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올 2020년은 모든 학교 구성원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1학기 개강을 목전에 두고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우리는 사상 초유의 개강 연기와 전면 비대면 수업을 경험하게 됐다. 2학기부터는 비록 일부 대면 수업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수업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멈춤, 그리고 언택트의 일상화는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왔던 교육의 많은 장면들을 급격하게 바꿔버렸다. 

이번 비대면 수업 상황을 맞이하면서 교수자 입장에서 겪은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비대면 환경에서도 대면 수업만큼의 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의 문제였다. 흔히 수업의 질(teaching quality)을 논할 때 우리는 이를 교수자의 질(teacher quality)과 연계하여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교수자는 수업을 구성하는 한 요소에 불과하기에 교수자의 전문지식, 수업기술 등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수업의 질을 담보할 수는 없다. 수업은 다양한 맥락과 여건 하에서 교수자와 학생 간의 상호소통 관계를 통해서 구현된다. 따라서 이러한 관계성(relationality)을 배제하고 양질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대면 수업에서 이러한 관계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이건 정말 쉽지 않은 문제였다. 1학기의 경우, 줌이나 웹엑스 같은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았고 인터넷 서버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강의를 녹화방식을 통해 진행했다. 비록 아이캠퍼스에 매주 과제를 주고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지만 대면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과 비교할 때 현저히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녹화한 강의를 들어보니 이것은 마치 학창시절에 제일 지루해했던 교과지식만 줄줄 읊는 수업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학생들의 얼굴도 모르고, 학생들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알기 어렵고, 무엇보다 수업을 진행하는 내가 즐겁지 않았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교수자의 감정(emotion)과 자기효능감(self-efficacy), 그리고 학생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수업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기존 연구결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1학기 수업에 대한 반성과 학생들의 피드백을 토대로 2학기에는 줌을 통한 실시간 수업을 우리 교육학과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해보았다. 생소한 포맷이기에 나와 학생들 모두 초반부에 적응 기간을 거쳤지만 한 달여가 지나면서 어느 정도 수업이 안정되었고, 학기 중반부가 지나면서부터 우리 모두 이 플랫폼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강의녹화 위주였던 1학기 수업에 비해 이번 실시간 수업은 확실히 교수자로서 느끼는 만족도가 높았다(강의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이러한 만족도 향상은 1학기에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교수자-학생 간 관계성이 실시간 수업에서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었다는 점이 컸다. 

그러나 단순히 이러한 긍정적 측면만을 보고 실시간 수업을 전면적으로 하자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과목의 특성 또는 수업에서 다루는 주제에 따라 녹화강의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두 방식을 병행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진행해본 결과, 실시간 수업은 대면 수업보다 훨씬 더 교수자의 에너지와 긴장감을 필요로 하고 피로도도 더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어떠한 방식이 더 효과적인가를 따지는 것보다 교수자가 만족할 수 있고 수업의 질을 담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을 융통적으로 선택하거나 조합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관계성의 측면에서 여전히 지금의 비대면 수업은 대면 수업에 비해 부족하다.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현 코로나 시국에서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고민과 노력이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할 것 같다. 
 

일러스트 l 이승호 외부기자 web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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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아 교수교육학과
노진아 교수
교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