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코뿔소>

 

 

S#1 동물원/

 

코뿔소 우리 앞, 교복 입은 동우가 앉아있다.

그 앞을 지나가는 커플들, 가족들, 현장학습 학생들, 수많은 관람객들.

그들이 모두 지나갈 동안 한참을 코뿔소를 응시하는 동우의 뒷모습.

 

그 때 동우의 앞으로 지나가는 고등학생 한 무리. 학생들의 대화 중간 중간에 우리 안 코뿔소의 모습 (insert)

 

학생1 존나 크다 씨발.

학생2 야 코뿔소는 초식이야 육식이야?

학생1 몰라 시발

학생2 살 튼 거 봐, 졸라 징그러

학생3 코뿔소는 뿔 뽑으면 죽냐? 개뚱뚱하네 진짜

학생2 궁금하면 뽑아봐 븅신아

학생1 야 쟤 잔다

학생2 깨워 봐

학생1, !

 

돌을 던지거나 젤리를 던지는 등 코뿔소를 괴롭히는 아이들. 코뿔소의 긴 울음.

 

학생3 쟤 빡쳤나봐 째려보는데?

학생2 뭐 시발 받아봐 받아봐

학생1 갇혀있는 주제에 시발 존나 꼬나보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동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동우, 학생들을 공격을 할 것 같이 매서운 눈으로 한참을 그들을 보고 서 있다. 이내 방향을 돌려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S#2 동물원 입구/

 

슬러시나 풍선 따위를 팔고 있는 동물원 입구를 지나는 동우의 뒷모습.

입구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를 지나던 동우가 다시 뒤돌아와 자전거를 노려본다.

이내 세워진 자전거를 발로 차 넘어트리는 동우. 한참을 화풀이하듯이 자전거를 발로 찬다. 넘어져 나뒹구는 자전거 몇 대... 동우, 커다란 돌을 들어 자전거를 내리친다.

 

 

S#3 놀이터/저녁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놀이터. 승아는 홀로 그네를 타고 있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네를 타는 승아가 가만히 웃는다.

그 때 동우가 그 앞을 지나간다. 무심히 그 풍경을 보고 그대로 지나쳐 사라져 버린다.

 

 

S#4 돌계단, 동우 집 앞/저녁

 

재개발 지역의 높고 낡은 돌계단. 사이사이 버려진 쓰레기들이 놓인 풍경.

동우, 집 앞에 서서 망설인다. 잠시간 창문을 응시하다, 현관 앞에 놓인 신발장을 조심스레 연다.

신발장에 성인 남성의 구두(동우부) 놓여있다. 그 때 안에서 티비 소리 들리는.

놀란 동우 뒤돌아서 다시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아까보다 빠른 발걸음으로.

 

 

S#5 놀이터/저녁

 

아이들이 사라진 놀이터에 승아가 홀로 그네에 앉아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고개를 젖힌 뒤 숨을 쉬고 있는 승아.

동우, 그 앞을 홀연히 지나가다 발걸음을 돌려 놀이터 안으로 들어온다. 승아, 고개를 내리고 눈을 뜬다.

 

동우 저기요.

승아 ?

동우 저 담배 하나만 사다 주세요.

승아 (가만히 동우를 쳐다보다가 손을 내민다)

동우 (오천원을 승아에게 내민다.)

 

그 돈을 받아 유유히 놀이터를 떠나는 승아. 동우, 몇 걸음 뒤로 그런 그녀를 따라간다.

 

 

S#6 슈퍼 앞/저녁

 

슈퍼 앞 평상에 앉아 있는 동우. 슈퍼에서 나오는 승아의 손에 담배 한 곽과 새콤달콤이 들려 있다.

 

승아 자.

동우 (말없이 담배를 받아 피운다. 폼이 익숙하다)

 

승아, 동우 옆에 앉는다. 평상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승아, 새콤달콤을 뜯어 입에 넣는다. 새콤달콤을 뜯는 승아의 손톱 끝이 새까맣다. 염색약 약이 손톱 끝에 들어 지워지지 않는...

새콤달콤을 한꺼번에 몇 개씩 까먹는 승아의 모습을 동우가 가만히 바라본다.

