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안준혁 기자 (btino516@skkuw.com)
일러스트 I 정선주 외부기자 webmaster@

AI 아트, 질적 수준 뛰어나지만 창의성 더욱 발전해야
인간과 AI, 부족한 부분 채워가며 활발한 협업 기대해

 

미국의 컴퓨터공학자 한스 모라벡은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고 말했다. 이는 AI의 빠른 발전을 예고함과 동시에 AI가 감정, 예술과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은 침범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18년 프랑스의 AI 예술팀 ‘오비어스’의 작품, ‘에드몽 드 벨라미’가 경매에서 앤디 워홀의 작품보다 비싸게 팔리며 AI 아트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에 물음표를 던졌다. 알파고가 바둑계를 정복했듯 AI가 예술 분야까지 정복할 수 있을까? 
 

창의성과 인공지능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해내는 특성을 두고 흔히 ‘창의성’이라 한다. 특히 예술에 있어 창의성은 중요하게 여겨지며 인간의 본질적 영역으로 평가돼왔다. 현대에는 기술이 발전하며 AI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조금씩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변화에 맞춰 AI는 예술의 성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예술 작품에 AI를 활용한 AI 아트가 그 예다. 고려대 철학과 이영의 교수는 “예술 작품은 관람자의 개인적인 체험과 해석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 △이해 △태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창의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AI가 인간에게 새로운 해석을 제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창의성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 밝히며 AI 아트의 발전을 얘기했다.  
 

창의성을 향한 AI 기술의 발전
오늘날 AI의 예술 작품 창작엔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이 주로 사용된다. GAN은 데이터 입력을 받은 생성자와 진위를 판별하는 판별자 간의 경쟁을 통해 생성자가 실제와 더 유사한 작품을 만들게 학습하는 구조다. 모방 화가가 감별사를 속이기 위해 유명 화가의 화풍을 절묘하게 따라하는 것처럼 생성자는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판별자를 속일 수 있는 수준의 작품을 만든다. GAN은 이러한 경쟁 구조를 통해 특정 화가의 화풍을 선택해 작품을 만드는 등 AI 아트의 질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기존 작품의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작품을 만드는 GAN 기술을 활용한 작품은 창의성에 대한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에 럿거스 대학에서 만든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은 GAN을 개선해 AI 아트에 창의성을 담으려 노력했다. CAN의 판별자는 많은 데이터를 통해 기존 작품들을 학습하고 생성자는 이와 다른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GAN이 작품의 질적 완성도를 높였다면 CAN은 독창성을 개선한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AI와 예술의 결합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통해 AI는 예술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 AI 아트는 관람객과 작품 간의 상호작용 여부에 따라 ‘상호작용형’과 ‘비상호작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상호작용형 창작물은 관람객이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미적 경험이 이뤄지는 창작물을 의미한다. 2016년 ‘나비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발표된‘Tandem’은 관람객과 AI의 상호작용이 잘 드러나는 예시다. 해당 작품은 관람객이 그림을 그리고 감정 키워드를 선택하면 AI가 해당 키워드에 따라 그림을 완성한다. 독특한 색 조합은 물론 간단한 도형을 구체적인 사물로 묘사하는 등 AI 기술을 더해 관람객의 그림을 발전시킨다. 이러한 상호작용형 창작물의 경우 관람객이 공동 창작자로서 작품에 참여하는 것이 AI의 데이터 처리에도 영향을 끼친다. 

비상호작용형 창작물은 인공지능 스스로 작업을 창작하거나 패턴 인지를 통해 정보를 찾는 창작물을 뜻한다. 구글의 '딥드림'은 사용자가 입력한 이미지를 인공지능이 학습한 유명한 화가의 화풍으로 바꿔 그려준다. 원본 이미지의 패턴과 질감 등을 분석해 해당 화풍으로 변형하는 것이다. 금융사 ING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한 ‘더 넥스트 렘브란트' 역시 '딥드림’과 비슷한 구조다. 해당 AI는 346개의  렘브란트의 작품을 학습하며 △그림자 △빛 △질감 등의 세부 요소까지 완벽히 재현해 렘브란트 화풍의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주목할 점은 그림의 주제부터 인물의 구도 선정까지 모두 AI의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AI 아트의 저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AI의 창의성 인정받을 수 있을까
오늘날 AI 아트의 수준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미지를 인식해 빠르게 그려내는 작업의 효율성은 AI가 인간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측면 외에 창의성 분야에서도 AI는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AI 아트가 예술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교수는 “AI 아트 프로그램이 고흐와 피카소 풍의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해서 그것의 창의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기존의 그림을 학습해 재현하는 것을 ‘창의성’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대 예술공학대학 이보아 교수는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개발자의 주관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창의성에 관한 구체적인 담론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추가로 “소더비와 크리스티와 같은 글로벌 경매회사에서 AI의 작품을 팔려고 경쟁하거나 AI 창작물 전시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AI 아트는 트렌드이자 더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고 답했다.
 

AI 아트, 어디까지 왔나?
국내에서도 AI 아트를 향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그래픽 AI 전문 기업인 펄스나인은 세계 최초로 AI 예술가와 인간 예술가의 협업을 진행해 이목을 끌었다. 펄스나인의 인공지능 화가인 ‘이매진 AI’와 활발한 작업 활동을 하는 ‘두민’ 작가는 하나의 그림을 공동 제작하는 펄스나인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두민 작가가 상반부의 그림을 서양화풍의 기법으로 그린 뒤에 이매진 AI는 하반부를 동양화풍으로 완성하며 인간과 AI 간의 협업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교수는 “AI는 인간의 부족한 계산성을, 인간은 AI에겐 없는 감성을 채워줄 수 있다”며 미래에 인간과 AI 간의 협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을 기대했다. 이어 그는 “미래에는 AI 아트가 더욱더 진화를 거듭하며 하나의 확립된 분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AI 아트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딥드림'이 고흐 화풍으로 그린 작품.
'딥드림'이 고흐 화풍으로 그린 작품.
'더 넥스트 렘브란트'가 렘브란트 화풍으로 그린 작품.
'더 넥스트 렘브란트'가 렘브란트 화풍으로 그린 작품.
2016년 아트센터 나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발표된 하싯 아그라왈(Harchit Agrawal)의 'Tandem'.
2016년 아트센터 나비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발표된 하싯 아그라왈(Harchit Agrawal)의 'Tand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