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현 기자 (jhyeonkim@skkuw.com)

인터뷰 - 'COSDOTS' 김회민 대표

성장기 소년들이 겪는 제주 4·3사건 표현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게임으로 비극적 역사 알리고 싶어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제주 4·3사건이 일어난 지 70주년이 되던 2018년, 희생자를 추념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남긴 말이다. 잊지 말아야 할 우리나라의 비극적 역사인 제주 4·3사건을 게임을 통해 알리려고 노력하는 ‘COSDOTS(이하 코스닷츠)’의 김회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게임 ‘언폴디드 : 동백이야기’에 대해 소개해달라.
게임 배경은 1948년 11~12월에 제주도에서 있었던 초토화 작전이다. 제주 4·3사건이라는 무거운 소재로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형식을 고민했다. 또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사람들이 각자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표현하기 위해 *군상극과 같은 형식을 차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극적인 얘기더라도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그 심각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제주 4·3사건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지 않고 주인공 소년 '동주'와 그 친구들이 겪는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 성장기 소년들이 제주 4·3사건을 겪으며 어떻게 성장하고, 어떤 가치관을 세워나갈 것인가가 주제다. 

게임 속 역사 고증은 어떻게 했나.
게임의 ‘역사 백과사전’ 코너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궁금해하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제주 4·3사건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설명한다. 역사 백과사전에 들어갈 내용을 먼저 작성하면 제주 4·3사건과 관련된 단체가 이를 감수해주는 식으로 고증 지원을 받고 있다. 또 1940년대 말에 사람들이 실제로 쓰던 말인 ‘역사적 한국어’를 준비 중인데, 제주어와 토벌대의 서북 말을 게임 내에서 구현하기 위해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장 고증을 위해 제주도에 다녀왔다. 게임의 배경인 서귀포시 남원읍과 게임에 등장하는 관음사도 직접 가봤다. 해안 마을에 있는 일본군이 쓰던 진지도 방문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절반 정도만 둘러볼 수 있었다. 다음에 와서 더 많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확산되면서 올해는 현장 고증을 전혀 할 수 없게 돼 아쉽다. 제주평화박물관 같은 소규모의 장소를 가보지 못했던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플레이어들은 제주 4·3사건의 어떠한 면을 볼 수 있나.
게임에서는 제주 4·3사건에서 일어난 정확한 사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토벌대에 의한 사람들의 죽음과 무장대에 의한 약탈·살인 행위와 같은 사실을 게임에 포함하면서, 이에 대한 판단이나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되도록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사실에 대한 판단은 플레이어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게임을 통해서 플레이어에게 관점을 심어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약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제주 4·3사건에 대해 관심이 생기면 스스로 공부를 해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게임 이후 ‘마음이 아프다’와 같은 사소한 관심이라도 제주 4·3사건이라는 주제가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남기만 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관심이 없지만 ‘언폴디드 : 동백이야기’와 같은 게임 장르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외국인에게 게임을 통해 제주 4·3사건을 최대한 알릴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본다.

코스닷츠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차기작을 역사 게임 혹은 어드벤처 게임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둘 다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기획을 준비해뒀는데 그중에서 차기작을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인디 게임을 제작하는 만큼 ‘망하지 않는 것’, 즉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동시에 코스닷츠를 만들었던 이유를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를 같이 챙기기 위해서 ‘언폴디드 : 동백이야기’와 차기작 모두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군상극=복수의 등장인물이 커다란 하나의 흐름이 되는 사건을 각자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식의 작품 유형.

 

'언폴디드 : 동백이야기' 게임화면ⓒCOSDOTS 제공
'언폴디드 : 동백이야기' 게임화면
ⓒCOSDOT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