 

동우 뭐해요?

승아 거스름돈으로 샀어. 복숭아맛.

동우 허... (어이가 없는)

승아 야, 담배 냄새 여기로 온다. 이쪽으로 와서 펴.

동우 (말없이 자리를 옮긴다)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S#7 동우의 집/실내

 

아무도 없는 집 안으로 동우가 들어선다. 집 안을 살피며 눈치를 보는 동우. 아무도 없다.

정리가 되지 않아 난장판이 된 집 안. 식탁 위에는 라면 냄비와 소주병이 늘어서 있고, 먹다만 과자와 오징어, 김치자국이 남아있는 그릇 등이 늘어 있다. 아무렇지도 않고 더러운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풀어 현관에 던져두는 동우.

 

동우 .... (자기 방 안으로 들어간다)

 

(e). 문이 닫히면 문 앞에 걸려 있는 어린 동우(7)와 동우모의 사진. 동물원의 꽃밭에서 동우모가 동우를 안고 서 있다. 모자의 행복한 한때.

 

 

S#8 동우의 방 안/실내

 

방바닥에 동우가 누워 잠들어 있다. 웅크린 채로 새우잠을 자는 동우, 이불도 덮지 않은 채로...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남녀가 싸우는 소리... 점차 요란하게. 동우 몸을 더 만다.

 

어디선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카메라 옮겨가면... 동우의 옆에 쭈그려 앉아 귀를 막고 있는 어린 동우. 밖에서 부모님이 다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어린 동우, 크게 울기 시작하면 동우의 방문이 쾅, 밀쳐지는 소리(e)와 함께 방문이 세차게 한 번 흔들린다.

 

아버지 (off) 조용히해!

 

어린 동우, 숨죽여 울기 시작한다.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 계속되는 와중에. 동우와 어린 동우, 더 작게 몸을 만다.

 

흠칫 놀라며 꿈에서 깬 동우, 일어나 매트리스 위로 기어 올라간다.

 

 

S#9 학교 뒤편/

 

종소리(e).

가방을 한쪽으로 둘러멘 동우가 등장한다. 망설임 없이 담 쪽으로 걸어간 동우, 가방을 먼저 담 너머로 던지더니 곧장 자기도 담을 넘는다. 그 익숙한 몸짓.

동우 담 너머 떨어진 가방을 가볍게 툭툭 털더니 메고 사라진다.

 

 

S#10 편의점 앞/

 

동우, 곧장 삼각김밥 껍데기를 까더니 크게 한 입 베어문다. 다시 한 입을 먹으면서 길을 따라 벗어나는 동우.

 

 

S#11 미용실 앞/

 

퇴근하는 승아, 미용실에서 나온다.

손가락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승아. 손이 다 까지고 손톱 끝에 염색물이 들어 있다. 손가락에 붙어 있는 밴드를 가만히 뗀다. 밴드를 떼는데... 발라져 있던 네일이 함께 벗겨진다.

승아의 한숨.

 

동우, 걸어오다가 승아를 발견한다.

 

동우 어. (저기... 하려는데)

태수 승아야.

승아 ? (뒤돌아보면)

 

오토바이 옆에 서 있는 태수. 돌아보는 승아에게 웃는다. 둘의 모습을 바라보는 동우의 시선

 

승아 왔어? (웃어 보인다)

 

태수 가만히 승아를 안아준다. 기쁘고 행복한 승아의 웃음. 한참을 바라보는 동우.

 

 

S#12 골목/

 

골목 너머에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다가 이내 담배 연기가 멈춘다.

그 골목에서 돌아 나오는 남자, 동우다. 그런 동우의 앞을 가로막고 서는 신발 하나... 동우, 고개 들면 S#2의 학생들과 몇몇 무리가 서 있다.

 

학생2 동물원 자전거, 너 맞냐?

 

 

S#13 고가 아래/

 

동우, 따귀를 얻어맞는다. 구타를 당하며 쓰러지는 동우.

동우를 둘러싸고 때리고 있는 남자들. 그 사이에 학생 1, 2, 3 섞여 있다.

 

남자1 시발 진짜 좆같은 새끼가.

남자2 고개 들어 병신아.

