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옷깃 대신 이름을 스친다면 말이야
나의 이 숨결 끝에 엔딩 크레딧이 있다면 말이야
하얗게 흘러가는 이름 속에 내 이름도 있었으면 해
내가 사랑했던 미워했던 이름들 속에 오롯이 말이야
옷깃 스친 수많은 이는 전생에도 인연이었다지만
나의 슬픔은 결국 완전범죄와도 같아서
품 안에 안은 축축한 나날은 내 피부만이 알아
그럼에도 다리를 멈출 수 없었던 나의 긴 찰나 후에
자리를 지키는 관객이 있다면 내 이름을 알아차려줬으면 해
때로는 누군가의 입김만으로 살 수 있었듯이
언젠가는 그의 작은 들숨이 모든 삶을 앗아간 순간이 있었지
그런 오묘한 간극 사이를 춤추며 살아온 나에게도
마지막엔 한숨처럼 눈싸라기가 나렸으면 해
그래서 아스팔트에 고요히 몸 던지는 그 튀밥들을 볼 때
가끔은 내 이름이 무엇이었나 고민해주었으면 해
나는 먼 새벽 아마 불현듯 서럽겠지만
영사기를 등지고 앉은 네 인영을 생각하며
두서없는 스텝을 멈출 수 있을 테야
단연한 뒷모습으로 떠날 수 있을 테야
이름이란 그런 게 아니겠니
입술 새로 스친 일순이 영원을 사는 그런 게 아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