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민정 기자 (0614smj@skkuw.com)

인터뷰 -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한영준 부연구위원

모든 생활을 집에서 10분 거리 안에

퍼스널 모빌리티와 배달로봇이 함께하는 미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등장하며 우리는 일상에서 ‘생존’의 문제를 고려하게 됐다. 사람을 만나서 진행하던 많은 일이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그에 따라 재택근무와 재택교육이 증가했다. 사람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게 됐으며 길거리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풍경은 더이상 어색하지 않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도시의 공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서울연구원에서는 ‘감염병 시대, 도시의 운명과 서울의 미래’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서울연구원(원장 서왕진) 교통시스템연구실 한영준 부연구위원과 함께 전염병 시대 서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전염병에 취약한 대도시
각 도시는 저마다 다른 특성이 있다. 전염병 시대에 취하는 전략도 그에 따라 달라진다. 그 예로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인구가 밀집돼있어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이 높다. 한 부연구위원은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저밀도로 개발돼 자가용이 보편화됐다”며 “그러나 서울의 교통정책은 자동차가 없어도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목표로 세워졌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평상시에는 이러한 전략이 문제가 없었으나 전염병이 발생하며 감염의 우려가 생겼다.

그동안 대도시는 단핵 도시의 형태로 발전해왔다. 단핵 도시는 몇몇 중심지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도시 형태로,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어 도시경쟁력 향상에 유리하다. 하지만 단핵 도시는 편의시설이 중심지에 집중돼 주민들이 비교적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고 이는 전염병 관리의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또한 단핵 도시에서 전염병이 발생하면 도시를 봉쇄해야 하고 이는 도시 기능의 마비로 이어진다.

생활권 내 자급자족이 가능할 수 있도록
반대로 다핵도시는 각 중심지의 규모가 작아 생산비 절감 측면에서는 미흡하지만 주로 단거리 이동이 이뤄져 전염병 관리에 유리하다. 한 부연구위원은 “시민의 편리를 위해 도시의 다핵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며 생활권에 공공서비스를 확충하는 ‘10분 동네 생활 SOC’ 사업이 그 일환이었음을 밝혔다. SOC는 생산과 소비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주는 사회간접자본을 뜻한다. 도로와 철도 등의 교통시설과 상하수도, 더 넓게는 자연과 사회제도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10분 동네 생활 SOC 사업은 그중에서도 △마을주차장 △쌈지공원 △작은 도서관 등의 공공시설을 확충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현재 생활시설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취약지역을 우선으로 이뤄지고 있다. 

다만 도시 구조를 개편해 전염병 관리 효과를 보기 위해선 공공서비스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이 모든 지역에서 10분 생활권 내에서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 부연구위원은 “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부터 학교, 문화생활 공간과 공원 같은 휴식공간까지 10분 거리에 위치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때 실현이 가장 어려운 것이 직장이다. 정부가 기업의 위치를 임의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부연구위원은 “재택근무 비율이 증가해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며 “앞으로 재택근무가 더욱 활성화된다면 가능하리라고 본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집에서 근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재택교육 등이 확산돼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비중이 높아지며 집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 늘어났다. 이는 부동산 가격이 높아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이 좁은 대도시에서 실현되기 어려우며 특히 저소득층에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집의 기능을 나누는 공유 오피스 등의 공유시설이 필요한 이유다. 한 부연구위원은 “공유 오피스 사업은 현재 민간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며 “민간사업은 수요가 많은 곳에 치중되기 때문에 수요가 없는 곳은 정부에서 보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과 함께해야 생존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염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경 요소를 고려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한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가 환경오염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며 “환경오염은 그 자체로도 인류의 생존 위기를 불러오는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의 주성분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제로에너지 빌딩을 의무화하려 하고 있다. 제로에너지 빌딩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해 최종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0에 근접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2015년 정부가 발표한 ‘2030년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에 따르면 2025년부터는 국내에 신축되는 모든 건물이 제로에너지 빌딩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지역별로 재활용·새활용 센터를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며 쓰레기 배출량도 증가했다. 한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재활용·새활용 센터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며 “재활용·새활용 센터가 필수적인 생활시설에 비해 우선순위는 떨어지지만, 점진적으로 확충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극복하는 도시 구조의 한계
첨단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 시티를 접목하는 것으로도 도시 구조의 한계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 스마트 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도시 생활에서 유발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도시를 말한다. 당시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도시는 모두 스마트 시티라고 볼 수 있다. 한 부연구위원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할 땐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기술이 그 선택지를 늘려준다”며 “아직 발전 단계에 있지만, 퍼스널 모빌리티 또한 그런 기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10분 생활권을 만드는 데는 어쩔 수 없는 공간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때 자전거나 퍼스널 모빌리티를 이용하면 10분 생활권의 공간적 범위를 늘릴 수 있다. 

이외에도 수요를 고려한 자율주행 셔틀버스나 배달로봇, 드론 등을 통해 공간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한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상용화의 목표는 2027년”이라고 하면서도 “아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술은 충분하지만,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들도 있다. 한 부연구위원은 “배달로봇은 지금도 상용화가 가능하지만 주행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인프라만 갖춰지면 2~3년 안에도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첨단 기술을 적용할 때는 정보 격차를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도시 기능이 디지털로 이뤄지는 미래 도시에는 정보 격차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공공 와이파이와 사물인터넷망을 구축해 디지털 취약계층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확충된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도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달함으로써 수요자에게 맞춤형 정보 및 공공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다.

 

오늘날의 도시ⓒ서울연구원 제공
오늘날의 도시
ⓒ서울연구원 제공
전염병 관리를 고려해 개편된 미래 도시의 풍경ⓒ서울연구원
전염병 관리를 고려해 개편된 미래 도시의 풍경
ⓒ서울연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