 

계속, 구타당하는 모습에서.

 

 

S#14 슈퍼 앞/저녁

 

동우가 평상에 앉아 있다. 얼굴에 난 상처와 붙어 있는 밴드들. 옆에는 먼지에 뒤덮인 책가방이 놓여 있다.

무표정으로 그저 있는 동우. 그 때 태수가 동우의 앞을 스쳐 지나간다. 동우 담배곽을 쥔 채 만지작댄다.

그 때 태수와 같은 방향에서부터 걸어오는 승아 멀리 보이고... 동우 급하게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인다. 승아, 슈퍼 안으로 들어간다.

슈퍼에서 나온 승아가 동우 옆에 앉는다. 잠시.

 

승아 안녕.

동우 .......

승아 (새콤달콤을 까서 먹는다.) 몇 살이야?

동우 (시비 건다) 백구십구살이요.

승아 난 스물넷. (잠시) 어디 살아?

동우 그냥 여기 살아요

승아 나도 여기 살아

 

둘 잠시 침묵.

 

동우 남자친구도 여기 살아요?

승아 아니. 그냥 나 보러 자주 와. 잘생겼지?

동우 (시비 건다) 아니요. 양아치 같던데...

승아 그치. 나도 첨에 그랬어. 근데 사람은 착해. 나한테도 잘해주구

(잠시.) 얼굴은 왜 그래?

동우 .......

승아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돼.

내 남친도 자기 말하기 싫을 땐 아무 말도 안 하더라.

그럴 땐 아무 말 없이 그냥 옆에 있어주면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더라구

(동우를 응시하다가 다시 앞을 본다)

(한참을...)

동우 (승아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화가 난다.) 뭐 하는 거예요?

승아 그냥 옆에 있어 주는 거야.

동우 (숨을 몰아쉰다. 화가 나고, 속이 상하고, 눈물이 난다.)

 

눈물 훔치는 동우, 그 옆에 한참을 앉아 있는 승아.

그렇게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 허름한 슈퍼 앞 평상까지... 멀어지며 줌 아웃

 

 

S#15 몽타주

 

15-a. 미용실 밖/아침

허름한 동네 미용실 전경. 승아, 미용실의 철문을 열고 출근하는 승아.

 

15-b. 미용실 안/실내

미용실 내부, 전형적인 동네 미용실이다. 좁은 미용실 안, 승아가 손님의 머리를 말고 있다. 하품을 하려다, 거울을 통해 손님과 원장의 눈치를 보는 승아. 입을 다문 채로 하품을 한다.

 

15-c. 미용실 외부/

승아, 미용실 밖으로 나와 휴대폰을 확인한다. 카톡 창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누군가에게로 전화를 거는 승아, 덤덤하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는. 한참동안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서 있는 여자의 모습.

 

15-d. 미용실 안/실내

원장과 손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예인 이야기 등 시덥지 않은 아줌마들의 수다. 승아, 그 소리를 들으며 머리 감는 의자 옆에 쭈그려 앉아 졸고 있다.

 

15-e.

미용실 안/저녁

승아 떨어진 머리카락을 비질해 쓸어 담고 있다. 진한 루주를 바른 원장이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다 승아에게,

 

원장 승아야, 불 다 끄고 확인하고 가.

승아 네

 

승아 미용실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다. 가만히 바라보다 미용실 문을 잠근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매니큐어 상자를 바라보는 승아. 새빨간 색의 매니큐어를 집어 드는 승아의 모습에서...

 

 

S#16 돌계단, 동우의 집 앞/

 

동우 살금살금 계단을 지나 집 앞에 선다. 신발장을 열어 확인하는데... 놓여진 성인 남성의 구두. 동우 신발장을 닫고 내려온 길 그대로 계단을 다시 올라간다.

 

 

S#17 골목/

 

동우,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그 때 들리는 현관문의 요란한 철 소리(e). 동우, 숨을 죽인다.

 

아버지 (off) (가래침을 뱉는 소리)

 

동우가 있는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발소리. 동우 숨을 놓는다...

 

 

S#18 동우의 방/실내

 

동우가 방바닥에 누워 있다. 꿈을 꾸는 듯 미간을 찌푸리는 동우의 표정 그 위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더 작게 몸을 말고 자는 동우.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는 과거의 소리가 들린다.

