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선정 기자 (sunxxy@skkuw.com)

인터뷰 - ‘펄스나인’의 박지은 대표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할 AI 아트
기술적 이해가 수반될 때 더 매력적 

 

AI는 우리가 즐기는 문화 콘텐츠에도 성큼 다가왔다.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향후 3~5년 내 AI 아트 시장 규모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매진 AI’라는 인공지능 화가를 개발해 AI를 문화예술계에 확장하려는 그래픽 AI 기업이 있다. ‘펄스나인’의 박지은 대표를 만나봤다. 

‘인간 화가’와 ‘인공지능 화가’의 콜라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전반적인 제작 과정과 관객의 반응은 어땠는가.

2018년 AI 화가의 ‘에드몽 드 벨라미’ 작품 경매 사건을 보고 우리도 AI 아트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두민’ 작가와의 콜라보다. 처음부터 AI 화가의 단독작품에 도전하기보다는 유명 작가와의 협업을 원했다. AI 화가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과 협업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인간 화가와 그림을 나눠 그리면 AI 화가의 실력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 이매진 AI는 단순히 원본 이미지의 톤과 색을 보정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데이터의 축적을 통해 학습된 스타일로 원본을 재해석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보통 AI 학습을 위해서는 이미지가 정확하고 노이즈가 끼지 않은 데이터를 학습시킨다. 이매진 AI의 경우 상업적인 그림보다 예술성 있는 그림을 원했기에 일부러 노이즈를 집어넣기도 했다. 관객들이 ‘기대 이상’이라며 감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감탄은 무언가에 놀라는 순간을 표현할 때 쓴다. 감동은 무언가에 크게 느껴 마음이 움직일 때 쓰는 말이다. 콜라보 그림이 아닌 AI 아트만의 작품은 감탄에 있어서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췄지만 감동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이다. 

AI 화가에 대한 현직 작가들의 반응은.
AI 화가는 현직 작가들에게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도 있다. 예술가가 작품 속에 혼과 삶을 담는 과정이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하지만 AI 아트의 등장은 19세기 사진기가 등장했을 때와 유사하다. 대상의 재현에 있어 인간이 기술을 따라가지 못해 화가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화가의 영역은 사진의 영역과 다름을 곧 증명했다. 이처럼 AI를 창작 활동에 잘 활용하면 현대미술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AI 아트뿐 아니라 AI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새로움이란 늘 낯설고 경계심을 준다. AI 아트를 감상하는 주체가 있고 그 예술을 소비하는 주체가 있다면 긍정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창작 노동의 수고스러움을 덜어주는 것도 충분히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AI 아트의 창의성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AI 아트는 인간 화가, 위대한 화가처럼 창의적인 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발전해 왔으나 결국 AI 아트는 인간이 선택한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AI의 창의성으로 볼 수 없다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AI가 인간과 같이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경험하며 창의성을 증명할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AI 화가의 창의성과 독창성이 인간이 생각하는 화가의 범주에 들어야만 인정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창의적이라고 평가해주는 것은 감상자(인간)의 몫이다. AI가 예술가로 인정받기 어려운 부분은 미적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본다. AI도 기존 미술 작품처럼 감상자의 열린 해석을 중시한다. 조금의 차이가 있다면 AI 아트는 작품 제작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술적인 이해가 수반될 때 그 결과물이 더 큰 매력을 갖게 된다고 본다.  

다른 프로젝트나 앞으로의 계획이 있는가. 
올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비대면 시대가 빠르게 다가와 AI 가상 인물 사업이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또 현 상황으로 AI 아트 갤러리 ‘아이아’가 문을 닫게 되면서 AI 가상 인물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펄스나인의 가상이미지 자동화 서비스로 수만 장의 오픈소스 얼굴 이미지에 20년 아이돌 역사를 분석해 AI 아이돌을 선보였다. 가상의 이상형을 뽑는 서바이벌이다. 자신이 원하는 성격, 매력 등을 직접 입력해 실제 존재하는 듯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Commune with...' 드로잉화.
'Commune with...' 드로잉화.
ⓒ펄스나인 제공
ⓒ펄스나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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