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성대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작] 담쟁이덩굴
[2020 성대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작] 담쟁이덩굴
  • 성대신문
  • 승인 2020.11.30 20:06
  • 호수 16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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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

조해라(중문 16)

 

안녕을 수긍하는 마음아 여기서 빌지 않는 귀한 소망을 아니

바짓단 두어 번 접고 걷는 시늉 한다 여름 볕을 쬐는 초가의 상

살결에 부딪는 감촉을 구겨 넣는다

 

씻어냈다 여간의 일

고쳐 앓아 당신이 여태 불어온 숨으로

전래되는 손등 같은 구시가지 풍경

오래지 않은 소식은 영영

구현되지 않는다

 

강을 등에 업고 걸었다던 이야기가 대신

눅져 있다 마른 입술에

더위를 마다하고 자꾸

해체되는 살결을 파고들며 자꾸만

엉겨 붙었다, 마른 입술에

 

두드러기처럼 번갈아 피어난 선

사상사를 향하여 오른 세계의 치

물 괴지 않는 저 곶에

두 다리를 묶는다 단단히

포대기 싸인 파란 얼굴로

 

되감고 돌아가련 곶에서

소실의 갈래와

유래를 매듭지련 곶에서

오수에 몸을 적신 뒤

부딪고 허물던 버릇으로

말문을 틔운다, 소용없이

소용없이

 

성을 바꾸고 터 잡은 이

질은 땅에서 움 틔운 아이

밀고 가서 밀어내기로 한다

 

강이 되리라는 것

까마득한 힘으로 매이는

강으로부터

걸어 나온 아이는

 

선의 이름으로 불리었다는 것,

선이 되었다는 것

 

일순

덩굴의 주기로 가로질러

고스란히 한 결로 몸을 말더니

비상스런 기질을 털어놓더니

 

유년의 첨병, 롤러스케이터 신고 달리던

언덕 끝자락에서

발화하는 시간

가느다란 시간

일렁여 오르는 시간이

 

침습적인 재회의 피로

선은 선을 타고 뻗어 나간다

 

조해라(중문 16)
조해라(중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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