 

어머니 (off) 나가서 얘기해

아버지 (off) 뭘 나가서 얘기해! 씨발년아

어머니 (off) 애 자. 나가서 얘기하자고

 

몸을 말고 꿈을 꾸는 동우의 옆으로 카메라 빠지면, 책상 밑에 쭈그려 앉아 과자를 먹고 있는 어린 동우가 보인다.

어린 동우가 무표정으로 과자를 먹고 있는 그 옆으로... 어머니의 비명소리(e)와 때리는 소리(e) 들려온다. 그 폭력의 소리 와중에 태연한 어린 동우. 그리고 그와 대조되는 괴로운 동우의 표정.

 

아버지 (off) 등치도 산만해서 지 몸뚱아리 하나 건사 못하고...

쿵쿵거리고 걷지 말라고 했지 머리 울리니까!

 

잠시... 조용해진 집 안. 어린 동우가 과자를 씹는 소리만 방 안에 가득 찬다.

현관문 소리(e).

이내 동우의 방 창문에 비치는 아버지의 뒷모습. 아버지 담배를 피운다.

 

아버지 (off) 코뿔소같은 년. 돼지같은 년. 개같은 년. 코뿔소같은 년... (계속 반복되는)

 

문 밖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눈물 소리.

꿈에서 깬 동우, 일어나 매트리스 위로 기어 올라간다. 눈을 감았다 다시 뜨는 동우의 모습에서.

 

 

S#19 놀이터/

 

동우가 놀이터로 들어온다. 텅 빈 놀이터, 승아가 홀로 있다. 그네에 우두커니 앉은 여자 옆에 앉는 동우.

 

승아 안녕.

동우 (꾸벅)

승아 너도 잠이 안 와?

동우 .......

승아 담배 사다 줄까?

동우 (고개를 젓는다) 왜 여기 있어요? 남자친구랑 싸웠어요?

승아 아니. 오빤 일하러 갔어.

동우 (끄덕)

승아 넌 살면서 제일 무서웠던 때가 언제야?

동우 기억 안나요. 누난요?

승아 난 지금.

동우 누나 백수예요?

승아 아니?

동우 돈 떼먹은 가족은요?

승아 (웃는다) 없어

동우 난 가족들이 제일 무섭던데.

누난 일도 하고 가족도 없고, 남친도 있고. 근데 왜 불안해요

승아 원래 불안할 땐 다 불안해 (웃는다)

 

승아, 발로 모레를 판다. 그네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S#20 슈퍼 앞/

 

슈퍼 밖으로 나온 동우, 걸어가려다 멀리서 걸어오는 태수를 본다.

발걸음을 돌려 다시 슈퍼 안으로 들어갈까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슈퍼 밖에 나와 있는 아이스크림 통을 둘러보는 시늉을 한다.

태수, 슈퍼 앞에 쌓여 있는 종이상자에 무언가를 던져 버리고 동우를 지나친다. 발걸음이 거침없다.

그를 바라보던 동우, 상자에 버려진 것을 집어 든다.

 

동우 ?!

 

동우에 손에 들린 임신테스트기. 두 줄이 선명하다. (insert)

 

 

S#21 놀이터/

 

아이들이 즐겁게 놀고 있는 놀이터.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놀이터 한 켠에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벤치에 앉아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승아.

 

(cut to)

 

시간 경과. 모두가 사라진 놀이터를 승아는 여전히 바라보고 앉아 있다.

승아, 그네 타던 아이가 앉았던 그네로 다가가 앉아보는... 그네를 몇 번 흔들어 보다가 이내 멈춘다. 모레를 차서 파헤치는 발짓.

 

(cut to)

 

승아, 앉아서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다. 정성들여 매니큐어를 칠하는 집중한 그 모습에서.

 

 

S#22 돌계단/저녁

 

동우, 제일 아래 단에 서서 높이 솟은 계단을 올려다본다. 우두커니 서 있는 동우의 뒷모습. 동우, 발걸음을 돌려 어디론가 향한다.

