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류현주 (hjurqmffl@skkuw.com)

왜 사람들은 마지막에 뻔하디 뻔한 말을 남길까. 그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고 듣기 지겹지만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성대신문에서 쓰는 마지막 글,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결국 ‘사랑’에 대해 쓴다. 

많은 책들이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누군가 나에게 사랑에 관한 책을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최진영 작가의 해가 지는 곳으로를 꼽을 것이다. 책에는 따스한 햇볕 같은 사랑보다는 추위에 대항하기엔 너무나 미약하지만 누구나, 언제나 지니고 있는 입김 같은 사랑이 등장한다. 2017년에 나온 이 책을 그때 바로 읽었더라면 술술 재밌게 읽었겠지만 인상 깊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나 정체모를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뒤덮은 세상. 살아남은 이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달려가면서도 서로에게 가장 큰 위협이 돼버린 책의 상황을 2020년의 우리는 어쩐지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타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모든 감정적인 행동은 위험만을 가져올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을 택하는 이들이 있다. 도리, 미소, 지나, 건지, 류, 단. 책을 읽으며 간곡하게 행복하기를 바랐던 이름들을 읊어본다. 

그렇다면 사랑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가. 우습게도 당연히 그렇지 않다. 책 속 주인공들은 사랑의 힘으로 바이러스를 소멸시키고 끝내 일상을 되찾지는 못한다. 다만 그들의 사랑은 불행에 지지 않고 살아가는 ‘현재’를 만든다. 그들의 목표는 지금 눈앞에 있는 서로의 눈을 똑바로 보고 해가 지는 곳 그리고 따뜻한 바다를 향하는 것뿐이다. 그들의 사랑은 위대하지 않다. 그러나 위대하지 않다고 해서 미약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래도 여전히 사랑은 묵묵히 제 본분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는 순간 나는 미소에게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사랑을 부탁할 것이다. 내 사랑을 부탁받은 미소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사람들이 제 본분을 다하도록 이끄는 것이 사랑의 본분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분명 ‘비논리적’인 일이다. 사랑에 타당한 근거란 없다. 오히려 사랑은 필연적으로 우리를 괴로움으로 몰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두렵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랑’이라는 개념에 인격을 부여한다면 그것은 분명 ‘이기적’일 것이다. 사랑은 말도 안 되는 것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여가며 기어코 말이 되게 만든다.

의무학기가 끝난 성대신문에 한 학기 더 남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신문사는 바쁘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또한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 세상에서의 신문 발간은 예측할 수 없는 시련의 연속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힘들다. 그것도 엄청. 떠나야 하는 이유만이 무성할 때, 내가 이곳에 남아야 했던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을 사랑했다. 이제 정보의 주체는 지면이 아닌 화면이 된 세상에서 아직도 활자를 고집하고 종이 냄새가 나는 이곳을 여전히 사랑한다. 마음에 새겨뒀던, 함께 몸담았던 이름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필자에서 독자로 돌아가기 전 소중한 마지막 문장을 쓴다. 세상에 전염될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뿐인 날이 오기를.
 

류현주 부편집장hjurqmffl@skkuw.com
류현주 부편집장
hjurqmffl@skku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