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대학생이 된 나에게는 매일같이 고통의 시간이 찾아온다. 오늘 뭐 먹지...? 여럿이서 식사 메뉴를 정하기란 쉽지 않다. 먹고 싶은 메뉴가 있어도 혹시 상대방이 그 메뉴를 싫어하지 않을까, 비싸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고민하며 함부로 제안하지 못한다. 그저 친구가 제안해주기를 기다릴 뿐인데,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지 가만히 있거나, 아무거나 괜찮으니 내가 고른 메뉴를 먹겠다고 한다. 서로 먹고 싶은 메뉴가 다른 것은 당연한데, 왜 먹고 싶은 것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할까? 모두가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말하고 그중에서 고르면 안 될까? 사람들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거나, 혹은 두려워하는 것 같다. 

고등학교에서는 ‘다름’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다.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같은 옷을 입으며, 같은 시간에 같은 밥을 먹는 친구들과 일상의 대부분을 함께했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다름’에 대해 고민해볼 기회도 없었다.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하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조금 멀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친구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은 친구도 있었고, 나와 다른 점이 대부분인 친구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굉장히 나와 잘 맞고 비슷한 것 같았지만 지내다 보니 나와 다른 점이 자꾸 눈에 들어온 친구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실망하기도, 아쉽기도 했다. 나와 생각과 성격이 같은 사람은 왜 없을까 생각하며 슬퍼하기도 했다. 머리로는 다를 수 있지, 다른 것이 당연하지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속 어디에선가는 다름을 거부했던 것 같다. 

나는 다른 것과 틀린 것을 항상 구분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이러한 나조차 다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두렵다. 그렇기에 나는 새로운 친구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한다.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나와 다름을 느끼고 거리를 둘까 봐 무섭다. 나의 삶을 친구가 이해해 줄 수 있을지 확신도 없다. 말하고 싶은 나의 이야기가 있어도 대부분 참는다. 그래서 가끔 혼자 답답해할 때도 있다. 

“다른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같은 것이 이상한 것이다. 나와 다르기에 친구의 가치가 있다.”라고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때, 내가 비로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맘 편히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속 한 구절이다. “인간의 삶에서 각자가 최대한 다양하게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다름이 당연한 사회, 모두가 자신의 삶과 생각을 맘 편히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각자의 삶과 생각은 그것이 최선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그냥 각자의 삶, 생각이기에 그 자체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민찬홍 (글경제 20)
민찬홍 (글경제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