 

 

S#23 놀이터/저녁

 

그네에 앉아 있는 승아, 양 손이 예쁘게 칠해져 있다(ins). 동우, 곧장 승아에게로 다가간다. 승아는 놀라지 않는다.

 

동우 왜 여기 있어요?

승아 얼굴은 왜 그래?

동우 내 얼굴이 어때서요

승아 뭐가 그렇게 화가 났어?

동우 화 안 났어요

승아 그래 그럼

 

승아, 동우를 무시하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동우 매니큐어 발랐네요

승아 응

동우 왜요?

(승아 고개를 들어 동우를 쳐다보면, 그 얼굴을 볼수록 화가 나는 동우. 점차)

남자친구한테 잘 보이려구요? (잠시.) 남자친구랑 얼마나 됐어요?

승아 ....... (동우를 쳐다본다.)

동우 누나가 왜 그 사람 좋아하는지 알아요. 누나가 병신 같아서 그래요

한 번도 사랑받아 본 적 없죠? 누가 예뻐해 준 적 한 번도 없죠?

졸라 구질구질하게 살았죠? 근데 남들한테 들키는 건 싫고 그러니까

그냥 그 사람한테 도망가는 거잖아요. 내 말이 틀려요?

승아 (쳐다본다.)

동우 근데 사람은 절대 안 바뀌어요. 어차피 누나는 또 혼자일 거고

어차피 또 아무한테도 사랑 못 받을 거고 어차피 또 지금이랑 다 똑같을 거예요.

(아주 잠시)

누나 같은 사람이 제일 병신 같아요. 다 아는 척 사람 좋은 척 하면서 헤픈 사람

 

동우와 승아의 표정 교차. 한참을...

 

승아 맞아. 니 말이 다 맞아. (웃고 만다.)

 

동우, 승아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이내 도망치듯 뒤돌아 뛰어간다. 놀이터에 혼자 남겨진 승아. 가만히 서 있는 모습에서.

 

 

S#24 동우의 방/실내

 

방바닥에 누워 있는 동우. 잠들어 있다.

 

 

S#25 동우의 집, 부엌/실내 (과거)

 

어린 동우, 만화책을 보며 밥을 먹고 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는 어린 동우의 뒤로 주방에서 움직이는 동우모 실루엣.

동우의 앞으로 국그릇이 놓여지고...

 

어머니 (off) 동우야 이것도 먹어야지.

 

동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 일어나서 식탁을 치운다. 능숙하게 식탁을 정리하는 동우모의 손. 식탁에서 멀어지는 둔중한 다리. 식탁 밑으로 팔랑대는 어린 동우의 다리.

 

어린동우 엄마. 쿵쿵거리고 걷지 마. 코뿔소 걷는 것 같아.

 

태연하고 맑은 어린 동우의 그 표정에서...

 

 

S#26 동우의 방/실내

 

S#24와 연결. 방바닥에 누워서 잠을 자던 동우. 몸을 더 작게 만다. 웅크리고 누운 동우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동우, 조용히 눈을 뜨더니 일어나 앉는다. 외투를 챙겨 방을 나간다.

 

 

S#27 동우의 집 앞, 돌계단/

 

집에서 뛰어나와 빠르게 돌계단을 내려가는 동우.

 

 

S#28 놀이터/

 

동우, 놀이터로 뛰어 들어온다. 텅 빈 놀이터. 동우 숨을 몰아쉰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여전히 텅 빈 놀이터. 그 때 동우의 눈에 그네 밑의 모레가 들어온다. 승아가 앉아 있던 자리의 모레가 승아의 발자국으로 파헤쳐 있다. 파인 모레구멍. (ins)

동우 파여진 모레를 다시 평평하게 덮어준다. 구멍이 있던 자리에 손을 얹고 한참을 앉아있는 동우의 뒷모습에서.

 

 

S#29 골목/

 

동우, 주저앉아 있다. 현관문의 철 소리(e). 동우 일어나 망을 본다.

그 때 들리는 구타 소리(e). 건너편 골목을 보면 승아와 태수가 마주보고 서 있다.

 

 

S#30 골목2/

 

승아와 태수, 마주보고 서 있다. 태수 승아를 세게 후려친다. 떨리는 태수의 손과 대조되는 승아, 태연하다.

