.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여성이 가사노동에서 어느 정도 해방된 현재에도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이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 최 기자는 “마르크스주의는 여성이 가사노동에서 해방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가사노동 시간을 일부 줄여줄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여성의 부담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특히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는 것이 양육”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양육 부담은 개별가정에 전가된다. 이는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경력 단절, 성별 임금격차, 낮은 고용률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여성차별을 경제·계급 문제로 환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 기자는 “마르크스주의는 계급이 차별의 근원과 양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만, 차별을 경제나 계급 문제로 축소하지 않았다”며 “마르크스주의는 가족, 국가, 소외, 이데올로기, 재생산 등의 범주를 활용하여 여성차별을 설명하고, 경제와 계급 이외의 여성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다뤄 왔다”고 밝혔다.


성차별을 통해 이득을 보는 자본가 혹은 국가
일부 페미니즘 흐름은 여성차별의 원인에 대해 남녀 개인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여성차별이 남성에게 특정한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본다. 반면 마르크스주의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인 간의 관계를 뛰어넘어 사회 체제와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하면 성차별에서 이득을 보는 것은 남성이 아닌 자본가 혹은 국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 계급 여성은 양육과 가사노동에 시달린다. 하지만 노동 계급의 남성 또한 실질적인 경제적 부담을 지며 고통을 겪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자본가 혹은 국가가 개별 가족에게 노동력의 생산을 떠맡기며 이득을 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마르크스주의는 여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해 노동계급 남성과 여성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는 성차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차별을 반대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페미니즘과 의견을 같이한다.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마르크스주의가 여성해방을 보는 시각은 여성이 다양한 형태의 노동에 참여하게 됨과 동시에 여성 노동환경의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마르크스주의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혁명적 사건들이 여성해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2011년 이집트 혁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독재정권에 분노한 이집트 국민들은 시위를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자신들에게 가해지고 있던 금기를 깨며 시위에 참여했다. 또한 남성과 단결하며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 노동사회과학연구소(소장 채만수) 천연옥 부산지부장은 마르크스주의 여성해방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여성차별 문제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기반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하며 “노동자가 주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남성 노동자들이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