 

태수 그렇게 쳐다보지 마.

승아 (본다)

태수 그렇게 보지 말라고! (승아의 뺨을 때린다)

그렇게 보지 마. (다시) 보지 말라고! (다시) 그렇게 (다시) 보지 좀 마

 

승아 바닥에 넘어지고 만다. 고개를 들지 않고 바닥에 넘어진 채로 미동도 없다. 태수 화가 치민다.

 

태수 다시 말해 봐

승아 이백... 정도 필요해. 다시는 앞에 나타나는 일 없을 거야.

태수 씨발 (승아의 배를 차려고 하면)

 

승아 무의식적으로 배를 감싸고 웅크린다. 그와 동시에 동우, 두 사람 앞으로 뛰쳐나온다. 둘 사이를 가로막고 서는 동우의 표정이 겁에 질린 듯... 귀신을 본 듯... 억눌린 표정이다. 숨을 몰아쉬는 동우.

 

동우 하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 제발.

태수 (승아와 동우를 번갈아 쳐다본다)

(무시하고 발길질을 하는 태수)

 

승아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동우, 태수의 다리를 붙잡으며 말린다. 절박한 그 몸짓에서.

태수 동작을 멈추고 떠나려다...

 

태수 승아야.

승아 (쳐다보면)

태수 그 애가 내 애라는 증거라도 있냐? (침을 뱉는다)

 

멀어지는 태수와 무너지고 마는 승아.

 

동우 누나.

승아 그렇게 보지 마.. (운다)

 

동우, 승아를 쳐다보는 표정에서 c.o.

 

 

S#31 공터/

 

승아 (off) 내가 좋은 데 데려가 줄까?

 

화면 밝아지면 텅 빈 공터에 동우가 멀뚱히 서 있다.

승아 돌을 집어 들고 아스팔트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바닥에 작은 집을 그리는 승아. 아스팔트 바닥에 그려진 작은 집. 승아 그 위에 가만히 눕는다.

 

승아 너도 이리 와 봐.

 

동우, 다가가 승아의 옆에 앉는다. 옆으로 돌아 누워 눈을 감는 승아.

 

동우 누나 출근은요?

승아 짤렸어.

동우 왜?

승아 도둑질하다 들켰어. (승아의 손톱 INS)

동우 짤릴 만 하네요. (승아와 동우, 웃는다)

누나는 손톱에 색칠하는 게 왜 좋아요?

승아 내가 어렸을 때 동물원에서 본 동물들 중에 누가 젤 쎄 보였는지 알아?

코뿔소.

근데 코뿔소 뿔이랑 사람 손톱이랑 성분이 거의 똑같다고 그러더라.

코뿔소는 자기 뿔로 자기를 지키잖아. 나도 손톱을 예쁘게 칠하고 있으면

내가 엄청 강한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었어.

 

두 사람에게 햇빛이 강하게 쏟아져 내린다. 햇빛 아래 승아와 동우의 눈을 감은 모습에서.

 

 

S#32 동물원/(과거)

 

동물원의 꽃밭 앞.(S#7의 동우와 동우모 사진, 동일 장소) 어린 동우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뛰어 놀고 있다. 그런 동우를 바라보는 동우모.

 

어머니 동우야 이리와.

 

동우의 입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닦아주는 동우모의 손. 어머니, 동우를 안아 든다.

 

어머니 동우야 저기 봐야지.

 

맑게 웃는 어린 동우의 얼굴과 함께 찰칵(e) 카메라 소리. 환한 동우의 표정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정지된다. 그런 동우를 안은 어머니의 손 타이트하게... 어머니의 손톱에 예쁘게 발려진 매니큐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S#33 공터/

 

S#30과 연결...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사람, 멀리서... 동우 눈을 감고 있다. 점점 환해져서 화이트아웃 되는 화면.

 

동우 (off) 누나

승아 (off)

동우 (off) 나 꿈을 꿨어요

승아 (off) (웃는다) 무슨 꿈?

동우 (off) 코가 예쁜 코뿔소 꿈.

 

완전히 화이트 아웃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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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온비(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1기)
고온비(일반대학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